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안보 사안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오랜 세월 국가안보에 헌신해온 공직자들의 자부심을 짓밟으며, 안보체계를 무력화하는 분별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감사원이 지난 10월 해당 사건을 '문재인 정권의 월북몰이'로 결론지은 데 이어 검찰이 지난달 29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하기에 이르자 직접 규탄하고 나선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같은 내용의 입장문을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을 통해 전달했고, 윤 의원은 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독했다.
문 전 대통령은 "서해 사건은 당시 대통령이 국방부, 해경, 국정원 등의 보고를 직접 듣고 그 보고를 최종 승인한 것"이라면서 "당시 안보부처들은 사실을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획득 가능한 모든 정보와 정황을 분석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사실을 추정했고, 대통령은 이른바 특수정보까지 직접 살펴본 후 그 판단을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언론에 공포되었던 부처의 판단이 번복되었다"면서 "판단의 근거가 된 정보와 정황은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데 결론만 정반대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통령은 "그러려면(결론이 바뀌려면) 피해자가 북한 해역으로 가게 된 다른 가능성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어야 한다"면서 "다른 가능성은 제시하지 못하면서 그저 당시의 발표가 조작되었다는 비난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안보 사안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오랜 세월 국가안보에 헌신해온 공직자들의 자부심을 짓밟으며, 안보체계를 무력화하는 분별없는 처사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윤 의원은 입장문 낭독 후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통령의 입장문 발표 배경에 대해 "지난 번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영장 청구가 법원의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나지 않았나"라면서 "서훈 전 실장에 대해 (검찰이) 영장 청구하는 일이 벌어졌고 내일이 실질심사다. 그런 상황에서 입장문을 낸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국정감사와 지난한 과정을 통해 윤석열 검찰의 무리한 정치 보복 수사에 대해서 많은 사실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전임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성 수사가 자행되는 데 대한 생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지난 달 29일 서 전 실장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와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서 전 실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피살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경 청와대에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서 전 실장이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회의 참석자들에게 ‘보안을 유지하라’는 지침과 함께 관련 첩보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 전 실장은 그러나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서 전 실장에 대한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구속영장실질심사는 오는 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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