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협상을 둘러싸고 여야 간 평행선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새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만 바라보는 여당의 태도가 예산 협상의 걸림돌이라고 주장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3일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에 관해 노력하고 있지만 워낙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민주당이 전혀 양보 태도가 없어 진척이 없다"며 "오늘 오후 2시 국회의장실에서 모이기로 했지만 어느 정도 민주당이 태도 변화가 있을지에 따라 (협상 타결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헌법이 예산편성권을 정부에 부여한 건 정부가 책임지고 경제정책 재정정책을 펼 권한을 인정한 것"이라며 "더구나 올해는 윤석열 정부 출범 첫해이기 때문에 처음으로 정부 정책이 드러나는 예산편성인데, 이걸 동의해주지 않은 채 꼭 필요한 예산을 깎고, 이 정부 판단에 필요하지 않고 편성하면 안 되는 예산은 강요하고 있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민주당이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 확대, 중소·중견기업 법인세 인하·월세 세액공제율 인상'을 묶어 '서민 감세 3법'이라는 이름으로 들고 나온 데 대해서도 주 원내대표는 "지난 5년 꾸준히 세금을 올리고 깎자는 요구를 안 들어주던 사람들이 '서민 감세'라 떠드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놀부가 제비 다리 부러뜨리고 치료하는 것과 진배 없는 그런 일"이라고 쏘아붙였다.
예산 협상이 끝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민주당이 수정안 단독 의결까지 감행하겠다고 한 데 대해 주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74년이나 없던 일이다. 민주당이 그런 식의 폭거를 자행하면 국민이 가만히 있겠나"라며 "국내 경제 사정이 매우 어렵고 복합위기가 다가와서 정부가 하는 일을 도와줘도 '이 위기를 조속히 극복할 수 있나' 의문이 드는데 사사건건 정부가 일을 못하게 하는 건 대한민국 자해행위"라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어 "국민들이 정권을 바꾸고 '당신들 정책 안 되겠다, 물러나라' 했으면 (야당은) 새 정부를 도와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한쪽에서는 예산안 협상을 가로막고 한쪽에서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그럴 바엔 윤 대통령이 직접 국회와 협상하고 담판하라"며 "협상 내내 여당이 윤 대통령만 쳐다보는 형국"이라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의 발언은 전날 윤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예산안 처리 지연에 아쉬움을 표하며 예산 협상 최대 쟁점인 법인세 인하에 대해 "대기업만의 감세가 아닌 모든 기업의 투자·일자리를 늘려 민간 중심의 경제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추진 의사를 명확히 한 데 대한 것이다.
이어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내세운 '서민 감세 3법'에 대해 "국민 감세는 초부자 감세 대신 서민을 두텁게 지원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핵심은 3천억 원을 초과하는 법인세 최고세율은 유지하되 중소기업 법인세율은 낮추자는 거다. 직장인의 유리지갑을 조금 더 지키고 월세 부담을 낮추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가난한 게 걱정이 아니라 고르지 못한 게 걱정이라고 했다. 민심은 불공정에 민감하다"며 "윤 대통령과 여당은 초부자에만 편중된 (감세) 특혜를 철회해야 한다. '특권 예산', '윤심 예산'만 고집하면 (민주당은) 수정안을 제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주 원내대표는 이날 윤석열 정부 '노동시장 개혁' 전문가 논의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발표한 주69시간 노동 허용안, 30인 미만 사업장 주8시간 추가 연장근로제 일몰 연장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주 69시간 노동 허용안'에 대해 "사람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고 전문가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주 52시간의 경직된 제도로는 근로자도 만족시킬 수 없고 사용자도 만족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어 "특히 지금 30인 미만 근로자 사용 업체에서 8시간 추가 연장 근로제를 채택하는 업체가 91%, (추가 연장 근로제) 일몰 시 인원이 없어 일감은 못받아 영업이익이 준다는 업체가 66.5%, 주 52시간 일하면 수익이 안 돼서 직장을 떠나겠다는 사람이 64.2%"라며 "이런데도 일몰 연장을 하지 않으면 노동시장 대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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