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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은 왜 기후전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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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은 왜 기후전쟁인가

[기후위기와 전쟁] ② 카렌 암스트롱의 <축의 시대>·<신의 전쟁>

온실가스 대폭발의 우크라이나 전쟁

현대 전쟁은 온실가스가 그야말로 대폭발하는 현장이다. 전투기와 전함, 탱크와 군용차가 내뿜는 온실가스는 기본이고 총알과 화약, 폭탄, 미사일 자체가 온실가스 덩어리다. 미군의 온갖 신종 개발무기 실험장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드론 무기 등도 고에너지의 온실가스 덩어리다.

이 전쟁은 펜타곤의 시나리오대로 기후난민 유입을 봉쇄하는 안보전쟁도 아니다. 그보다는 기후위기를 한 단계 더 높이고 가속화시키는 반동의 기후전쟁이다.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는 국제협력을 무산시키고 기후 아수라장을 앞당기는 전쟁 사기꾼들의 미래 도륙 전쟁이다. 패권과 기득권 확보를 위해 석탄과 석유가스를 더많이 불태워버리는 '현재의 탐욕’과 '미래 기후평화세력’ 사이의 전쟁이다.

1997년 교토의정서 체결 당시 펜타곤과 미국 군산복합체는 강력한 로비를 벌였다. 결국 군사분야는 온실가스 의무감축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2015년 파리협정에서도 군사분야는 의무가 아니라 '자발적 보고’로 대체되었다. 역시 로비의 결과였다.

1992년 리우환경회의로부터 30년 동안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회의는 주구장창 회의만 했다. 1992년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평균은 357ppm. 2022년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의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는 420ppm을 오르락내리락 한다. 더 이상 정부와 정치 지도자들에게 온실가스 감축을 맡길 수 없다고 청소년들이 들고 일어난 까닭이다. 오는 9월 24일 전세계에서 수백만의 청소년들이 글로벌 기후행동을 벌인다. 9월 24일 한국에서도 기후정의행진이 진행된다.

전쟁국가 미국이 세계 패권을 유지하는 한 기후위기 해결은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기후위기를 초래한 성장과 개발의 전쟁 자본주의를 이대로 지속시킬 것인가, 아니면 평화와 공존의 새로운 기후체제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인가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금석이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기후위기 체제의 지속인가 단절인가, 기후평화체제로의 전환이 가능한가 불가능한가를 놓고 벌어지는 기후전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 <축의 시대>·<축의 시대>(카렌 암스트롱 지음, 정영목 옮김, 교양인 지음) ⓒ교양인

건국 당시 미국은 연방군 없는 평화국가를 꿈꿨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을 치르지 않은 해가 단 한 해도 없을 정도로 전쟁이 체질화된, 전쟁으로 먹고 사는 전쟁기계 국가다. 국제 질서가 미국 일극 체제에서 다극체제로 바뀌고 있다고는 해도 여전히 미국의 힘은 상상 이상이다.

전쟁국가 미국은 애초 미합중국의 건국 이념과는 정반대의 국가 모습이다. 미국은 건국 직후에는 연방 상비군조차 없는 평화국가였다. 미국을 건국했던 정치인들과 인민들은 상비군은 연방정부가 식민정부였던 영국처럼 언제든 폭정의 기구로 전락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불행히도 이런 우려는 이제 현실이 되고 말았다.

영국과의 독립전쟁에서 승리한 직후인 1784년 6월 2일 대륙회의는 연방 상비군을 80명 수준으로 제한했다. 남북전쟁 당시 연방군은 120만 명에 이르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이었다. 그러나 의회는 1866년 7월에 5만 4000명, 1869년에는 3만 7000명, 1876년에는 2만 7000명으로 감축해 버렸다.

이런 미국이 전쟁국가로 변신한 것은 월가의 금융마피아들과 군산복합체들이 미국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그리고 2차대전 후 세계 유일의 패권국가가 되면서부터 본격화된다. 2021년 미국의 국방예산은 8000억 달러에 육박한다. 전 세계 국방비의 40% 가량이다. 2021년 전세계 군사비는 2조 달러에 이른다. 세계 GDP의 약 2.5%다. 파리기후협약 이행에 필요한 비용은 세계 GDP의 1% 정도면 된다.

왜 군사비를 줄여 온실가스 감축의 비용으로 쓸 수 없을까. 이 간단한 산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정치인들과 인민들이 찾지 못한다면 머지 않아 우리는 대량 살상무기로 변한 기후재난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한숨만 내쉬게 될 것이다.

체제의 울타리를 벗어나야 체제가 바뀐다

폭력과 전쟁이 끊이지 않고 이어질 때 현자와 예언자들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 삶을 성찰하고 탐욕을 버릴 것을 촉구했다. 이웃을 사랑하는 상호 공존의 윤리야말로 폭력과 전쟁을 종식시키는 지름길이라고 역설했다. 한때 수녀였던 카렌 암스트롱은 󰡔축의 시대󰡕와 󰡔신의 전쟁󰡕이라는 두꺼운 책을 통해 전쟁과 종교에 대한 성찰을 시도한다. 암스트롱은 중요한 것은 무엇을 믿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행동하느냐이며, 종교의 핵심은 깊은 수준에서 자신을 바꾸는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력과 전쟁은 역사 이래 늘 있어왔다. 부족사회건 국가건 유목사회건 농경사회건 사람들은 먹고살 수 없을 때 살 길을 찾아 이주한다. 기후난민들이다.

기후난민은 아니었지만 종교의 자유를 찾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아메리카에 도착한 영국의 청교도들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우애와 환대가 없었으면 그 해를 넘기지 못하고 대부분 굶어죽었을 것이다. 원주민들은 이들 백인들에게 식량과 주거지를 제공해 주었고, 아메리카의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이처럼 낯선 이방인들과의 접촉이 늘 폭력과 긴장, 전쟁은 아니었다. 기후난민들의 이주가 늘 약탈전쟁이었던 것도 물론 아니다.

문제는 의외로 간단하다. 전쟁은 돈과 권력과 황금에 대한 인간 탐욕의 결과다. 자본주의의 성장과 개발 이데올로기에 갇혀버린 세계관의 결과다. 탐욕을 성찰하고, 다른 견해, 다른 세계관으로 전환하는 것은 그러므로 기후체제 전환의 메이플라워호를 타는 일과 같다. 기후평화세력이 사람들과 함께 그런 전환의 배를 함께 타고 신세계를 향해 출발할 때 기후체제 전환은 가능해진다.

미국의 군산복합체와 월가 금융 마피아들이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의 비결은 인민들이 그들이 만들어 놓은 울타리 안에 들어가 거기서 살기 때문이다. 인민들이 그들의 은행을 이용하고 그들이 생산한 물자를 구매하고 그들과 한패인 정치 지도자들을 뽑아주기 때문이다.

인민들이 그들이 건설한 바벨탑의 감옥을 부수고 뛰쳐나와 다른 삶을 살면 월가의 금융 바벨탑은 무너지고 만다. 인민들이 울타리를 넘어 다른 땅으로 향하는 순간 그들의 전쟁능력은 마법처럼 사라져버리고 만다.

군산복합체와 금융마피아들은 소수의 인민들이 벌이는 지속불가능한 시위와 저항에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월가 점령 시위 당시 금융회사 임원들은 높은 빌딩 안에서 포도주 잔을 들고 이들을 구경하며 조롱하고 있었다. 월가 점령 시위가 실패한 것은 그런 시위나 점령으로는 사기의 월가 금융시스템을 아무 것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후체제를 전환하려면 우선 먼저 사기꾼들이 쳐놓은 울타리를 뛰어 넘어 다른 세계로 건너가야 한다. 인민들이 월가와 군산복합체, 석유가스 메이저들의 세계관과 탐욕을 버리고 다른 세계관의 삶을 살면 그때 비로소 대사기의 전쟁을 멈추게 할 수 있다.

연대와 연합이 전쟁을 막는다

2차 세계대전이 일본 제국주의의 무조건 항복으로 끝나기 직전인 1945년 8월 10일 자정 무렵. 미국의 국무‧전쟁‧해군부 3부 조정위원회(SWNCC) 소속 딘 러스크와 찰스 본스틸 대령이 단 30분만에 한반도 지도의 북위 38도선에 금을 그어 조선을 분단시켰다. 미국이 아메리카 원주민의 땅을 집어삼킬 때,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제국주의 열강들이 아프리카와 중동을 나누어 집어삼킬 때, 마치 피자를 칼로 반듯이 잘라 나누어 먹듯 그렇게 한반도도 직선으로 잘라버린 것이다.

하나였던 한반도는 12개의 강과 75개 이상의 샛강,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산봉우리를 가로질러 그 허리를 잘렸다. 181개의 작은 우마차로, 104개의 지방도로, 15개의 전천후 도로, 8개의 상급 고속도로, 6개의 철로도 단절되었다.

2차대전이 끝나면 패망한 독일처럼 당연히 패전국 일본이 승전국인 미국, 영국, 중국, 소련 등에 의해 분할 점령되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러나 동아시아에서는 엉뚱하게도 일본 대신 한반도가 분할 점령되었다. 미국의 전후 동아시아 전략 때문이었다.

한반도가 분단되는 순간 전쟁은 필연이었다. 1950년 이전부터 남북의 전쟁은 이미 진행되고 있었으며, 6.25동란은 그것을 전면화한 것이었다. 1945년에서 1950년까지 5년 동안 약 1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각종 투쟁과 시위, 봉기, 게릴라전, 38선에서의 소규모 전투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6.25동란을 막을 수 있는 길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길이 있기나 했을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좌우합작 정부를 운영하면서 10년의 신탁통치를 받아들인 오스트리아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좌우합작이 무산되고 신탁통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급기야 전쟁으로 치닫게 된 한반도와 극명하게 비교가 되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나고 나치 수용소에서 풀려난 오스트리아 좌우익 정치 지도자들은 곧바로 좌우합작 정부를 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2차대전 이전 극심한 좌우익 내전을 치뤘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런 내전과 분열이야말로 오스트리아 독립을 무산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좌우합작 정부는 연합국의 10년간의 신탁통치안을 받아들였다. 이 과정에서 사회주의자 칼 레너 등 정치 지도자들의 끈질긴 타협과 조정, 그리고 이를 뒷받침한 인민의 절대 지지는 좌우합작 정부를 버티게 만드는 힘의 원동력이었다.

레너 좌우합작 정부는 자신들을 의심하는 연합국과 참을성있게 협의하고 설득하면서 10년의 신탁통치 기간 뒤 마침내 중립화 독립을 쟁취할 수 있었다. 오스트리아의 좌우합작은 결국 분단과 전쟁을 막았다. 이후 오스트리아는 미소 냉전의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중립국으로서 독립과 번영을 누릴 수 있었다.

인민들과 정치 지도자들의 연대연합은 이렇게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남북한에는 그런 연대연합의 평화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세력과 힘이 지극히 미약했다. 일제 강점기 좌우합작의 신간회 경험도 있었고 해방 직후 좌우합작 자치정부로 기능했던 인민위원회의 훌륭한 경험도 있었다. 미소공위는 좌우합작 정부 수립을 적극 지원하기까지 했다. 만약 좌우합작 정부가 수립되고 10년의 신탁통치를 수용한다면 전쟁을 막고 독립국가를 세울 확률이 매우 높았다.

그러나 여운형과 김구, 김규식 등은 좌우합작을 통한 평화와 남북 통일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목숨까지 바쳤지만 결국 전쟁을 막지는 못했다. 아니 전쟁 이전에 그들은 전쟁세력에게 모두 암살당하고 말았다. 해방에서부터 6.25동란까지 5년의 기간 동안 평화세력은 남북 모두에서 조직된 힘이 약했다. 이들의 정치 경제 사회 기반은 지극히 취약했으며 이것이 6.25동란을 막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이었다.

6.25동란은 1950년 당시 남북한 전쟁세력을 압도하면서 갈등을 조정하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인민의 평화 세력이 미약했기 때문에 제어가 되지 않았던 필연의 전쟁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어떤 세력이 할 수 있을까

기후위기 시대 6.25 동란이 지금 우리에게 주는 처절한 육성은 바로 이것이다. 인민들 속에서, 그리고 정치 지도자들 속에서 기후평화세력이 확고부동하게 기반을 확보해야만 우크라이나 전쟁같은 사기의 기후전쟁을 막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멈추게 할 수 있다. 앞으로 또다시 언제든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다가 뛰쳐나오려 꿈틀대는 기후전쟁의 선동을 제압할 수 있다.

인민과 정치 지도자의 기후평화세력이란 기후위기 해결을 공허하게 말로만 주장하는 집단이 아니다. 다른 삶, 다른 기후체제를 현실에서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지역공동체를 재생하고 개발과 성장 대신 공존과 공유의 지역순환경제를 행동으로 옮기는 주민들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그것이다. 서구에서도 밑바닥 풀뿌리에서부터 자립자치의 생태전환도시를 실천하는 수천 개의 도시들이 있다.

스페인의 포데모스처럼 이들 도시의 정치 지도자들과 주민들은 새로운 세상을 직접 만들어 나간다. 다른 주권자의 존재를 인정하는 토론과 대화를 통해 도로를 아이들이 뛰놀 수 있고 온실가스도 배출되지 않는 소통과 공존의 차없는 도로로 만든다. 아스팔트를 뜯어내고 유기농 도시텃밭 농사를 짓는다. 이윤과 무한경쟁의 영리기업 대신 수많은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는 협동조합 경제를 조직한다.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자립 도시를 현실화시킨다. 기후재난 앞에서 가장 강력한 사회안전망은 국가가 아니라 지역공동체임을 생생한 현실태로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시꺼먼 먹구름은 먼 남의 나라 먹구름이 아니다. 이미 한반도에도 전쟁의 먹구름이 시시각각 기후재난 태풍처럼 다가오고 있다. 미중 갈등의 고조와 함께 미국이 압박하는 한미일 삼각동맹의 각종 군사, 정치경제 압박이 한반도의 숨통을 옥죄어 오고 있다. 인민의 주권자 자유인으로서의 자각과 세계에 대한 성찰, 인민의 연대와 연합이라는 기후평화체제 구축의 주춧돌이 없다면 한국 또한 언제든 전쟁의 아가리로 끌려들어갈 수 있다.

나는 아직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유럽의 기후평화세력이 본격 활동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럼에도 프란치스코 교종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미국과 유럽의 정치가들과 이른바 주류 언론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치솟는 석유가스 가격과 물가 상승, 무엇보다도 다가올 식량전쟁의 아비규환 속에서 끔찍한 고통을 겪어야 하는 사람들은 흙수저 인민들이다. 과연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일부분이라도 기여할 수 있고, 한반도가 전쟁의 아가리로 끌려 들어갈 수 없게끔 풀뿌리 인민들의 기후평화세력을 구축할 수 있을까.

* 이 글은 웹진 <나비>의 '기후@나비'에 동시 게재됩니다.(☞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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