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간 7700억 원 규모의 보이스피싱 범죄에 총력 대응하기 위해 ‘보이스피싱 정부합수단’을 출범시켰으나 피해금액이 무려 200조 원이 넘는 불법도박은 제대로 대응을 못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검찰과 경찰,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방송통신위원회 등 범정부차원의 전문 인력 50여 명으로 구성된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을 출범시켰다.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은 보이스피싱 신고 창구를 일원화하고 신속히 연계 수사를 진행해 국내 현금 수거책뿐 아니라 해외 총책까지 검거할 수 있는 효율적인 수사단으로 기대가 높다.
합수단은 검사 6명이 배정된 검사실, 경찰수사 6개 팀과 국세청, 관세청, 금감원, 방통위 등이 포함된 금융수사협력팀으로 구성되며 단장은 김호삼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다.
피해 신고 창구를 일원화한 '보이스피싱 통합 신고·대응센터'와 연계해 신고에서 기소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하며 전화 신고는 112로 일원화되고 인터넷 피해 신고는 내년부터 통합된다.
특히 보이스피싱 통합 신고·대응 센터는 경찰청, 방통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감원, 한국인터넷진흥원 합동으로 설립하고 피해 발생 초기에 현금 수거책부터 총책까지 신속히 특정해 검거하도록 할 방침이다.
반면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연간 매출규모가 200조 원(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추산 81조 원)으로 추산되는 불법 도박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보이스피싱에 비해 너무 미온적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지난 2007년 합법사행산업을 통합, 감독하고 불법사행산업 감시를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를 설치했다.
사감위 위원장은 장관급이지만 수사권이 없어 불법사행산업에 대해서는 감시와 모니터링 및 차단이 주 업무이고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의뢰만 할 수 있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사감위는 불법도박에는 감시와 신고 및 신고포상금 지급에만 주력해 불법도박 근절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는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반면 카지노와 경마 등 합법사행산업에 대해서는 매출총량제와 대리베팅 감독 등 규제를 위한 규제 위주에 나서면서 합법사행산업을 위축시켜 불법도박을 팽창시킨다는 비난이 쇄도한다.
또 사감위는 온라인 불법도박 대응차원에서 ‘불법사행산업 감시신고센터’를 설치했지만 단속권한이 없고 감시활동 위주여서 날로 지능화, 국제화되고 있는 불법사행산업 대응에는 턱없이 미흡하다.
사감위의 불법사행산업 감시신고센터는 불법도박사이트 모니터링과 차단 및 수사의뢰에 그쳐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하거나 수시로 서버나 은행계좌를 변경하는 불법도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6월 15일 화성시의 주택가 파워볼 게임장에서 추첨식 전자복권인 ‘파워볼’결과를 이용해 불법 온라인 도박사이트를 개선, 운영해 500억 원대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일당 43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도박사이트 개설 후 전국 주택가 등에서 운영되는 243개의 게임장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대포통장을 통해 500억 원이 넘는 베팅금액을 입금 받은 범죄혐의다.
또 이보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 4월 15일 베트남과 캄보디아에 각각 사무소를 두고 1조 2000억 원대 불법 온라인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총책 A씨(48)를 베트남에서 검거해 국내로 강제 송환했다.
A씨는 2012년 7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공범 20명과 함께 6개의 불법 온라인도박사이트를 개설, 회원들을 모집해 스포츠 경기의 승패 또는 득점에 돈을 걸게 해 110여 개 계좌를 이용해 1조2000억 원을 송금 받은 혐의다.
이처럼 가물에 콩 나듯 경찰의 불법온라인도박 단속은 대포통장과 범죄혐의 입증 등 증거확보가 어렵고 대부분 해외에서 활약하기 때문에 검거는 전체의 1% 미만에 그쳐 해외에서 활동하는 총책 등의 검거에는 역부족이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사행산업은 풍선효과가 그대로 나타나는 산업으로 합법을 규제할수록 불법만 더욱 팽창하게 된다”며 “합법 규제를 혁신하고 불법도박을 양성화하기 위한 정부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연간 7700억 원의 보이스피싱 범죄를 근절시키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정부합수단을 발족한 것처럼 불법도박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보이스피싱 범죄보다 훨씬 규모가 큰 불법도박 차단을 위한 조직설치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감위가 지난 2019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불법 사행산업 규모는 온라인 도박 54조 5000억 원(67.1%), 오프라인 도박 27조 원(33.3%)에 달하고 있다.
반면 합법사행산업의 2021년 매출은 복권 5조 9753억 원(41.6%), 체육진흥복원 5조 6195억 원(39.1%), 경마 1조 476억 원(7.3%), 강원랜드 7750억 원(2.8%)등 총 14조 3758억 원으로 사감위 추산 불법도박 81조 원의 17.7%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지난 2년 넘게 코로나 팬데믹으로 합법사행산업이 크게 위축된 반면 온라인으로 대표되는 불법도박은 급속도로 팽창해 연간 불법도박으로 유출되는 자금이 250조 원을 훨씬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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