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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로컬 푸드와 우리 농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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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로컬 푸드와 우리 농산물

얼마 전에 세종시 의회에서 ‘로컬 푸드’라는 명칭에 관해 토론이 있었던 모양이다. 로컬 푸드라는 명칭을 고집하는 의원과 ‘지역 먹을거리’라는 명칭으로 바꿀 것을 원하는 현 시장 측(?)과의 논쟁이 있었나 보다. 필자는 의원도 아니고 기자도 아닌 관계로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는 없다. 다만 세종시가 세종대왕의 얼을 기리는 도시인만큼 한글로 바꾸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사실 요즘은 지나치게 영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중에는 국적 없이 한국화된 영어도 많다. 

핸드폰이라든가 런닝 머신과 같은 것은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콩글리시가 많다. 원래 런닝 머신은 ‘기계처럼 뛰는 인간(600만 불의 사나이?)’를 말한다. 핸드폰도 ‘셀룰러 폰이나 스마트폰’이 정확인 표현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파이팅(fighting)’이라는 말이다. 영어로는 ‘싸우는’인데, 이것이 어떻게 우리나라에서는 ‘싸우자!’라는 말로 쓰이는지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필자도 아이들과 장난삼아 ‘홧팅’이라는 용어를 종종 쓰기도 한다. 

이제는 이 ‘파이팅’이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용어로 자리잡고 있는 것 같아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그냥 우리말이 세계화되는 것은 좋은데, 콩글리시가 세계화되는 것을 보니 참으로 우리의 국력(국국)이 높아진 것은 확실하다.

로컬 푸드(local food)라는 말은 “특정 지역에서 재배되고 가공된 농산물. 먹을거리가 생산지로부터 밥상까지 이동하는 물리적 거리를 줄이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도 익명성에서 벗어나 서로 관계 맺기를 통해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운동에서 비롯된 것(<다음백과>, 어학사전)”으로 지역 농산물 유통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러니까 지역 급식운동, 농산물 직거래, 농민장터 등으로 활성화된 하나의 사회 운동에서 시작된 것이다. 

지금은 로컬 푸드라고 하면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만을 얘기하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는데, 사실은 이산화탄소 방출 감소 효과를 노리는 정책이 이 속에 포함되어 있다. 이동 거리를 축소함으로써 탄소배출을 줄이고 싱싱한 식탁(?)을 만드는 것과 지역 농민의 상품을 이용함으로써 그들에게 혜택을 주고자 하는 상호 신뢰가 바탕에 자리잡고 있다. 

그렇다면 로컬 푸드라는 것은 하나의 우리 농산물을 애용하자는 운동으로 볼 수 있다. 굳이 영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우리 지역 농산물 이용 운동’이라든가, ‘우리 농산물’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하리라 본다. 굳이 한글로 표현하고자 ‘지역 먹을거리’라고 표현하는 것도 좋지만 ‘농산물’이라는 말이 있으니 그것을 사용할 것을 권하고 싶다. 물론 수산물도 포함해야 할 것이나, 우리 지역에서는 수산물이 나지 않으니 농산물이라고 해도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본다.

언어의 표현 기법에 ‘제유법’이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면

인간은 빵만으로 살 수는 없다.

라고 했을 때 ‘빵’은 ‘식량’ 전부를 말하는 것이지 좁은 의미의 빵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 이런 표현법을 제유법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농산물’이라고 하면 그 속에 수산물이나 임산물 등이 모두 포함될 수 있으므로 크게 잘못된 표현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먹을거리’라는 표현과 농산물이라는 표현상의 문제를 살펴보면, ‘먹을거리’는 순우리말이기는 하지만 의미가 좁아 보인다. 단순히 먹는 것만을 취급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 먹을거리’, ‘우리 고장 먹을거리’, ‘우리 고장 농산물’, ‘우리 농산물’ 등 다양한 표현이 있을 것인데, 굳이 아직도 영어식 표현인 ‘로컬 푸드(장거리 운송 과정을 거치지 않은, 그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사전에 등재 되어 있는 외래어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말이 있을 때는 우리말의 아름다운 면을 살려서 우리 지역에 어울리는 용어를 개발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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