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과 문자를 주고받은 일에 대해 "논란거리를 제공해 송구하다"면서도 "그 소통은 정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유 총장은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감사원 대상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전 유 총장이 이 수석에게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고 문자를 보낸 휴대전화 화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유 총장의 문자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가 감사위원회의에서 사전 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착수된 것은 감사원법 위반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감사원은 5일 공직감찰 사항은 구체적인 감사사항마다 감사위원회의의 의결을 받아 실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 착수 절차는 적법했다는 내용의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이날도 유 총장은 자신의 문자에 대해 "전날 보도가 허위 사실이라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또"라는 표현 때문에 유 총장이 이 수석과 평소에도 소통했다는 의혹이 인 데 대해서는 "이틀간 연이어 (보도)되어서 '또'라는 표현을 썼다"고 해명했다.
유 총장은 오후 질의응답 과정에서는 '무식한 소리'라는 표현에 대해 "공직자로서 절제된 용어를 쓰지 못해 죄송하다"며 "불철주야 고생하는 감사원장과 감사원 식구들에게 죄송하다"고 유감을 표했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납득하기 어려운 표현"이라며 "대통령에게 누가 됐고 국민이 불편해 한다"고 지적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유 총장의 이 발언은 이날 법사위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이 주고받은 설전에 대해 당사자 입장을 듣는 과정에서 나왔다. 법사위 여야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감 내내 민주당이 내건 △ 감사위원 전원 출석 △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 출석 △ 감사위원회 회의록 등 자료의 완전한 제출 △ 감사원장 근태 자료 제출 등을 두고 다툼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감사가 시작 8분만에 바로 정회되는 등 파행도 빚어졌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감사원은 법에 명시돼있다시피 감사원장과 감사위원 6인으로 구성돼있다. (야당이 제출을 요청한 감사위원회의) 회의록도 받지 못했다"며 "감사위원들이 회의에 참석해 의원들과 문답을 진행해줄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무총장 전횡으로 감사위원 역할이 유명무실화됐다는 오욕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기 의원은 또 "그날 문자가 감사원 해명처럼 이 수석의 문의에 따른 단순 절차인지 주고 받은 문자가 더 없는지 나아가 정부 출범 이후 감사가 하명, 청부에 따른 것인지 이 수석이 직접 밝혀야 한다"며 "여당 의원들은 요청한 자료의 90% 정도를 받았다는데 우리 당 의원들은 많아야 30%밖에 제출받지 못했다. (회의록 등을) 당장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현희) 권익위원장 감사 명분으로 근태를 대셨는데 여러분(감사원) 역시 국회 통제를 받아야 한다"며 감사원장 근태 자료 제출도 요구했다.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인 정점식 의원은 "감사위원은 개인이 대내외 의사를 결정할 수 없는 합의제 기구 구성원"이라며 "만약 감사위원에게 국회에서 질의하면 합의 과정이 위축된다"며 감사위원 출석 요구에 반대했다. 정 의원은 이어 "민주당 위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에는 감사원이 응하지 않고 우리 당 의원들의 자료 제출요구는 90% 줬다는 건 뭘 근거로 말하는지 알길이 없다"고 한 뒤 "이관섭 수석의 출석은 운영위에서 채택해 질의하면 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감사원장과 사무총장 말이 다르다"며 감사위원 배석 필요성을 주장했는데, 이 과정에서 유 사무총장이 "(그게) 아니다"라며 말을 끊자 "가만히 계시라!"고 소리치며 책상을 쾅 내리치고는 말없이 유 사무총장을 한동안 노려보기도 했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야당의 감사위원 전원 국감 배석 요구에 대해서는 "감사위원이 위원회에서 자유로운 소신 발언을 하기 위해서는 국정감사장이라 하더라도 본인이 처리한 내용에 대해 질의응답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최 원장은 한편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감사 착수가 감사위원회 회의를 거치지 않아 위법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감사 착수는 감사위원회의 의결 사항이 아니다"라며 "(착수 권한은) 감사원장한테 있다고 해석한다. 줄곧 그렇게 해왔다"고 반박했다. 최 원장은 "그렇게 감사원법에도 명시가 돼있다"며 "(감사 착수는) 감사원장 지휘감독을 받도록 돼있지, 감사위원회의 지휘를 받도록 돼있지 않다"고 부연했다.
최 원장은 모두 업무보고에서 "최근 감사원의 감사 운영과 관련해 여러 우려가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감사원은 일관되게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며 공정하게 감사하고자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공무원 7000명 개인정보 털렸다"…최재해 "민간인 시절 자료는 자체 삭제"
법사위는 점심 정회 후 오후 2시25분에야 비로소 첫 질의를 시작했다. 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첫 질의자로 나서, 감사원이 김제남 한국원자력재단이사장과 이주민 도로교통공단 이사장의 최근 5년간 코레일·SRT 이용 내역 자료를 해당 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데 대해 "국기문란, 헌정유린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이사장은 올해 1월 이사장으로, 지난 2020년 1월 청와대 기후환경비서관으로 임명됐고, 이 이사장은 2018년 경찰 퇴직 후 2021년 도로교통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자료 제출 요구 범위가 '지난 5년간'으로 된 것은 이들이 민간인이던 시절도 포함되기에 문제라는 취지의 지적이다.
최 감사원장은 이에 대해 "일부 기관장에 대해 현직에 들어오기 전(을 포함한), 5년치를 요구한 모양"이라며 "일부 민간인 시절 자료가 포함돼 있다고 들었는데 그 부분은 자체적으로 삭제를 한다고 한다"고 답변했다.
김승원 의원은 그러나 "감사원이 독단적이고 일방적으로 공무원을 사찰한 것"이라고 비판을 멈추지 않았고, 두 번째 질의자로 나선 같은 당 김의겸 의원도 "7000명 넘는 공직자가 신상정보를 탈탈 털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의겸 의원은 유병호 사무총장을 상대로 "오전 질의 때 '소통이 정상적이다'라고 답변했는데, 정상이라면 (이관섭 수석과 주고받은 문자 일체를) 공개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유 총장은 "그 부분은 제가 삭제를 해서 복구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의겸 의원이 "'또'라는 표현은 반복됐다는 건데, 오보가 반복됐다는 것이냐"며 "이 수석과의 대화에서 전날의 오보에 대해서도 보고했느냐" 묻자 유 총장은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김의겸 의원이 "그러면 왜 '또'라고 했느냐"고 하자 유 총장은 "(이 수석도) 신문은 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김의겸 의원은 이 수석과 과거 소통한 적이 있는지를 재삼 물었으나, 유 총장은 "그 분하고 소통할 일이 그렇게…(없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처음 소통이었다"고 답변했다.
유 총장은 '이 수석과 친분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사적인 친분이 없다"고 답하고, 김의겸 의원이 "그럼 친분도 없는 분한테 처음 문자가 왔는데 '무식한 소리'라고 하느냐"고 묻자 "그 분한테 한 게 아니고, 저런 문제를 제기한 것 자체가 감사원의 역사·관행을 무시한 것이어서 그렇게 보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유 총장은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계기가 '권익위 내부 최고위층의 제보'라고 감사원이 답변한 데 대해서는 "복수의 제보였고, 감사원이 제보자를 밝힌 적은 없다"고 함구했다. '제보자 중 한 사람이 대통령실 허성우 비서관이냐'는 질문에는 "허 비서관이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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