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론과 관련,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선을 그었음에도 불구하고 여권 내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사퇴론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10일 SNS에 쓴 글에서 "윤 대통령은 '막연하게 뭐 다 책임져라, 그건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최측근 행안부 장관을 비호했다"며 "트루먼의 경구에 감동받고 '국민 안전에 대한 국가의 무한책임'을 수차 강조하던 윤 대통령은 지금 어디로 사라졌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전 의원은 나아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윤핵관'들에게 '당이 왜 이렇게 매가리가 없나. 장관 한 명 방어도 못하나'라고 짜증을 냈다고 한다. 비서실장이란 사람은 '매번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장관 바꿔라, 청장 바꿔라 이것도 후진적'이라고 한다"며 "현대사회는 뭐고 후진적은 뭔가.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156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가 어떻게 '매번 터지는 사건'인가"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날 오후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장관께서 사고 직후에 여러 가지 국민적인 감정과는 다른 발언들을 하셨다. 우려할 만한 인파가 아니었다든지. 경찰 배치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다든지"라며 "대통령께서 만류를 하시더라도 스스로 사퇴 표명을 하셔서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드리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말했다.
'수습 후 사퇴가 아닌 지금 사퇴해야 한다는 말인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안 의원은 "제대로 객관적으로 수사를 빨리 독려할 사람이 지금 다 없어져 버리는 것도 곤란하니까 최소한 해야 될 도리를 하고 스스로 사퇴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신핵관'으로 불리는 윤상현 의원도 지난 8일 한국방송(KBS) 라디오에 출연해 "장관은 정치적으로 또 결과적으로 책임지는 자리다. 행정 책임이 아니다"라며 "저라면 자진 사퇴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사퇴 시점에 대해 윤 의원은 "본인의 판단력인데 일단 사태 수습을 하고 진실규명을 해야 되지 않나. 그렇게 본다"고 해 '선 수습 후 사퇴'에 힘을 실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주무 부처 장관이었던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이날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이 장관에 대해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고 참사 수습이 일단락된 2014년 12월 사표가 수리됐다.
'이 장관 사퇴론'에 대해 이 전 장관은 "수습과 책임, 둘 중 어떤 것이 먼저인지 정해진 건 없다. 다만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별개다. 시의적절하게 늦지 않게 조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내가 이 시점에서 뭐라고 논평하는 건 좀 부적절하다. 국민들이 판단하실 것"이라며 "다만 최대한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충고했다.
이 전 장관은 세월호 참사 당시 자신이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던 일에 대해 "큰 사고를 발생시킨 주무 부처의 총책임자니까 당연히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며 "다만 희생자들이 수몰된 상황이기 때문에 시신을 찾는 게 중요한 과제였다. 그래서 좀 사퇴가 미뤄진 것뿐"이라고 했다. '주무부처 책임자는 당연히 사퇴하는 게 옳다'는 그의 말은 이상민 장관에 대한 간접적 지적으로도 읽혔다.
이 전 장관은 이태원과 세월호 참사를 비교하는 여론 반응이 있다는 질문에는 "앞으로 수사에 따라 적절한 평가가 나올 것"이라면서도 "사고가 난 상황은 다르지만 경찰의 112 신고 대처와 세월호의 구조 요청 이후 해경의 조치가 비슷하게 보인다"고 지적했다.
당권 주자인 유 전 의원, 안 의원, 윤 의원 등의 발언은 대통령실로부터 장관 책임론에 대한 부정적 입장 표명이 이미 이뤄진 이후에 재차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경찰을 질타하던 중 "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느냐"고 경찰에 대해서는 질타를 하면서도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사람에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이지.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져라, 그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라고 해 이 장관 사퇴론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지난 9일 <파이낸셜뉴스>는 윤 대통령이 친윤계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당이 왜 이렇게 매가리가 없냐. 당은 도대체 뭐하는 것이냐. 장관 한 명 방어도 못하나'라고 질타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도 지난 8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매번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장관 바꿔라, 청장 바꿔라' 이것도 저는 좀 후진적으로 본다"며 인적 책임론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는 태도를 보였다.
대통령실과 여당 일각의 목소리가 갈리는 상황이 되자 당 지도부는 입단속에 나섰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우리가 무한책임을 진 집권여당으로서 당력을 한데 모아야 한다"며 "의원님들 개별적으로 인터뷰도 하고 메시지도 전할 텐데, 여권이 지금 시점에서 취할 자세를 크게 한 번 보고 흔들리지 않는 모습, 중심을 잡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특별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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