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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은 여성들의 우울증을 치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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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은 여성들의 우울증을 치유했을까?

[서리풀 연구通] "'강간 문화' 영속하려는 사회, 여성 정신건강에 악영향 끼칠 것"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의 증언을 필두로 국내에서 미투 운동이 시작된 지 곧 5년이 되어간다. 많은 생존자들이 공유한 자신의 이야기들은 각계각층으로 퍼져나가 우리 사회의 광범위한 젠더 불평등과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당연한 것으로 보는 이른바 '강간 문화'의 실체를 알렸다. 그러나 용기를 내 목소리를 낸 이들 중 많은 수는 여전히 그들을 향한 조직적인 압박과 괴롭힘을 겪고 있으며, 아직도 자신들의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이처럼 2018년 한국사회를 뒤흔든 '외부적 충격'으로서 미투 운동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투 운동이 여성들의 정신건강에는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캐나다 요크대학교 김정아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2018년 1월 국내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이 성폭력을 경험한 여성들의 우울 증상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살펴본 연구를 국제 학술지 <미국공중보건학회지>에 발표했다.(☞ 바로 가기 : 사회운동과 한국 여성 성폭력 생존자들의 정신건강, 2012-2019) 연구팀은 국가승인통계인 여성가족패널조사를 사용하여 미투 운동이 시작된 2018년 전후인 2012년~2019년 조사에 참여했던 19세 이상 50세 이하 여성 4429명을 분석대상으로 포함했다. 연구팀은 조사에 참여한 이들을 미투 운동 이전에 성폭력을 경험한 여성들과 그렇지 않은 여성들 두 집단으로 나누었고, 이중차분법을 사용해 미투 운동 전후 우울 증상의 개인 내 변화를 살펴보았다. 우울 증상은 역학연구를 위한 우울 척도인 CES-D를 사용하였으며, 그 범위는 0~30점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더 높은 심각도의 우울 증상을 의미한다.

연구결과, 미투 운동 이전 성폭력을 경험한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여성들에 비해 운동 이후 우울 점수가 1.64 감소하였다. 이는 미투 운동이 정신건강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력이 성폭력을 경험한 여성들에게서 그렇지 않은 여성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났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 결과는 여성들의 소득 수준, 결혼 여부, 가구 구성, 교육 수준, 유급노동 종사여부, 건강상태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나온 결과이다. 이는 우울 증상에 대한 미투 운동의 영향력이 특권적인 사회계층에 속한 여성들에게만 혹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는 여성들에게만 향해 있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연구는 여성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이 여성들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끼친다는 경험적 근거를 제공한다. 더불어 이러한 사회적 환경에서의 변화를 촉발하는 사회운동이 생존자들의 정신건강을 개선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미투 운동을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강간 문화'에 도전하여 이를 약화시키기 시작한, 여성들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에 대한 외인성 변화로 바라보았다. 또한 미투 운동이 성폭력 생존자들에게 (1) 사회적 낙인과 희생자 비난 문화를 약화시키고, (2) 사회적 지원 및 다른 생존자들과의 연결을 통해 연대감을 제공하며, (3) 성폭력을 신고하고 사법적 처리를 밟는 과정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하고, (4) 고용주 및 다른 기관들에게 성폭력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의 시행을 요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우울 증상을 감소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 논문의 함의는 미투운동의 효과를 상찬하는 것에만 머물지 않는다. 여성의 정신건강에 있어 사회적 환경의 중요성을 밝힌 이 연구는 결국 미투 운동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폭력 생존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는 환경을 만들어내는 제도적 문제가 생존자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을 시사한다. 특히 사법 시스템이 생존자로 하여금 가해자를 ‘용서’하거나 고소를 취하하도록 설득하는 사회, 생존자를 대신해 사법 시스템이 직접 나서 '앞길이 창창한' 가해자에게 용서를 내려주는 사회, 혹은 무고죄를 엄벌하겠다며 피해 사실을 털어놓는 여성들에게 으름장을 놓는 사회, 그래서 결국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을 침묵시키고 굴종시키며 이러한 '강간 문화'를 영속화하려는 사회가 여성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것임을 보여준다.

미투 운동은 성폭력 범죄에 대한 사회적 공분과 처벌, 법제도의 정비 등의 성과를 남기긴 했지만, 그 이후로도 일상의 삶과 노동 현장 그리고 온라인 공간에서 여성들을 향한 성폭력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생존자들이 완전하고 건강한 삶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성폭력 관련 입법의 전면적 개혁과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성평등한 사회를 향한 강력한 정치사회적 압력이 더욱 필요하다.

▲#MeToo #WithYou ⓒ연합뉴스

* 서지정보

- Chungah Kim, Andrew Nielsen, Celine Teo, Antony Chum, “Social Movement and Mental Health of South Korean Women Sexual Violence Survivors, 2012–2019”, 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 112, no. 9 (September 1, 2022): pp. 1337-1345. https://doi.org/10.2105/AJPH.2022.306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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