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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애끊다’와 ‘애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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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애끊다’와 ‘애끓다’

이순신 장군의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않아 /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림하는 차에 / 어디서 일성(一聲) 호가(胡笳)는 남의 애를 끊나니”라는 시조가 있다. 어린 시절에는 “애를 끊는다”는 말이 무슨 뜻인 줄도 모르고, 그냥 뱃속에 든 아이를 끊어내는 것인 줄 알았다. 적의 동태를 살피려고 수루에 올라 있는데, 어디서 들리는 한 줄기 피리 소리가 ‘창자를 끊어내는 것’처럼 가슴이 아프다는 말이다. 한 때 유행했던 노래 중에 ‘단장(斷腸)의 미아리 고개’라는 노래도 있다. “십 년이 가고 백 년이 가도 / 살아만 돌아오소 / 울고 넘던 이 고개여 / 한 많은 미아리 고개”(반야월 작사, 이재호 작곡)라고 흐느끼면 정말로 가슴이 미어지고 창자가 끊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애’는 창자를 의미하는 순우리말이다. 음식점에 가면 애와 고니(곤이(鯤鮞))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을 자주 본다. 곤이는 물고기 뱃속에 든 알이나 새끼를 이르는 말이고 애는 창자를 이르는데 이 둘이 헷갈리게 표현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때에 따라서는 물고기의 간을 ‘애’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두시언해>에 보면 ‘애’는 ‘장(腸)’으로 나타나 있다. 요즘은 ‘애간장을 태운다’고 하여 사전에도 ‘애’의 뜻을 “근심에 싸여 초조한 마음 속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혹은 마음과 몸의 수고로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예문으로는

ㄱ)태호는 마흔이 넘어도 짝이 없는 아들 때문에 늘 애간장을 태운다.

ㄴ)이 일을 하느라 너무 애를 먹었다.

와 같다. 여기서 애는 모두 창자에서 유래한 말인데, ㄴ)의 경우는 근래에 와서 의미가 확장된 것들이다.

한편 ‘애끓다’는 “몹시 안타깝거나 마음이 쓰여서 속이 끓는 듯하다”는 말이다. 예문으로는

어머니께서는 병실에 힘없이 누워 애끓는 목소리로 간신히 짜서 말씀하셨다.

장마로 폐허가 된 마을을 보고 제각기 원통한 사정을 애끓게 호소했다.

와 같다. 그러니까 ‘애끊다’와 ‘애끓다’는 모두 쓸 수 있는 단어다. 어린 시절 ‘아이=애’로 생각했기에 이순신 장군의 시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질문하는 것을 꺼리는 우리의 교실 관습(?)에 따라 묻지도 못하고 혼자 애를 태우던 시절이 생각난다. 언젠가 오바마가 한국의 기자들에게 질문하라고 몇 번의 기회를 줬는데도 묵묵부답하던 것이 우리네 습성이었다. 그들이 영어를 못해서 그런 것도 아니고 학식이 부족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다만 질문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랬던 것이다.

그렇다면 ‘애끊다’와 ‘애끓다’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알아보자. ‘애가 끓는다’는 것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몹시 안타깝거나 마음이 쓰여서 속이 부글부글 끓는 상태”을 말한다. (손진호, <우리말글>) 필자가 예전에 순위고사(지금은 임용고시라고 한다)를 보고 오던 날 어머니께서는 “애간장이 다 녹았다.”고 표현하셨다. 아마도 이때의 어머니의 심정이 바로 ‘애끓는 모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어머니 덕분에 순위고사에 합격하여 서울에서 14년 간 교사로서 즐거운 경험을 했다. ‘애끊다’가 고통스러운 마음을 상상하게 한다면 ‘애끓다’는 불안·초조·긴장의 연속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리라 생각한다.(손진호, <위의 책>)

우리말은 비슷하면서도 의미의 차이가 있는 것이 많다. 그렇다고 하나는 옳고 하나는 그른 것은 아니다. 둘 다 맞는 말이지만 의미상에는 차이가 있으므로 문장에 적확하게 맞는 것으로 사용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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