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호영 비대위' 출범 확정…임기는 '개문발차'

의원총회 결의, 전국위 의결만 남겨…이준석 가처분 등 변수

국민의힘이 차기 당 지도체제를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로 확정했다.

국민의힘은 9일 화상 의원총회를 열어 전국위원회에 주호영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하기로 했다.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의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73명의 의원이 참여해 반대 의견 한 분도 없이 100% 찬성한 상태에서 추천이 있었다"고 밝혔다.

의총 직전 기자간담회를 가진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오늘 오전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당내 다선 의원 중 한 분이시자 원내대표를 역임하신 주 의원께 비대위원장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며 "주 의원은 당이 매우 어려운 상황임을 인지하고 이를 극복하고 다시 한 번 당과 나라의 발전에 헌신할 걸 다짐하며 이를 수락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가 주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지명한 이유에 대해 송 부대표는 "당 내외 상황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계시고, 현재는 당과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 간에 원활한 소통을 통해서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잘 이끌어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적임자라고 판단하신 거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헌개정 당일, 그에 맞춘 후보자 추천과 임명안 의결까지…숨막히는 속도전

앞서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전국위원회를 열어 당 대표 직무대행도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당헌 제96조 3항의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전까지 비대위원장 임명권은 당 대표와 당 대표 권한대행에게만 있었다.

당헌 개정안 의결에는 재적 위원 707명 중 509명이 참여해 457명이 찬성, 52명이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의결은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고려해 전국위원의 의사는 ARS(전화자동응답시스템)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에 당헌 개정으로 임명권을 갖게 된 권 원내대표가 당일 바로 국민의힘 의원들의 총의를 모으는 형식을 거쳐 주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했고, 당헌 제96조 4항에 따라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치는 절차도 이날 안에 마쳤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전국위를 속개, 다시 한 번 ARS로 전국위원의 뜻을 묻는 의결 절차를 진행한 끝에  재적 707명 중 511명이 투표에 참여, 찬성 463명 대 반대 48명으로 비대위원장 임명안을 가결시켰다. 

비대위원 임명 절차도 이번 주 중 마무리될 전망이다. 비대위원은 상임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비대위원장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비대위원 수는 비대위원장 포함 15인 이내다. 비대위원의 인적 구성이 아직 밝혀지지 가운데 그간 당의 주도권을 쥐어온 '친윤계'의 비중이 관건이다.

당헌상 비대위가 설치되면, 이전 최고위원회의는 즉시 해산되고 비대위가 최고위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당 대표의 지위와 권한도 비대위원장이 갖는다.

▲국민의힘 화상의원총회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남은 문제는…비대위, '관리형'이냐 '혁신형'이냐

남은 문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비대위 활동 기간과 성격이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 등은 비대위 활동 기간을 2개월 정도로 두고 새 대표 선출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 준비에 집중하는 '관리형 비대위'를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비대위원장을 맡게 될 주 의원은 오는 9월 정기국회 종료 이후로 전당대회를 미루고 4개월 이상 활동하며 해당 기간 당 운영을 주도할 '혁신형 비대위'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 명의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이날 자신이 주최한 민·당·정(민간전문가·국회·관료) 토론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 활동 기간과 전당대회 시기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여러 이해관계자가 모여 공론화 과정을 갖고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것이 좋다. 어떤 한 사람의 주장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며 분명한 답을 피했지만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것이 비상대책위원장의 역할"이라고 말해 '관리형 비대위' 쪽에 힘을 실었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 의총에서 비대위 기간이나 성격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며 "새로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하시는 주 의원께서 비대위원과 상의하고 의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바깥 이야기도 들어서 성격과 기간을 정하는 게 옳지 않을까 하는 게 현재 대표 직무대행인 권 원내대표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향후 이준석 대표 측의 비대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여부와 결과가 비대위 운영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 대표 본인과 그 지지자들은 비대위 전환 절차 등을 문제 삼으며 각각 가처분 신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서병수 당 전국위원회 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진행 절차가 당헌·당규상 허점이 없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이 대표도 정치하는 분이고 앞으로 본인의 정치 진로를 위해 가처분 신청이라든가 하는 법적 대응은 자제해주시고 당을 위해 선공후사하는 그런 자세를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날 저녁 SNS에 올린 글에서 "가처분 신청 한다"고 밝히는 등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