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김건희 특검법'에 "별 입장 없다"

여야 정치 이슈에 "신경 쓸 상황 아니다" 거리두기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를 둘러싼 의혹에 관한 특검법을 발의한 데 대해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8일 "별 입장이 없다"며 대응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대표에 대한 특검 발의와 윤 대통령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데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지금은 제 문제나 이런 걸 가지고 신경 쓸 상황이 아니다"며 이 같이 답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결자해지"라며 여권 내분 수습의 책임을 윤 대통령에게 요구한 데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다른 정치인들이 무슨 말을 하고,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생각할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로지 제 머릿속에는 어려운 글로벌 경제위기와 우리가 입은 재난에 대해 국민들을 어떻게 살필 것인지, 그것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경제와 민생에 집중하는 모습을 부각해 야당의 공세나 여당의 내분 등 정치 이슈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모두발언에서도 윤 대통령은 전날 태풍 '힌남노' 피해가 집중된 포항과 경주의 현장을 방문한 점을 언급하며 "중학생 아들을 잃은 어머니, 부모님을 함께 잃은 자녀들, 늦은 나이에 결혼도 하지 않고 홀어머니를 극진히 모시고 살아온 아들을 잃은 어머니, 이분들 어떠한 말로도 위로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이어 "전국에서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여러 회사와 단체에서 와서 수해를 입은 하천의 범람으로 흙더미가 된 마을을 복구하고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것을 보고 연대와 희망을 함께 느꼈다"며 "바로 그것이 우리나라를 어려움과 위기에서 극복하게 만든 저력이 아니었나"고 했다.

또한 "내일부터 3년 만에 거리두기 없는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며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경제가 어렵긴 하지만, 모처럼 거리두기 없는 명절을 맞아서 국민 여러분이 며칠만이라도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 재정을 긴축기조로 유지하려 하지만, 긴축이라고 하는 건 꼭 써야 될 때 쓰기 위한 재원을 마련을 위한 것인 만큼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분들, 기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분들을 위해서는 구조조정과 긴축으로 마련된 재원을 넉넉하게 쓰겠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