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야당의 사퇴 압박에도 '버티기'로 일관했다.
한 총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 이틀째인 8일 '아직도 자진 사퇴할 생각이 없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의 질의에 대해 "수사를 지켜보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즉각 사퇴 요구를 물리친 것이다.
한 총리는 '대통령에게 사퇴하겠다는 말을 한 적도 없느냐'는 정 의원의 질문에 "제가 지켜보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는 말을 대통령께 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자진 사퇴를 생각해 본 적은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사퇴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행안부 장관 해임을 건의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수사를 지켜보고 누가 책임이 있느냐를 알아야 할 것 같다"면서 "그 다음에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답했다.
이 장관 역시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책임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할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도 "지금은 사고 수습에 전념하면서 유족을 위로하고 병상에 계신 분들의 쾌유를 돕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이어 '스스로도 사퇴를 고려한 적이 없느냐'는 정 의원의 거듭된 질문에 "드린 말씀과 같이 더 중요한 일을 현재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서 하겠다"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윤희근 경찰청장 또한 '오늘이라도 사퇴할 생각이 없느냐'는 정 의원의 질문에 "책임 있는 공직자로서 현재 상황을 수습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길이 더 어려운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다만 정부 책임론이 제기되는 데 대해선 일부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참사 당일) 그날 국가가 있었느냐'는 민주당 주철현 의원의 질문에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할 책무를 가진 분들의 제대로 된 대응이 작동하지 못했다"며 "정부에서 그러한 기능을 하는 부분이 작동하지 못했다"고 했다.
한 총리는 인사혁신처가 참사 직후 '참사'가 아닌 '사고'로, '희생자'가 아닌 '사망자'로 쓰라고 공문을 통해 지시한 것과 관련해 "당초 사고와 사망이라고 했던 건 재난관리안전기본법에 기본 해서 그렇게 정한 것이지만 지금으로 봐서는 참사이기도 하고 희생일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수정 공문을 내려보냈느냐'는 주 의원의 질문에는 "지금 다 그렇게(참사, 희생자) 쓰고 있지 않느냐"면서 "공문을 수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망자란 것도 법에 의한 용어이기 때문에 당시로선 합당한 결정일 수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제대로 하지 못한 기능이 있고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이제는 참사 희생자라고 쓰는 게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한 총리는 경찰이 대통령실 경호에 집중하느라 이태원 참사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민주당의 비판에 대해 "그 지적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청장도 "그날 이태원 일대에 137명이 배치돼있어서 기동대가 있고 없고는 사건 발생의 핵심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질의에 나선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도 '민주당에서 대통령실 경호 관계 때문에 이태원에 경력을 배치하지 못해 사고가 났다는 주장은 경찰관 출신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말을 보탰다.
아울러 서 의원이 '(대통령실 경호 때문이 아니라) 단지 판단 미스(잘못)인지는 몰라도'라고 말하자, 윤 청장은 "제대로 예견하지 못한 이유가 제일 큰 것 같다"며 "두고두고 많이 좀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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