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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 언급 안 한 기후총회 결의문…"긴 쇼핑목록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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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재원' 언급 안 한 기후총회 결의문…"긴 쇼핑목록에 불과하다"

제27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 초안 발표…손실과 피해·화석연료 감축 등 주요 쟁점 구체적 언급 없어

17일(현지 시각) 제27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종료 후 발표될 결의문 초안이 나왔지만 "긴 쇼핑목록에 불과하다"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기후총회 최대 쟁점이었던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에 대해서 길게 서술이 되었지만 구체적인 기금 마련 방안이나 배상, 책임 등 선진국에 법적인 강제 의미를 가지는 용어는 언급되지 않았다. 또한 석탄을 포함한 '모든'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 또한 초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발표된 초안은 "파리협정 이행을 위해서는 기후위기가 가져온 부정적 영향과 관련해서 취약한 국가의 '손실과 피해'를 다루고,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언급했다. 기후위기가 가져온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국가들의 손실과 피해 문제를 국제사회가 필수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초안은 "개발도상국이 겪는 막대한 재정적 비용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라며 "'공통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이라는 원칙과 평등의 원칙을 다시 상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선진국의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로 시작된 기후위기가 개발도상국에 피해로 돌아왔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책임 또한 차별화해서 져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손실과 피해'에 관해 개발도상국들이 가장 핵심적으로 주장해 온 '재원' 마련 방안은 언급되지 않았다. 오직 "손실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재정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을 경고한다"라고만 언급됐다. 재원을 어떻게, 언제까지, 얼마나 만들 것이며 누가 책임을 질 지에 대한 합의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영 일간 <가디언>은 초안에 대해 "손실과 피해에 대한 깊은 우려와 경고 등은 가치가 있지만, 초안 어디에도 배상(Reparation), 책임(Compensation), 보상(Compensation)은 찾아볼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환경운동가들은 기후위기를 유발한 국가와 그로 인해 피해를 겪고 있는 국가가 동일하지 않다는 의미에서 책임 등의 용어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이번 초안에서도 결국 선진국의 책임과 배상을 언급하는 용어가 사용되지 않은 것이다.

▲ 이번 기후총회 최대 쟁점이었던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에 대해서 길게 서술이 되었지만 구체적인 기금 마련 방안이나 배상, 책임 등 선진국에게 법적인 의미를 가지는 용어는 언급되지 않았다. 재원을 어떻게, 언제까지, 얼마나 만들 것이며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로이터=연합

'석탄'에서 '모든 화석연료' 단계적 감축 확대도 진통

환경단체들이 주장해 온 '모든 화석연료에 대한 단계적 감축'이 초안에 담기지 않은 점도 비판이 나온다.

초안에는 "감소되지 않는 석탄발전(unabated coal power)의 단계적 감축과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및 합리화"가 필요하다는 문구가 담겼다. 이는 작년 글래스고 기후총회에서 도출된 합의 내용의 반복이다. 

환경운동가들은 석탄뿐만 아니라 석유, 가스 등을 포함한 '모든' 화석연료의 감축 및 폐지가 결의문에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에도 작년 수준의 합의만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다만 '모든 화석연료를 감축해야 한다'라는 주장은 국가별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국가가 인도다. 작년 글래스고 기후총회 합의문 초안에는 석탄의 '단계적 퇴출'(Phase out)이 담겼다. 그러나 사용 전력 4분의 3을 석탄발전으로 생산하는 인도 등의 반대로 '퇴출'은 '단계적 감축'(Phase down)으로 수정되어 최종 결의문에 담겼다.

그런데 인도는 올해 총회에서는 '석탄'이 아닌 '모든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석탄을 넘어 모든 화석연료를 감축해야 한다는 주장은 표면적으로는 더 강화된 입장으로 읽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인도의 이러한 입장이 석탄에만 쏠리는 국제사회의 관심을 회피하기 위한 방향이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석탄'을 '모든 화석연료'로 확대함으로써 인도의 책임을 희석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프란스 팀머만스 유럽연합(EU) 기후정책 국장은 "EU는 모든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감축하자는 요구는 지지하지만 인도의 요구가 석탄에 대한 협의를 약화시키지는 않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석탄뿐만 아니라 모든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을 결의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배출량을 더 많이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 또한 16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에 "감소되지 않는 석탄, 가스 등에 대한 단계적 감축에 동의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 석탄 대신 '모든' 화석연료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국가별로 복잡한 양상을 가진다. 올해 협상에서 인도는 '모든'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에 대한 합의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지지표명이 석탄에만 쏠리는 관심을 회피하기 위한 방향으로 여겨지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16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에 "감소되지 않는 석탄,가스 등에 대한 단계적 감축에 동의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AP=연합

또 다른 주목할 점은 작년 협의문에 이어 올해 초안에도 담긴 '감소되지 않는'(Unabated) 이라는 용어의 의미가 무엇이냐다.

석탄 발전 감축에 단서로 붙은 '감소되지 않는'이라는 수식어는 탄소포집기술(CCUS)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석탄 발전을 의미한다. 즉 CCUS 기술이 적용되지 않았거나, 배출량 보고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석탄 발전에 대한 감축을 의미하는 것으로 통용된다.

이는 오히려 탄소감축 기술을 적용한 화석연료 사업에는 투자해도 된다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캐나다 환경운동가 체포라 버만은 "초안에 담긴 '감소되지 않는 석탄'은 여전히 시추공정을 지속할 수 있는 거대한 구멍(Loophole)이 있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개념이 초안에 담기지 않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카를로스 퓰러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 기후대사는 추상적인 초안 내용을 두고 "긴 쇼핑목록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당사국총회 그린피스 대표단 예브 사뇨 단장 또한 초안에 대해 "화석연료에 대한 언급조차 실패한 것은 많은 국가들이 표현한 (기후위기) 긴급성에 대한 책임을 포기한 것"이라며 "화석연료 시대는 최대한 빨리 끝나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초안은 남은 총회 기간 지속적으로 수정되어 발표될 예정이다. 6일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개최한 이번 COP27 폐막은 18일이지만 협의 진행 결과에 따라 합의문 발표가 늦어질 수 있다. 작년 COP26도 공식폐회일 이후로도 협상을 지속해 '글래스고 기후조약'을 채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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