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제) 기지 '정상화'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4일 일요일 새벽을 틈타 여러 군 장비를 성주 사드 기지에 반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로써 7년째 이어져오고 있는 사드 논란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일단 사드를 비롯한 미사일 방어체제(MD)는 '자기보호 본능'의 관점에서 볼 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업이다. 유사시 적의 미사일, 특히 핵탄두가 장착된 미사일이 우리 측에 떨어지면 엄청난 피해가 불가피해진다. 사드를 비롯한 MD는 미사일을 중간에 요격해 가공할 피해를 막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MD 반대는 이러한 자기보호 본능에 역행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런데 안보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어서 따져봐야 할 문제들이 수두룩하다. 우선 서로가 미사일을 비롯한 공격용 무기로 무장한 상태에서 어느 일방이 상대방의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MD를 갖게 되면 상대방은 어떻게 반응할까?
이와 관련해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MD가 적에게 핵과 미사일을 만들어봐야 소용없게 된다는 점을 깨닫게 해,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을 대표적인 사례로도 들면서 사드 배치도 강행했었다. 결과는 어떠한가? 한미일의 MD가 강해질수록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줄어들고 있는가, 아니면 강해지고 늘어나고 있는가?
질문 자체가 우둔하게 느껴질 정도로 북핵은 고도화되고 있고, 다종화되고 있는 북한 미사일의 핵심적인 목표는 한미일의 MD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에 맞춰져 있다. 이게 뜻밖의 결과일까?
아니다. 충분히 예상된 결과였고, 오바마 행정부를 비롯한 미국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던 바이다. 일찍이 MD의 부작용을 깨닫고 1972년에 소련과 탄도미사일방어(ABM) 조약을 체결한 당사자도 미국이었다.
그런데도 왜 미국은 부작용이 큰 MD에 집착하는 것일까? 군산복합체 및 이들과 결탁한 정치인-싱크탱크-언론의 이해관계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MD의 사업성은 유별나다. 사드와 같은 MD를 공급하면 적의 미사일 증강이라는 수요를 창출하기 때문에, 무한 확장성을 지니고 있다. MD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자 '마르지 않는 샘'이라고 일컫는 이유이다.
어느덧 미국이 ABM 조약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해 MD를 본격화한지도 20년이 흘렀다. 20년 동안 미국이 MD 사업에만 쏟아 부은 돈도 2000억 달러(260조 원)에 이른다. 그런데도 미국은 북한, 중국, 러시아 등 적대국의 미사일 위협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안보를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자했는데, 왜 안보는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다고 하는 것일까?
우리도 이 질문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록히드마틴을 비롯한 미국의 군산복합체의 속삭임에 너무 쉽게 포섭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봐야 한다. 미사일 요격은 '시간과의 싸움'이기에 휴전선을 맞대고 있고 종심이 짧은 한반도에서 과연 요격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중국 및 러시아를 주적으로 삼고 있는 미국이 과연 성주 사드 기지에 있는 레이더를 이들 나라와 무관하게 운용할지도 검증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국내에서 사드를 비롯한 MD 논쟁에서 이러한 질문들이 사라진지 오래다. 반중 감정을 자극하고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정치적 무기'로만 소비될 뿐이다.
윤석열 정부의 공언대로 사드 기지가 '정상화'와 되면 우리의 안보는 정상과 더더욱 멀어질 것이다. 사드와 윤 정부의 '다층적 미사일방어체제' 계획이 가속화될수록 북한은 더 많은 핵무기와 미사일로 응수할 것이다. MD를 고리로 한미일 군사협력이 강해질수록 북중러의 결속도 확연해질 것이다.
한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할 이러한 '정해진 미래'를 다시 설계하려면, 두 가지 관점이 절실하다. 하나는 한미동맹은 물론이고 한국의 독자적인 대북 억제력도 강력하다는 것이다. 한국군의 미사일 보유량만도 7000개가 넘는다.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보다도 많다. 이미 막강한 공격력을 갖춘 만큼, 사드를 비롯한 MD의 타당성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폭주를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사드를 비롯한 MD '강화'가 아니라 '자제'에 있다는 깨달음이다. 앞서 언급한 ABM 조약은 이러한 깨달음의 산물이었다. 깨달음의 주체 역시 '냉전의 전사'로 불렸던 리처드 닉슨이었고, 협상을 통해 이를 실현한 인물은 헨리 키신저였다. 키신저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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