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사망자인 전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 유족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추가 고소했다.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을 구속기소한 데 이어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을 차례로 소환하며 수사에 막바지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검찰이 문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에도 나서게 될지 주목된다.
이 씨의 친형인 이래진 씨는 14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직무유기·허위공문서작성·직권남용 등 혐의다. 이 씨는 지난 10월 7일 문 전 대통령을 감사원법 위반 혐의로 한 차례 고발한 바 있다.
이 씨 등 유족 측은 문 전 대통령이 이 씨가 사망하기 전 서면 보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즉시 북한에 구조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직무유기 혐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씨가 월북한 것으로 단정해 발표한 점, 국방부가 "북한군은 비무장 상태의 이 씨를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는 당초 발표 내용을 "시신 소각 추정"으로 변경한 점도 각각 허위공문서 작성죄, 직권남용 등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이 씨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은 안보와 안전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했어야 한다. 누구의 대통령이었는지 의문스럽다"며 문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었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은) 해경의 수사를 지켜보라 했지만 조작으로 얼룩진 선택적인 내용을 공개했고, 약속한 처벌은커녕 비웃듯이 (관련자들을) 승진까지 해 주었다"며 "군사 기밀이라는 이유로 감춰진 내용들이 자기들의 과오를 덮어버리기 위한 선택이었다면 참담한 범죄가 아니겠느냐"고 비난했다.
검찰은 그간의 수사 결과를 종합해볼 때, 숨진 이 씨에 대해 '월북'이라는 판단을 내린 이 사건 최고 책임자를 서 전 실장으로 잠정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으나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그 유족의 직접 고소가 이뤄지면서 수사 막판에 변수가 불거진 형국이다. 문 전 대통령이 피고소인 신분이 되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피할 수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일부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이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을 통해 "서해 사건은 당시 대통령이 국방부와 해경, 국정원 등의 보고를 직접 듣고 보고를 최종 승인한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한 것도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 가능성을 더 높게 보이게 하는 요인이다.
검찰, 노영민·박지원 연이틀 소환…둘 모두 혐의 부인
검찰은 이날 박 전 원장에 대한 소환조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박 전 원장이 서 전 실장으로부터 첩보 삭제 지시를 받고 국정원 비서실장 등을 통해 관련 첩보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원장은 그러나 줄곧 삭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으며, 이날 조사에 앞서서도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통령과 서훈 전 실장으로부터 어떠한 삭제 지시도 받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원장으로서 직원들에게 무엇도 삭제하라고 하지 않았다"며 "오늘 저를 조사함으로써 개혁된 국정원을 더는 정치의 장으로 끌어들이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인 13일에는 노 전 실장이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노 전 실장은 당시 비서실장으로서 이 씨 사망 사실을 대통령에게 최초로 대면 보고했다. 검찰은 노 전 실장을 상대로 사건 발생 이후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오고 간 논의 내용과 지시 사항 등을 확인하고, 관계 회의 가운데 사건을 은폐하거나 자진 월북으로 몰아가려는 시도가 있었는지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문 전 대통령의 관여 여부를 캐물었으나 문 전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진술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박 전 원장 조사를 마친 뒤 지난 9일 사건 은폐 등 일부 혐의로만 재판에 넘긴 서 전 실장에 대해 자료 삭제 등 관련 혐의로 추가 기소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일괄 기소가 이뤄지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은 검찰에 의해 구속됐으나 현재는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된 상태다.
박 전 원장과 노 전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처리 여부는 이날 박 전 원장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조만간 결론을 낼 예정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당초 이들에 대한 기소 여부를 판단한 후 사건을 연내 종결할 계획이었으나, 문 전 대통령 직접 조사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당초 일정보다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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