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잠시 멈췄던 민생 행보를 재개했다. 예산안 정국에서 국민에게 직접 '민주당 표 예산안'을 설명하는 기회를 갖는 한편, '사법 리스크'로 위축된 당 대표로서의 입지를 바닥 민심 다지기를 통해 회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13일 충청남도 천안시를 찾아 '국민속으로 경청 투어'라는 이름으로 민심 탐방에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3시에는 천안 중앙시장에 방문한 뒤 오후 7시부터는 대전에서 열리는 '대전·세종 권역 찾아가는 국민보고회'에 참석한다. 다음날인 14일 오전에는 세종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뒤 오후에는 청주에서 '충북권 타운홀 미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청 투어' 취지에 대해 "민생 복합 위기 상황을 민주당이 국민과 함께 극복해 나가겠다는 의미"라며 "정치 탄압이 심화하고 있고 공포 정치가 되고 있는데, 그런 말씀을 드리면서 국민과 당원의 목소리를 들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매주 경청 투어를 계속할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민생'을 강조하며 현장 최고위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나 10월 국정감사 등 국회 일정과 함께 자신과 측근을 겨냥한 검찰 수사로 인해 현장 방문 일정이 잠시 중단됐었다. 그럼에도 다시 민생 행보를 재개한 것은 최근 사법리스크가 고조되는 가운데서도 민생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떳떳하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에 대해선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이날 천안으로 이동 중 차 안에서 50여 분 간 생중계를 통해 온라인 소통을 한 차례 진행한 뒤 중앙시장에서도 직접 마이크를 잡고 "우리 사회가 공포감에 젖어들고 있다"고 현 정부의 사정 흐름 및 대(對)언론 강경 자세를 비판했다. 자신을 향한 수사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비판적 시선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생중계를 통해 "얼마 전에 어떤 교수들을 만났는데 '말하기가 조금 꺼려진다. 자기검열을 한다'고 하더라"면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그런 걱정을 하게 되는 상황이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무원들은 또 감사원이 정책 감사를 한다고, 어떤 정책 결정을 잘했니 못했니를 자꾸 따지니까 불안해서 일을 하겠느냐"면서 "일을 할 이유가 없다. 온 사회가 경직되고 뭔가 불안해하고 그런 사회가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는 마치 어머니처럼 포근하고 외부로부터 집안 지켜주는 아버지처럼 든든해야 하는데 점점 국가가 혹시 날 혼내지 않을까, 혹시 날 때리지 않을까, 이런 두려운 존재로 바뀌어가고 있다"면서 "민주주의가 숨을 못 쉬는, 질식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천안 중앙시장에서 한 즉석 연설에서도 "어떻게 만들어 온 민주주의고 표현의 자유인데, 몇 개월 만에 과거로 돌아갔단 말인가"라면서 이제는 우리가 행동해야 한다. 강자들이 일방적으로 횡포를 부리는 사회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기회 누리는, 모두가 희망을 나누는 공동체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두고는 "정부가 접근하는 걸 보면 이해하기가 진짜 어려운 게 있다. 3000억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초대기업들 법인세를 꼭 깎아주겠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왜 존재하나. 억강부약(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도움)이 정부의 역할이 아닌가. 그러라고 세금 내서 월급 주지 않느냐"면서 "국민이 부여한 힘으로 강자들이 횡포 부리고 맘대로 하도록 하고 있다. 다수의 약자들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이 대표의 천안 중앙시장 연설에는 수많은 시민이 모여 "이재명"을 외치는 등 대선후보 시절 유세 장면을 연상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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