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희롱 행위를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15일 박 전 시장의 배우자 강난희 씨가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조치권고 취소 소송에서 원고인 강 씨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해당 소송의 쟁점은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언동이 성희롱에 해당하는가'였다. 이에 대한 심리과정에서, 재판부는 특히 '박 전 시장과 피해자 사이의 위계 관계', '고통과 별개로 친밀감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의 상황' 등을 고려해 박 전 시장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인정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해 1월 서울시장, 여성가족부장관, 경찰청장에게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언동은 성희롱에 해당'한다며 서울시장, 여성가족부, 경찰청장 등에게 피해자 보호방안 마련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 결정했다.
이에 강 씨는 "인권위가 성희롱으로 인정한 행위는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같은 해 4월 인권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유족 측 법률 대리인을 맡았던 정철승 변호사는 지난달 박 전 시장과 피해자 간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일부 공개하며 '피해자가 박 전 시장에게 친밀감을 표시하는 대화 내용을 볼 때, 피해자를 피해자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박 전 시장이 "(피해자의) 직장 내 지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최고 권력자"였음을 언급하며 "피해자로서는 이 사건 각 행위에 대하여 망인에게 거부 의사나 불쾌감을 표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한 피해자가 직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내키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성희롱 피해를 감수하는 측면이 있음을 피해자의 입장에서 다방면으로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성희롱 피해를 받은 수치심으로 인하여 피해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존재할 수 있음" 또한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소위 '피해자다움'을 강조해온 유족 측 주장에도 재판부는 "'성희롱 피해자라면 이러한 태도를 보였을 것이다'라는 자의적인 생각에 기초한 것으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 성희롱 피해자들의 양상을 간과한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족 측이 '피해자답지 않은 모습'으로 제시한 일부 메시지 내용에 대해서는 "망인이 피해자에게 대답이 곤란한 성적인 언동을 하자 이를 회피하고 대화를 종결하기 위한 수동적 표현"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망인에게 밉보이지 않고 망인을 달래기 위하여 피해자가 어쩔 수 없이 한 말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고도 했다.
박 전 시장은 지난 2020년 7월 서울 북악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그가 부하 직원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알려졌지만,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경찰은 혐의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은 채 같은 해 12월 수사를 종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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