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번진 2020년 3월 이후, 하늘길이 막히고 거리두기가 강화되었습니다.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교육은 위축되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어교원 조합원들은 계약직 38명 전원을 무기직으로 전환했고(서울대), 학교와 단체협약, 임금협약을 체결했습니다(연세대). 10년도 넘게 묵은 계약서를 새로 썼고(경희대), 부당해고에 맞서 대법원까지 갔다 복직했습니다(강원대). 엔데믹이 가까워진 2022년 10월, 한글날을 맞이하여 팬데믹 기간 한국어교원의 투쟁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2018년 11월 어느 날, 학교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했다. 아는 것 하나 없었지만 분노를 힘으로 지방노동위원회를 찾아가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했다. 그 소송은 우리를 3년 여 괴롭힌 끝에 작년 12월,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기각 종결되었다. 5번의 소송, 다행히도 모두 이겼다. 우리가 받은 법적 판단은 한국어교원들의 강의 외 노동시간에 대해 인정받은 첫 판례로 남게 되었다.
참가인들은 강의시간 이외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업무에 관하여 주당 기본 숙제 검사 3시간, 쓰기 피드백 2.5시간, 말하기 시험 및 토론·토의 피드백 1.2시간, 급별 회의 1.5시간, 시험회의 1.2시간, 학생상담 1시간, 상담일지 및 상담현황표 작성 0.5시간, 문화수업 인솔 1시간, 시험 출제 및 검토 1시간, 시험지 채점 및 종강보고 작성 1.2시간 등이 소요된다고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참가인들의 주장이 비합리적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이에 관하여 원고(학교 측)는 주당 수업시간만이 소정근로시간이라고 주장할 뿐 특별히 다투지 않고 있다. 2020누41223 서울 고등법원 판결문 일부
2019년 가을, 노동조합을 만났다. 강사 몇 명이 학교를 상대로 소송하는 건 힘든 일이라며 노동조합을 소개해 주신 분이 있었다. 그 분께 받은 명함을 들고 찾아간 곳은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그 곳에서 대학노조 강원대지부를 소개 받았고, 우리는 민주노총 대학노조의 조합원이 되었다. 대학노조에서 서울대, 연세대, 경희대 한국어교원분들과 연대하며 노조활동을 해오다 올해 4월 강원대지부 한국어교원지회를 창립했다. 법정 투쟁의 결과를 들고 호봉제를 꿈꾸며 임금·단체협약을 준비하고 있다.
몰라서 할 수 있었다
지방노동위원회. 억울하고 화가 나서 찾아갔지만 막상 입구에 서니 어쩌다 이런 곳에 오게 되었을까 착잡했다. 그 곳에 세 번이나 찾아가서야 부당해고구제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었다. 처음에도 두 번째 갔을 때에도 지노위 조사관들은 적용받을 법이 없다고 기껏해야 '갱신기대권'을 다투어 볼 수 있겠지만 질 거라며 말렸다. 세 번째 갔을 땐 작정하고 져도 좋으니 신청서를 쓰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렇게 긴긴 소송이 시작되었다.
해고 직후, 2018년 11월 말에 시작된 소송은 만으로 3년이 지난 2021년 12월 중순에 끝났다. 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행정소송 1심-2심-대법원까지 피가 마르는 시간이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이렇게 길고 힘들 줄 알았더라면 시작할 수 있었을까.
소송을 시작하며 권선징악을 꿈꿨다. 마땅히 학교는 우리에게 사과할 것이고, 해고한 누군가는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 생각했다. 우리는 파리 목숨 마냥 쉽게 해고되었는데, 해고한 그들은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고 인사철이 되자 자리를 옮겨 갔다. 2019년 5월, 지방노동위원회의 판결로 복직했고 임금상당액도 받았지만 소송은 계속되었고 강의는 할 수 없었다.
학교 측은 사과는커녕 강의하던 사람들을 행정실로 출근시켜 업무도 주지 않고 시간을 보내게 했다. 말도 안 되는 계약서를 내밀며 합의를 종용하기도 했다. 그사이 반말을 내뱉으며 기분대로 소리 지르는 과장과 이야기하다 함께 언성을 높이는 일도 여러 번 있었다.
때로 소송을 멈추고 합의하자며 부드러운 말을 건네던 학교는 뒤에선 항소를 제기하며 칼을 꽂는 일을 반복했다. 그렇게 대법원까지 갔다. 다섯 번의 소송은 이어진 듯 보였지만 모두 새로운 것이었다. 증거로 사실을 다투는 곳이 법정인 줄 알았는데, 증거도 없는 학교 측의 거짓 주장이 난무했고 함께 일했던 동료가 증인으로 나와 학교 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모습도 봐야 했다. 처음인 듯 고통스러운 일이 다섯 번 반복되었고 매번 결과를 기다리며 숨이 막혔다.
대학 내 한국어교원의 법적지위는?
대학 내 한국어교원들은 고등교육법 개정안 이른바 강사법의 대상이 아니라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다. 때문에 법정에서는 2년 이상 일을 했는지에 따라 초단시간근로자인지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되었는지 여부를 다투게 된다.
기간제법 제4조는 제1항 본문에서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등의 경우에서는 그 계속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단서에서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예외를 규정하고 있다. 제 2항 본문에서는 "제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한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 규정의 입법 취지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려는데 있다. 대법원 2016.11.10. 선고 2014두45765 판결 참조
초단시간근로자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다시 ‘소정근로시간’ 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근로기준법에서 4주 동안(4주 미만으로 근로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을 평균하여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를 예외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교원들의 주당 시수를 14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계약기간이 2년을 넘지 않는다면 초단시간근로자로 남게 된다. 안타깝게도 최근 대학 내 한국어교육기관들의 채용공고는 적은 시수에 짧은 계약 기간을 명시한 채 올라온다. 하지만 ‘소정근로시간’은 강의 시간만이 아니다. 강의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업무처리에 필요한 시간은 '소정근로시간'에 포함되어야 한다.
계속되는 한국어교원들의 법정 투쟁
한국어교원들의 법정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한국어교원들이 곳곳에서 수없이 부당해고를 당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성균관대, 홍익대, 울산대에서 한국어교원들의 부당해고구제신청이 진행 중이다.
성균관대는 2019년 강의평가 등을 이유로 한국어교원들을 해고했다. 한국어교원 2명이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했고, 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행정소송 1심-2심으로 이어졌다. 지난 10월 말, 안타까운 소식이 들렸다. 2심 재판부는 학교 측의 항소를 받아들여 학교 측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데에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이유가 있다며 1심 판결을 뒤집고 재심판정을 취소하였다. 어학원의 부당한 해고 방식과 구조적 문제를 무시하고 사용자의 입장에서 해석한 아쉬운 판결이었다. 이에 중앙노동위원회는 상고를 검토 중이다.
홍익대에서도 부당해고구제신청이 진행 중이다. 행정소송 1심에서 한국어교원들의 손을 들어준 중앙노동위원회가 승소했고, 12월 초 2심이 시작된다. 홍익대에서는 일방적인 계약전환 후 기간제와 무기직으로 분류돼 다수의 한국어교원이 근로기간이 2년 미만이라는 이유로 순차적으로 해고되었다. 그 중 같이 입사하여 같은 시기에 해고된 7명의 교원들이 소송하고 있다. 학교 측은 무기 계약직 전환을 피하려 계약 기간을 중복하여 만 2년이 되는 날 계약 기간 만료 해고했다. 홍익대는 2년간 수 천만원의 이행강제금을 지불하며 한국어교원들에 대한 노동위원회의 복직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울산대 한국어교육센터는 2021년 10월, 2022년 1월 두 차례 간담회를 통해 한국어교원들에게 기관을 폐쇄한다며 수업이 없으니 나가야한다고 사실상 해고 통보를 하였다. 그렇게 한국어교원들이 해고되었지만 기관은 문을 닫지 않았다. 4명의 한국어 교원들이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했으나 지난 10월 중순,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한국어교원들의 해고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학교 측은 운영 폐쇄에서 축소로 말을 바꾸고, 해고가 아닌 대기 상태라고 주장하였고 지방노동위원회는 이러한 학교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해고의 정황이 있을 뿐 해고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울산대 한국어교원들의 재직기간은 6-15년, 오랜 기간을 근로계약서 한 장 없이 일했는데 학교 측은 이제야 1년 단위의 계약서를 내밀었다. 울산대 한국어교원들은 중앙노동위원회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수년을 일한 곳에서 해고당하고 그제야 내가 해온 일은 무엇인가 돌아보게 되었다. 법적지위도 처우도 보장 받지 못하는 한국어교원들의 참담한 현실은 여전하다. 그러니 힘들어도 투쟁은 계속되어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으니 말이다. 용기를 내 법정 투쟁을 하고 계신 한국어교원분들께 응원을 보내며,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부당함에 맞서 함께 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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