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조건 잘못됐다고 하는 게 아니잖아요. 위치가 문제죠. 위치!”
연윤영 송양유치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몇 번이고 ‘상식’을 말했다. 그는 “아이들 안전과 건강은 상식이에요. 그래서 상식은 법에 없어요. 지극히 당연한 거니까요.”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건축 허가를 해야죠. 다만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현재 법리 검토를 하고 있어요.”
반면 의정부시 담당자는 법을 거듭 강조했다.
15일 오전 9시30분.
경기 의정부시 송양유치원 대강당에서 열린 지식산업센터 건립 현황 설명회에서는 ‘법’과 ‘상식(현실)’이 계속 충돌했다.
한 학부모는 “유치원 바로 옆에 10층짜리 지식산업센터를 짓는 게 진짜 말이 되느냐”라며 “아이들이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교실에서 학습하고, 화물차 사이로 다녀야 하는데 이건 정말 아니지 않나”라며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이거(건축 허가) 그냥 반려하면 안 되나요? 김동근 시장이 의지를 갖고 꼭 반려해 달라”고 요구했다.
학부모들은 왜 이처럼 지식산업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걸까.
바로 위치와 높이 때문이다.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올 땅은 면적 1만7298.9㎡짜리 민락2지구 자족시설용지(6블럭)다.
이 땅은 2개 필지인데, 해당 부지는 송양유치원 바로 옆 1만36.7㎡ 땅(민락동 882번지)이다. 지금은 모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있다.
문제는 이 땅이 유치원 바로 옆이라는 점이다. 거리도 거리지만 높이는 더 문제다.
지구단위계획상 현재 이 땅의 건축 제한 기준은 건폐율 60%, 용적률 250%다. 쉽게 말해 5층 이하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것인데, 지식산업센터 건물의 한 층 높이는 6m다. <프레시안 11월1일 보도>
이대로 지으면 아파트 10층과 맞먹는다.
송양유치원에 다니는 200명 넘는 어린이가 햇빛을 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학부모들은 아이들 통학도 걱정한다.
이곳을 오가는 도로는 2차선으로 비좁다. 평소에도 도로 양쪽엔 불법 주·정차 차량이 많다. 그런데 지식산업센터마저 건립하면 아이들이 화물차 사이로 다녀야 하는 것이다.
지식산업센터는 차량 420대를 댈 수 있는 규모다.
의정부시는 이처럼 학부모 반발이 커지자 지난 한 달 간 민관 합동조사단을 꾸려 행정 절차상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했다.
하지만 위법 사유가 없다고 결론을 내고 지식산업센터 신설을 승인했다. 현재 건축 허가만 남겨둔 상태다.
학부모들은 이런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A씨는 “2017년 부산 해운대구가 학교 옆 오피스텔 건립과 관련해 일조권 피해·통학 안전을 이유로 건축 허가를 반려했었다”라며 “의정부시가 이런 사례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의정부시 관계자는 “해운대구 사례는 이미 검토했다. 여러 이유로 반려를 했으나, 그 뒤 층수와 진입로를 조정해 건축 허가가 났다”라며 “송양유치원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밝혔다.
송양유치원 옆 지식산업센터 건축 문제는 2019년에도 한 번 있었다.
이 때에도 학부모들이 강하게 반대했고, 시 역시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당시 지구단위계획상 민락2지구 자족시설용지에는 지식산업센터가 포함돼지 않아서다.
그러다 정부가 민락2지구를 준공한 2015년 자족시설용지에 지식산업센터를 허용하는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다만 공공주택지구 업무 지침상 개정한 법을 바로 지구단위계획에 반영·변경할 수 없었다.
자치단체가 5년 마다 지구단위계획을 재정비하기 때문이다. 이에 시는 2020년 바뀐 법을 지구단위계획에 반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지식산업센터를 지을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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