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오는 16일 개최되는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그러나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상무위원회를 누가 구성할 것인지와 승계와 관련된 제도의 변화 예측이 어려워 다양한 논쟁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시 주석의 측근들이 권력을 장악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 주석이 권력의 정점에 서는 것이 기대되는 동시에 시 주석에게는 해결해야 할 수많은 당면 과제들이 있다.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구성
20차 당대회 이후 시진핑 국가주석은 당-국가체제인 중국에서 최고의 직위인 '공산당 총서기'와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겸직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시 주석의 측근들이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구성에 있어서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2018년 3월 중국의 헌법 개정을 통해 국가주석의 임기 5년을 2차례로 제한하는 조항을 삭제하면서 시 주석의 3연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으며, 당의 총서기직은 임기 제한이 없을 뿐만 아니라 당의 지도부가 후계자를 지목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 주석의 권력 장악은 예견된 일이었다.
가장 예측이 어려우면서도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쟁점은 최고지도부인 25명의 중앙정치국원과 7명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인선이다. 또한 현재의 제도가 유지될 지도 관심사 중 하나이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시기에 도입되어 현재까지 적용되고 있는 '7상8하'의 연령 제한 관례가 유지가 된다면 현재 상무위원인 리잔수(72)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한정(68) 국무원 상무부총리는 퇴진이 예상된다.
그러나 리커창(67) 국무원 총리, 왕양(67)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왕후닝(67) 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 자오러지(65) 중앙기율위 서기 등 4명의 상무위원에 대한 인사가 논란이다. 이들 자리에 후춘화(59) 부총리, 딩쉐샹(60) 중앙판공청 주임, 천민얼(62) 충칭시 당서기, 리창(63) 상하이 당서기, 리시(66) 광동성 당서기 등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할 것인지에 관한 다양한 해석과 논쟁이 쏟아지고 있다.
다만 새 지도부의 구성이 시 주석의 권력 집중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며, 향후 정책 결정에 있어서 시 주석의 의견은 견제가 없을 것이라는 점이 공통된 견해다.
중국 최고지도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
시진핑 국가주석과 중국의 최고 지도부는 여러 국내외 정책적 도전에 직면해있다. 중국 사회가 시 주석이 주도하는 제로코로나 정책에 지쳤다는 징후를 보인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의 새 지도부는 도시 봉쇄 정책으로 인한 경기 침체와 투자, 소비의 감소, 부동산 시장 문제, 실업, 지방 정부 재정 문제와 부채, 그리고 빈부 격차와 외교 정책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도시 봉쇄에 따른 전반적 경제의 부진과 더불어 부동산시장 위기가 심각하다.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가 감소하고 집값이 하락했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 개발업자의 채무불이행과 건설 공사중단이 발생하고 있고, 부동산 구매자들의 주택담보대출 상환 거부 사태까지 발생했다.
부동산 산업은 중국의 경제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국내총생산(GDP)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는 중국 지방정부 재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토지사용권 매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더하여 부동산 산업은 금융, 건설 자재, 소비재 시장, 고용률 및 실업률과도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
장기 발전 전략 '공동부유'
또 다른 문제는 중국의 빈부 격차를 어떻게 줄일지에 관한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창당 100주년인 2021년 '소강사회(小康社會) 건설'을 통해 농촌이 절대 빈곤에서 벗어났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한편, 이보다 조금 앞선 2020년 8월 제10차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공동부유(共同富裕)'를 실현할 계획을 제시했다.
공동부유는 소강사회에서 목표로 했던 절대적 빈곤 탈피에서 더 나아가 분배를 통하여 계층 간 불평등을 해결하고 중산층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한 단계 진보한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경제 성장의 둔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2021년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당 지도부는 공동부유가 장기 발전 전략이라는 점을 이유로 속도 조절을 제안했다.
왜 중국 정부가 목표로 제시했던 소강사회는 달성한 반면 공동부유 목표는 연기되었는가? 경제 성장은 절대적 빈곤을 극복할 수 있게 해준다. 따라서 중국은 소강사회 목표를 비교적 쉽게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절대적 빈곤과 소득 분배구조에 기인한 상대적 빈곤은 다르다. 당-정은 최근 경제 성장 저하의 문제에 직면하여 재정위기를 피하고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지 않도록 재분배정책인 공동부유 계획을 연기시킨 것이다.
중국의 소득불평등은 매우 높은 상태로 2000년대 이후 오늘날까지 급격하게 상승해 왔다. 소득 불평등 데이터베이스 SWIID에 따르면 중국정부가 소득불평등을 바로 잡기 위해 재분배에 개입한 이후의 불평등을 의미하는 가처분소득 지니계수가 0.47을 기록하며 한국의 0.33이나 미국의 0.39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중국의 경우 정부의 개입이 이뤄지기 전 불평등지수를 의미하는 시장소득 지니계수는 최근 공개가 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소득불평등 정도를 줄이기 위하여 정부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측정할 수도 없다.
오랜 기간 중국의 정치적 인권 문제를 지적해온 미국에 대응해 미국의 경제적 인권을 비난해온 중국 정부가 최근 미국의 인종차별을 지적하며 인권에 대한 담론을 변화시킨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의 소득불평등은 전 세계적 현상으로 기술의 변화와 세계화가 일정 정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가장 주요한 원인은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에 의거해 급속하게 성장한 중국 내부의 경제구조에 의해 기인한다.
공동부유의 강조는 이러한 경제구조의 개선과 정부의 소득재분배 계획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높은 경제성장을 기록했지만 높은 소득불평등 간의 악순환이 점차 심화되어 가는 중국의 경제성장은 결코 성공적으로 평가 받지 못할 것이다.
물론 중국의 당-정은 약속한 2035년까지는 불균형의 차이를 줄일 것이지만, 이번 연기로 인해 '고성장-불균등분배' 시대로부터 '저성장-불균등분배' 시대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권력 강화와 한 가지 시나리오
시진핑 국가주석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지난 9월 중앙아시아로 첫 해외 순방을 나가면서 전문가들은 이번 당대회 이후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이 완화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비록 코로나 정책에 대한 예측은 불확실하지만, 중국 정부는 여러 방면에서 경기부양책을 제시하고 있다. 2021년 여름 이후 주요 IT 기업에 대해 실시했던 과도한 규제를 완화시켜왔다.
지방정부도 부동산 시장 제한 정책을 완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와 소비 심리가 회복되어 지난 몇 년간 발생하였던 경제의 혼란스러운 상태가 쉽게 극복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아오홍쉬(Xiaohong Xu) 미시간대학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당대회에서 시 주석에게 권력이 집중될 것에는 이견이 없으며,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일부 시 주석의 측근이 아닌 '비(非)시주의자들'이 남아있을 수 있으나, 그들은 독립적으로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보다는 기술 관료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러나 향후 시 주석 측근들을 포함한 엘리트 내부의 분열을 배제할 수 없으며, 앞서 언급한 중국의 여러 문제점들은 기술관료들의 레버리지를 강화하고 사회의 동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시 주석은 정치적으로는 덩샤오핑이 구축해놓은 집단지도체제와 정치 계승의 제도화로부터 권력 집중으로의 변화를 추구했고, 경제적으로는 성장을 우선으로 하는 선부론으로부터 소강사회와 공동부유를 강조하는 재분배 정책으로의 전환을 제시했다.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고 당면한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당-정이 강조하는 사회의 안정뿐만 아니라 정치적 안정이 유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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