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이 시작되는 19일 오전, 여야 지도부가 예산안·법안에서부터 외교안보 사안까지 건건이 정면 충돌 양상을 보였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초(超)부자 감세법 저지'를 내세우는 한편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를 겨냥한 특검법 도입을 재촉구하고 나섰고, 소수 여당인 국민의힘은 "발목잡기", "방탄 국회"라며 역공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예산 분석 내용을 보니까 황당하고 한심하고 기가 찬다"며 "정치인들이 나라 살림을 대신하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라고 하는 것인데, 우리 아이들이 청춘을 희생해서 군대에 가 있는 기간 동안에 옷도 신발도 제대로 못 신게 삭감을 했다"며 윤석열 정부 예산안의 국방예산 삭감 내용을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제 선배 장병이 신다가 버리고 제대하는 신발을 물려 신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며 "이런 (전투화) 310억, (장병 축구화) 21억, 팬티 5억 이런 것 삭감할 필요 없이 아주 간단한 해결 방법이 있다"고 하고는 감세안 저지를 주장했다. 다만 국방부는 이 대표의 지적에 대해 이날 입장자료를 내어 "2023년 장병 피복 예산 정부안은 품목별 단가 하락에 따라 예산이 감액 편성된 것"이라며 "장병들에게 기준 수량만큼 정상적으로 보급 가능하다", "(예산을) 삭감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지금 정부가 낸 예산안 내역 중에 보면 '초 부자 감세' 13조 원 하겠다는 것인데, 기업 감세를 해주더라도 어려운 중소기업·벤처기업은 모르겠지만 3000억을 초과하는 영업이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것은 전혀 납득하기 어렵다. 집 세 채 이상 가지고 있는 데 대한 종부세 중과분, 또 10억이 아니라 100억까지는 주식 양도세를 면제해 주겠다는 이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초 부자 감세만 안 하면 13조 원이 넘게 여유가 생기고 이런 것 전혀 안 깎아도 된다. 영빈관 같은 것 한 10개 더 지어도 부담이 없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원내대표·정책위의장에게 당내 의견수렴 현황을 물은 후 "우리가 충분히 다수 의석을 가진 책임 야당으로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고, 논리적으로나 절차·과정상으로 문제가 없다면 '우리가 초 부자 감세는 반드시 이번 정기국회에서 막는다'라고 국민 여러분께 명확하게 약속의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표는 "초 부자 감세는 우리 더불어민주당이 국민들께 확실하게 막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재강조하며 "원내에서 관드시 관찰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지시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노동·농민 관계 법안에 대한 여당의 반대를 지적하고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정기국회가 개의도 되기 전에 윤 대통령과 여당은 거부권부터 들고 나왔다"며 "운 대통령이 국회에서 상정도 안 된 '노란봉투법'을 놓고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밝혔고, 집권 여당 원내대표는 한술 더 떠 쌀값 정상화법도 대통령 거부권을 건의할 것이라며 겁박하고 나섰다. 정부한테는 국회 운영에 응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지시까지 내렸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박 원내대표는 "농민들 최대 현안인 쌀값 정상화법, 즉 양곡관리법은 국민의힘 단체장들도 찬성하는 민생 법안"이라며 "대통령은 국회의 입법권을 대놓고 무시하고, 국민의 힘은 입법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도 이와 관련 "쌀값 때문에 논란이 많고 거부권 행사하겠다는 얘기도 있는데, 쌀값은 국가 안보에 관한 문제, 식량 안보에 관한 문제라고 봐야 한다"며 "국민들께서 실망하시지 않도록 확실하게 우리가 말씀드린 대로 잘 처리해 주시길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고 원내지도부를 독려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 조작에도 가담한 정황이 또다시 드러났다"며 "거짓이 계속 드러나는데도 대통령실은 일일이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진실을 뭉개려 한다. 야당 탄압에만 거침없는 윤석열 검찰의 내로남불도 가관"이라고 비난했다.
박 원내대표는 "여당인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집단적 망상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법 추진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 의혹을 그대로 둔 채 제대로 된 국정운영은 불가능하다"고 특검법 수용을 여당에 촉구했다.
정진석 "민주당, 시대착오적 이념에 사로잡혀"…권성동 "물타기"
국민의힘에서는 야당에 공세에 대해 '발목잡기'로 규정하고 나섰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날 비대위 회의에서 "더 이상 과거가 미래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며 "우리 모두 초심으로 돌아가 왜 국민이 윤석열 정부를 택했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은 시대착오적 낡은 이념에 사로잡혀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아넣었다"며 "민주당은 10년 주기 정권교체가 문재인 정부에서 왜 5년으로 당겨졌는지 의미 파악을 못 했다. 이례적으로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고도 이념, 내로남불, 권력형 비리 방어, 방탄국회로 이어지고 있다"고 야당을 비난했다. 정 위원장은 "정파적 이해에 매몰돼 윤석열 정부 흠집내기와 방탄 국회로 일관하면 미래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퇴임하는 권성동 국민의함 원내대표도 "오늘부터 나흘간 대정부 질문이 시작된다"며 "정부 정책이 제대로 집행됐는지 검증·감시의 장이 돼야 하지만, 정치 공세와 정쟁이 난무하고 가짜 뉴스의 발원지가 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특히 민주당은 인해전술로 '이재명 사법 리스크' 물타기를 위한 대통령과 영부인 정치공세에 집중할 것"이라며 "국회는 대의기관으로서 행정부가 국회를 존중해야 마땅하지만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무분별한 정치공세까지 저자세로 일관할 이유는 없다. 정부는 '팩트'로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9.19 선언 4주년 맞아 안보분야 공방도…"文, 안보 와해시켜" vs "尹, 국격이 걱정"
한편 여야는 9.19 평양공동선언 4주년을 맞아 안보 분야 의제를 놓고도 대립했다. 이는 윤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각각 <뉴욕타임스> 인터뷰와 국회 토론회 공개 축사 메시지를 통해 서로 다른 대북정책 노선을 강조한 데 대한 여야의 대리전 성격이기도 했다. (☞관련기사 : 尹대통령 "문재인, 교실서 한 친구(북한)에게만 사로잡힌 학생" / 문재인, 퇴임 후 첫 현안 메시지 "정부 바뀌어도 남북 합의 존중돼야" )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문 전 대통령의 토론회 축사를 겨냥해 "제발 도보다리 미몽에서 깨어나라"며 "문재인 정부는 굴욕적 대북정책과 탈원전을 강행했고, 가장 큰 잘못은 국가안보의 기본 틀을 와해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윤 대통령은 지금 뉴욕을 방문해 한미·한일 외교 정상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이 9.19 합의 등 재임 중의 남북 합의에 대해 '정부가 바뀌어도 지켜야 할 약속'이라고 주장했다"며 "4년 전 오늘 문 전 대통령과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체결한 합의는 이미 휴지조각이 됐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북한이 핵보유, 남한 선제타격을 법에 명시한 이 마당에 합의를 지켜야 한다고 정말 생각하느냐"며 "북한이 핵 선제타격 위협을 하는 상황에서 연평도 해군들이 K-9(자주포) 싣고 훈련하는 바보짓을 계속해야 하느냐. 도보다리에서 한 비핵화 약속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국민 앞에 밝혀달라"고 했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윤 대통령의 NYT 인터뷰를 겨냥해 "남북 정상 간 회담을 '정치 쇼'라고 국제사회에 나가서 비난을 하면 대한민국 국격이나 위상이 어떻게 될지 참으로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우리 내부 문제를 국내에서 지적하는 것도 좀 과한 측면이 없지 않은데, 해외에서까지 이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성과를, 상대 진영이 했다는 이유로 과하게 평가하는 것은 좀 자중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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