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오른팔'로 불리는 정진상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검찰이 이 대표를 점차 직접적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 최고위에서는 검찰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다만 이 대표는 이날 검찰 수사 관련 발언을 하지 않았다.
16일 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박찬대 최고위원은 "대장동 사건의 핵심인 박영수 전 특검과 '50억 클럽' 수사는 통째로 사라지고 박영수 사단 검사들이 야당 탄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며 "심지어 영장에 허위사실을 버젓이 기재한 사실도 들통났다. 생선을 입에 물고 있는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의 도둑 수사를 맡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민주당은 정 실장의 압수수색에 기재된 내용 중 정 실장 자택의 CCTV 존재 여부 등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며 "조작된 영장"이라고 주장했다.
서영교 최고위원도 "저도 검찰 수사 엄청 받았던 사람인데, 검찰 수사하려면 팩트 가지고 와야 되는 거 아니겠나"라며 "검찰은 야당을 정치적으로 탄압하고 야당을 사냥하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헀다. 서 최고위원도 "유동규가 '정진상한테 돈을 줬는데 들키지 않으려고 CCTV 없는 계단을 이용했다'고 이야기했는데, 현장에 갔더니 그 들어가는 골목에 CCTV가 버젓이 있었다"며 같은 의혹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이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필요성, 내년도 예산심사 중점 사안, 서울시의회의 TBS 지원 폐지 조례안 통과 등에 대해 발언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이 정 실장의 소환, 검찰 수사 등에 대해 질문을 던졌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다만 이 대표는 정 실장이 소환조사를 받고 있던 전날 밤 9시께 SNS에 '대장동 700억은 3인방 몫이라던 검찰, 돌연 말 바꾼 근거는'이라는 취지의 언론사 기사를 공유하면서 "검사가 바뀐 것이 전부"라고 짤막한 글을 남겼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에는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유죄 정해놓고 끼워 맞추는 검찰 수사, 진실은 반드시 드러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가 아니라 창작을 하고 있으며 그마저 최소한의 개연성도 없이 설정 오류로 가득 찬 창작물임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진술을 입증하려고 물증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 진술을 사실로 가정한 채 진술에 물증을 끼워 맞추고 있는 것", "검찰은 결론을 정해놓은 채 '아니면 말고', '하나만 걸려라' 하는 식으로 사실관계를 끼워맞추고 있다. 검찰이 하고 있는 것은 수사가 아니라 사냥"이라고 했다. 이날 박·서 최고위원의 발언 내용은 이 대표의 이 글과 내용·논조가 매우 흡사하다.
정 실장은 전날인 15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1부(엄희준 부장검사)에서 소환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정 실장에게 △2013~2020년 성남시 정책비서관, 경기도 정책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에게 총 1억4000만 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 △대장동 사업 특혜 제공 대가로 김만배 씨와 보통주 지분 중 24.5%에 해당하는 배당(약 428억 원)을 나눠갖기로 약속한 혐의(부정처사후수뢰),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에서 비공개 내부 자료를 민간업자들에게 흘려 거액의 이익을 챙기게 한 혐의(부패방지법 위반) 등을 두고 있다.
정 실장은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 약 14시간 동안 마라톤 조사를 받았으며, 앞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구속기소)과는 달리 "사실과 다르다"며 적극적으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처음부터 정 실장으로부터 의미있는 진술을 기대하지는 않았고, 그가 혐의를 부인하거나 묵비하는 등의 진술 태도를 보인 것을 구속영장 청구의 근거로 활용하려는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실제로 조사 다음날인 이날 오전 곧바로 정 실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정 실장, 김 부원장에 대한 수사·기소를 왜 당 전체가 나서서 방어해야 하느냐는 회의론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돈을 받았다고 검찰·법원에서 결론난다면) 두 사람은 책임을 져야겠지만 그렇다고 그게 곧바로 이재명 대표 연루의 증거가 될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도 "분리해서 대응해야 된다. 김용·정진상 이런 분들이 돈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부정·비리에 연루됐는지는 저도 잘 모른다. 그것은 최종적인 수사나 판결이 나와야 판명이 날 것이기 때문에 그 분들에 대한 부분은 그 분들이 책임져야 하고, 그 분들이 무고하다면 그 분들이 나서서 밝혀야 될 일이다. 당이 여기에 깊게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 의원은 "그런 측면에서 요즘에 너무 김용·정진상 씨에 대해서 당이 총력을 들여서 방어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 리스크를 당도 떠안는 것"이라며 "지금 사법적 의혹, 비리 의혹이 당과 관련된 게 아니고 개인의 영역에 속하는 비리 의혹이다. 이 부분은 당사자 본인들이 법률적으로 대응해서 무고함을 밝혀야 될 문제고, 당 지도부가 나서서 총력을 기울여서 엄호한다거나 이런 것은 저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당은 공조직이니까 별개로 대응하는 것이 마땅하고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 맞지 않을까"라고 그는 부연했다.
전날 조응천 의원도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게 무슨 당무와 관련된 일이냐? 아니지 않느냐. (이 대표가) 성남시장, 혹은 경기도지사로 재직시 있던 일이지 않느냐. 그런데 왜 당이 나서지? 당의 대변인 ·공보실 이런 데서 왜 나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이건 당무와는 관계없다. 이 대표가 우리 당의 대선후보가 된 이후의 일부터는 당이 직접 개입을 해야 되지만 그 이전의 것은 당무가 아니다. 이건 좀 엄격히 분리해야 된다"고 했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