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여당과의 협의 없이 범야권 차원에서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안전시스템회의 석상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을 면전 질타한 데 빗대어 "'왜 4시간 동안 쳐다만 보고 있었느냐'는 말은 국민이 대통령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라며 윤석열 정부를 정면 조준했다.
이 대표는 9일 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왜 4시간 동안 쳐다만 보고 있었느냐'고 한 이야기를 듣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고 한 말이 생각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윤희근 경찰청장 등이 배석한 회의 자리에서 "경찰은 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나", "제도가 미비해서 대응을 못했다는 말이 나올 수 있나", " 그 상황에서 경찰이 권한이 없다는 말이 나올 수 있나", "일선 경찰서가 몰랐다는 건 납득이 안 된다"고 격앙된 발언을 했었다.
이 대표는 "대통령의 진지한 성찰과 사과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총리부터 사퇴하는 것으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책임져야 한다. 관계 장관과 경찰 책임자들의 '경질'이 아닌 '파면'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전날 국회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국정감사 당시 김은혜 홍보수석의 '웃기고 있네' 메모 논란을 언급하며 "이 사태에 대해서 좀더 진지하고 반성적인 태도를 견지하길 당부한다"고 꼬집고는 "국정을 쇄신해야 국민에게 책임지는 것이다. 꼬리 자르기 식으로 일선 경찰에게 형사책임울 묻는 것으로 사태를 종결지으려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어 "진실 규명에 정부·여당이 협조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 당장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국정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최고위 회의석상에서 "오늘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 대표는 또 "스스로 잘못한 조직이 자신의 조직에 대해 하는 '셀프 수사'로 어떻게 진실이 밝혀지고 그 결과를 국민이 신뢰하겠느냐"면서 "국정조사에 이어 특검도 준비해야 한다"고 재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정의당·기본소득당과 함께 국정조사 요구서를 공동으로 국회사무처에 정식 제출했다. 민주당 위성곤 원내수석부대표, 정의당 장혜영 원내수석부대표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함께 이날 오후 2시 30분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요구서를 냈다.
이 대표는 한편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의 이름도 영정도 없고 국화꽃 세 개만 (놓고) 분향이 이뤄지고 있다"며 "'내 아들의 이름과 얼굴을 가리지 말라'는 오열도 들린다. 세상에 어떤 참사에서 이름도 얼굴도 없는 곳에 온 국민이 분향하고 애도를 하느냐"고 분향소에 참사 사망자들의 영정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유족이 반대하지 않는 한 이름과 영정을 당연히 공개하고 진지한 애도가 있어야 한다"며 "숨기려고 하지 말라. 숨긴다고 없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문진석 의원이 민주연구원 부원장인 모 당내 인사로부터 '희생자 전체 명단과 사진, 프로필, 애틋한 사연을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는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공개됐고, 여당은 이에 대해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고 비판하면서 논란이 인 바 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전략기획위원장한테 이렇게 저렇게 제안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공식적으로는 그런 것을 논의할 주체가 아니다"라며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역사 없는 지혜는 잔꾀로 흐르고, 민심 없는 정치는 술수로 흐른다. 우리가 지금 잔꾀 부리고 술수 만들어서 역사를 책임지고 민심을 얻겠다고 생각한다면 완전히 오산이다. 역사, 민심을 무섭게 알아야지, 잔꾀와 술수로 정치하려는 태도는 민주당 안에서도 동의받을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해당 의견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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