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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 미착용' 이란 여성 경찰 연행 뒤 돌연사…여성들, 히잡 벗고 시위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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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 미착용' 이란 여성 경찰 연행 뒤 돌연사…여성들, 히잡 벗고 시위나서

대통령 "진상조사 지시"에도 3일째 시위…이란 언론 "도덕경찰 단속, 여성 보호 않고 위협"

이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연행된 쿠르드족 여성이 구금 중 사망한 것에 항의하는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유엔(UN) 총회 참석을 앞둔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직접 진상조사를 명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시위대가 해명을 넘어 도덕경찰 해체까지 요구하며 불길이 더 거세지고 있다. 이란 내부에선 도덕경찰의 단속이 여성을 보호하는 것인지 위협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AFP>, <AP> 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19일(현지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의 여러 대학에서 복장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도덕경찰에 체포 뒤 사망한 피해자 마흐샤 아미니(22) 사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알러메 타버타버이대(ATU), 샤히드 베헤슈티대 등 대학생들과 히잡을 벗어던진 여성들을 포함한 수백 명의 시위대가 이날 밤 테헤란 중심가를 행진했다. 경찰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곤봉과 최루탄을 동원했다. 시위에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언급되며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가 등장하기도 했다. 17일 피해자의 장례가 치러진 쿠르드족 거주지를 중심으로 시작된 시위는 이날까지 3일째 이어지고 있다. 전날 라이시 대통령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시하고 유족에게 애도를 표했음에도 시위는 히잡 착용 강제에 대한 항의를 넘어 도덕경찰 해체 요구,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3일 테헤란을 방문한 이란 북서부 쿠르드인 거주지 쿠르디스탄주 출신 여성 아미니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아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연행된 뒤 몇 시간 만에 병원으로 이송됐고 3일 뒤인 16일 숨졌다. 영국 BBC 방송은 병원 쪽이 이미 13일 아미니에게 "활력 징후가 없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지만 이후 성명이 삭제됐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아미니의 머리 CT 스캔 결과 골절, 출혈, 뇌부종이 발견됐다며 그가 머리를 맞아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CT 결과는 확정되지 않았다.

당국은 아미니 죽음에 대한 경찰 책임을 부인했다. <AFP>는 19일 호세인 라히미 테헤란 경찰서장이 이번 사건을 "불행한 사고"로 규정하고 "증거에 따르면 경찰 쪽의 부적절한 행동이나 과실은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당국은 아미니 구금 당시 폐쇄회로(CCTV) 화면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구금시설에서 다른 여성들과 함께 "교육"을 위해 대기하던 아미니는 불려 나와 복장 검사를 당하던 중 양 손으로 머리를 잡더니 중심을 잃고 옆에 있던 의자에 손을 짚은 뒤 그대로 쓰러졌다.

유족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의 아버지인 암자드 아미니는 현지 언론에 공개된 영상은 "편집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연행 당시의 영상을 포함한 전체 영상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영국 BBC 방송은 목격자들에 따르면 아미니는 구금시설로 연행 도중 경찰차 안에서 폭행을 당했다.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내무장관 아직 조사 중이라는 단서를 달아 아미니에게 병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지만 유족들은 부인했다.

고향 쿠르디스탄 사케즈에서 아미니의 장례가 치러진 17일부터 곳곳에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가디언>에 따르면 17일 아미니의 장례식장엔 1000여 명의 시민이 모였고 18일 테헤란대에선 100여 명의 학생들이 "여성, 생명, 자유"라고 적인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이란의 7개주에서 산발적 시위가 일어났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사케즈, 디반다레, 데흐골란 등에서 열린 시위에서 보안군이 시위대에게 발포해 5명이 숨졌다고 쿠르드족 인권단체 헹가우(Hengaw)가 19일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다만 이 주장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쿠르디스탄, 서아제르바이잔주, 알보르즈주 상점주들이 당국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아미니의 죽음에 항의하며 상점을 폐쇄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시위대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언급하며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쳤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공포탄과 최루탄을 발사했으며 헹가우는 보안군이 물대포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는 이란 당국에 사건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19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히잡을 '부적절하게' 착용한 혐의로 경찰이 구금하던 중 부상을 입은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은 끔찍하고 지독한 인권 모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 여성들은 폭력과 괴롭힘 없이 원하는 옷을 입을 권리를 가져야 한다. 이란은 기본적 자유를 행사하는 여성들에 대하나 폭력 사용을 끝내야 한다"며 "마흐사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 대외관계청 대변인도 이날 성명을 내 "이란 당국은 자국 시민의 기본권을 존중하고 구금 중 어떠한 부당한 대우도 받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란에서 도덕경찰의 폭력적 단속이 여성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위협하는 것에 가깝다는 논쟁이 언론을 가득 메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또 이번 사건이 이미 인권운동가들의 반발에 직면해 있는 라이시 대통령의 유엔 총회 참석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로이터>는 또 이 사건이 자치를 원하는 소수민족인 쿠르드족과 이란 당국 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18일(현지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 거리에 마흐사 아미니(22)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혐의로 도덕경찰에 구금됐다가 ㅅ사망한 사건을 보도하는 일간지가 놓여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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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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