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제2의 n번방 사건'으로 알려진 미성년자 대상 성착취범죄의 재등장에 여론 분노가 이어지면서, 정부·여당이 대응 입장을 밝혔다. 사건이 언론을 통해 최초 보도된 지 4~5일만이다.
국민의힘은 2일 오후 박정하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온라인, 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성범죄의 표적이 되어버린 아이들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수사기관도 미성년자 성범죄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 검거하고, 착취물을 제작·배포하는 사범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해야 한다"며 "특히 디지털성범죄에 대해서는 ‘잊혀질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불법영상 삭제와 신변 보호 강화 등 피해자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제2의 n번방에 이어 제3의 n번방이 발견되었고,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 메신저를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수법도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며 "여전히 우리 사회가 성범죄에 노출된 아이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고 경각심을 보이기도 했다.
전날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디지털성범죄 엄정 대응 지시를 대검찰청에 지시하기도 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한 장관은 과학수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범죄를 끝까지 추적하고, 성착취물 제작·배포 사범은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를 하는 등 강화된 사건처리 기준을 준수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디지털성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엄정 대응', '구속 수사 원칙'만을 강조할 뿐 정작 성범죄 대응에 역할을 해온 여성가족부나 법무부 산하 '디지털성범죄 등 대응 TF' 폐지·해체 입장은 유지하고 있다.
여성부 폐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고, 김현숙 여성부 장관은 여론 수렴 간담회 등을 통해 폐지 작업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또 법무부는 지난 6월 디지털성범죄 대응을 위해 설치한 대응TF 및 전문위원회를 해산하고 이들 조직의 활동 근거가 된 법무부 훈령도 폐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n번방 사건을 최초로 보도한 독립언론인 출신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일 SNS에 쓴 글에서 "성범죄에 맞서는 여성가족부를 없애야 하고, n번방 방지법이 통신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할 때, 가해자들은 더 신이 났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박지현 "제2의 n번방 사태, 尹정부와 이준석이 키웠다")
박 전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n번방 방지법을 개정하겠다는 공약을 철회하고,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 여성부 폐지를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법무부에 대해서도 "장관 직속으로 디지털성범죄 대응 TF를 다시 가동해 달라", "검찰에도 범죄를 뿌리뽑을 강도 높은 수사를 주문해 달라"고 했었다. 박 전 위원장의 촉구 가운데 받아들여진 것은 맨 마지막 하나밖에 없는 셈이다.
민주당도 지난달 30일 이수진 원내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상황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이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대책 없이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보호·지원 주무부처인 여성부를 폐지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는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고, 대응해갈 것인지 분명히 답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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