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처음으로 대면해 25분 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미 동맹, 한미일 공조에 방점을 둔 외교 전략을 천명한 윤 대통령과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팽팽한 긴장을 엿보인 시 주석의 만남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이날 주요 20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중국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상호존중과 호혜에 기반한 성숙한 한중 관계를 위해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저와 주석님은 지난 3월 통화와 8월 한중 수교 30주년 축하 서한을 교환하며 새로운 한중 협력의 시대를 열어가자는 데 공감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외교 목표는 동아시아와 국제사회의 자유, 평화, 번영을 추구하고 기여해나가는 것"이라며 "그 수단과 방식은 보편적 가치와 규범에 기반하고 있다"고 했다.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제시한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에 담은 '보편적 가치 기반 국제질서 강화'를 재확인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미국, 일본 등 자유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공조 강화를 외교적 목표로 분명히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동아시아와 국제사회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추구하는 데에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은 중국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경제 교류, 인적 교류를 포함해 한반도와 역내 평화와 안정, 나아가 기후 변화, 에너지 변화와 같은 글로벌 이슈에 대해 함께 소통하고 협력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에 앞서 모두발언을 한 시 주석은 "(한국과 중국이) 지역 평화를 유지하고 세계 번영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책임이 있으며 광범위한 이익관계가 있다"며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한 협력을 강조했다.
다만 시 주석은 "중국은 한국 측과 함께 중한 관계를 유지, 발전시키고 G20 등 다자간 플랫폼에서의 소통과 협조를 강화하며 진정한 다자주의를 함께 만들어 세계에 더 많은 긍정적 에너지와 안정성을 제공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다자주의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8월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한중관계 발전을 위한 5가지 요구사항(독립자주, 선린우호, 안정적 공급망 수호, 평등·존중 견지, 다자주의)에도 포함된 것으로, 미국의 대중국 전략을 견제하는 용어다.
시 주석은 "세계가 새로운 격동의 변혁기에 접어들과 국제사회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한 지금은 (한국과 중국이) 이사할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트너"라고 했다.
이어 시 주석은 "지난 3월 (윤 대통령의) 당선 이후 통화와 서한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여러 차례 소통했는데, 이는 중한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친근감을 보이기도 했다.
尹대통령 "北 도발에 중국이 건설적 역할 기대", 시진핑 "북한의 의향이 관건"
회담 뒤 대통령실은 양국 정상이 한중관계 발전 방향, 한반도 문제, 역내·글로벌 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북한이 전례 없는 빈도로 도발을 지속하며 핵·미사일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면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인접국으로서 중국이 더욱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북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당부했다.
이에 시 주석은 "한중 양국이 한반도 문제에 공동이익을 가진다"면서 "한국이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윤 대통령이 제시한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 "북한의 의향이 관건"이라며 "북한이 호응해 온다면 담대한 구상이 잘 이행되도록 적극 지지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팬데믹과 글로벌 경기 침체, 기후변화와 같은 복합적 도전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한중 양국 간 고위급 대화를 정례적으로 활발히 추진해 나가자"고 제안했으며, 시 주석도 고위급 대화 활성화에 공감을 표하면서 "한중 양국 간 1.5 트랙 대화체제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양 정상은 한중 FTA 2단계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자는 데에도 의견을 같이 했다.
이와 함께 시 주석은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국을 방문할 수 없었지만 코로나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윤 대통령의 방한 초청에 기쁘게 응할 것"이라고 방한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도 "상호 편리한 시기에 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지난 2019년 12월 이후 3년 만에 열린 한중 정상회담은 25분에 그쳐 지난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50분), 한일 정상회담(45분)과 비교해 짧은 시간에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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