"물가 너무 비싸" 주부 호소에…경제부총리 "배춧값은 내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부동산 세제 정비 문제와 관련해 "다주택자 중과를 하게 되면 결국 임대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영세 임차인에게 소위 세금의 전가가 일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5일 '국민 패널' 100명과 진행한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임대주택을 싼 가격에 임차하려는 분들에게 임대인·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를 하게 되면, 이)는 거의 고스란히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게 시장의 법칙"이라며 "그래서 저희 정부는 국민들이 일견 생각할 때 '부자들에게 세금 덜어주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할 수 있지만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를 경감해서 시장에서 열악한 지위에 있는 임차인들이 저가 임차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드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문제는 기본적으로 시장의 논리에 따라야 하는 것이지만, 정부는 그 완급을 잘 조절해서 예측 가능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주택가격이 하락 추세를 보이기 때문에 저희가 수요 규제를 좀더 빠른 속도로 풀어나가서 시장이 안정을 찾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제가 정부를 맡기 전까지는 공급 측면과 수요 측면의 불합리한 복합 규제 때문에 집값이 너무 천정부지로 솟고 거래 물량이 위축돼서 많은 규제를 풀고 시장을 정상화하려 했는데, 지금 고금리 상황 때문에 다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현상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일시에 제거하다 보면 시장의 혼란이 일어나서 또 결국 국민에게 불편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정상화 속도를 조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공공임대주택 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공공임대주택을 굉장히 선(善)으로 알고 있는 분들도 많이 있지만,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지어서 공급하다 보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상당한 재정 부담을 안게 되기 때문에 납세자에게 굉장히 큰 부담이 되고 전반적으로 우리 경제에 부담 요인, 경기 위축 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고 부정적 인식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그래서 저희들은 민간과 공공임대를 잘 믹스(mix)해서 공급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한편 "요새 언론에 등장하는 '빌라왕' 사망과 관련, 많은 선의의 피해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며 "저도 법조인 출신이고 해서 이 부분에 대해서 법률적으로 상당히 고민을 많이 하고 회의도 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국토부와 법무부에 '전 세입자들에 대한 합동 법률지원 TF를 만들어서 이 분들에 대한 법률지원을 하고, 법원 등기명령 판결을 신속하게 받아냄으로써 전세금 반환보증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1000세대 이상의 임대 물량을 관리한다고 하면 거기에 맞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돼있어야 정상인데, 그렇지 않다면 그건 대부분 사기범죄라고 볼 수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몇 달 전부터 법 집행기관에 철저한 단속을 주문했지만, 더 강력하게 서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최대한 저도 관심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현재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시장 상황을 봐서 국토부·기재부와 정책 방향을 맞춰서 이 분들도 주담대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려 한다"고 추가 대출규제 완화 방안을 언급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공공주택 50만 호를 시세의 70% 가격대에 40년 전후 장기 모기지로 공급하는 계획 등 270만 호 공급 계획을 재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15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계란값 너무 비싸" 주부 호소에…경제부총리 "배춧값은 내렸다"

이날 경제·민생분야에서는 윤 대통령이 직접 답변한 부동산 문제를 비롯해 '국민 패널'들로부터 다양한 질문이 나왔다. 두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 이주현 씨는 "장바구니 물가가 너무 올라서 마트 가기가 무섭다"며 "4인 가족 먹거리, 고기·달걀·과일 몇 개만 집어도 20만 원이 넘는다"고 장바구니 물가 대책에 대해 물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이에 대해 "한동안 많이 높던 물가, 금(金)배추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배춧값이 안정되고 김장 비용도 떨어져서 장바구니 물가가 안정됐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추 부총리는 "하지만 여러 곳에서 물가 상승 부담이 큰 만큼 정부는 모든 정책의 최우선을 물가 안정에 둘 것이고 특히 장바구니 물가에 중점을 두겠다"고 부연했다.

추 부총리는 경제 전망에 대해 "올해 우리 경제는 세계적인 복합 경제위기 속에서도 3분기까지는 3% 성장해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적"이라면서도 "최근 세계적으로 주요 선진국 경기가 빠르게 하강한 영향으로 내년 우리 경제는 더 안 좋아질 것"이라고 모두발언에서 말했다.

추 부총리는 "주요 기관이 성장률 1% 중후반을 전망하는 등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며 "앞으로 상당 기간 경제는 어려울 걸로 예상된다. 정부는 당면 위기 극복을 위해 물가, 고용, 민생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