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마지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상임전국위원회 및 전국위원회 소집을 의결했다. 소집 요구 취지는 당의 현재 상황이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이 가능한 '비상 상황'인지에 대한 유권 해석을 의뢰하고 전국위원회에서 그 결과를 의결하는 것이다. 비대위 전환까지 장애물 없이 속도를 내고 있는 셈이지만, 이준석 대표 복귀 문제로 집약되는 비대위의 성격 및 임기 규정 문제는 불씨로 남아 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2일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상임전국위에) 당헌 유권 해석을 의뢰했다. '현재 상황을 (비대위 출범이 가능한) '비상 상황'으로 볼 거냐'를 결정해야 한다"며 "현재 비대위원장 임명 절차는 (당헌에) 전국위 의결을 거쳐 '당 대표 혹은 당 대표 권한대행'이 임명하게 돼 있는데 거기에 '당 대표 직무대행'을 추가하는 안도 의결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당헌상 당헌당규의 유권해석은 상임전국위의, 당헌 개정은 전당대회의 고유 권한으로 돼있다. 다만 전당대회 소집이 곤란한 경우는 전국위가 전당대회 기능을 대행하도록 돼있어, 전국위에서 당헌 개정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박 원내대변인은 상임전국위 및 전국위원회 소집 시기에 대해 "'대면 방식으로 할 거냐. 온라인으로 할 거냐' 이 부분을 당 지도부가 정해서 가능한 빨리 진행할 생각"이라며 "전국위는 3일 전 소집을 공고해야 하는 절차가 있어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까지는 정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애초 전국위 소집에 부정적이었던 서병수 의원(전국위 의장)도 전날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비대위 전환이 당론으로 결정된 뒤 '최고위 의결 등 요건이 맞으면 당헌당규상 전국위를 소집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비대위 전환에도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 의원은 이날 권성동 원내대표가 자신과 주호영·정진석 등 중진 의원들을 만나 오찬 간담회를 하는 자리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실무적으로 완벽하게 준비를 해서 빠른 시일 내에 (전국위가) 되도록 하자는 이야기를 나눴다"며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전국위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는 현원 7명의 최고위원 중 4명이 참석했다. 권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배현진·윤영석 최고위원이다. 배 최고위원과 윤 최고위원은 앞서 최고위원직을 사퇴한다고 밝혔지만 아직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아 정족수에 포함됐다. 향후 최고위 운영에 대해 박 원내대변인은 "비대위 출범 전까지는 최고위가 최소한의 기능을 유지해야 급박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다"며 "오늘 회의에서도 그런 급박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최고위원들에게 사직서 제출을 보류해달라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다만 친이준석계의 반발은 넘어야 할 난관이다.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의 미래보다 자신의 안위만 챙기려 거수기 행세를 했던 의원총회 참석자들은 모두 부끄러운 줄 알라"고 썼다.
당 수석대변인인 허은아 의원도 "이건 아니지 않느냐. 침묵이 찬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상적 절차를 무시한 일방적 결정을 전체 투표로 결정한 것처럼 언론 플레이하는 것도 공정하지 않다. 무엇이 급한지 우리는 절차적 정당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허 수석대변인은 "부끄럽다. 우리는 옳은 길로 가야 한다"며 "이대로라면 당도 대통령도 나라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의 논의 방향이 혼란의 종식이 아니라 혼란을 더 조장하는 분열로 가는 길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비대위 임기, 이준석 당원권 정지 기간에 맞출까
비대위 전환은 기정사실이 됐지만 몇 가지 논쟁 지점은 남아 있다. 먼저 '비대위 임기를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 기간에 맞춰 그의 복귀를 열어둘 것이냐'다.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기현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인터뷰에서 "이번 비대위는 빠른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할 수 있는 형태가 돼야 한다"며 "지금 우리 당에 필요한 것은 '누가 복귀를 하냐 마냐', '누구에게 권한이 주어지냐 없어지냐' 이런 문제가 아니"라고 해 이 대표의 복귀를 가정하지 말고 새 대표를 뽑자는 의견을 피력했다.
반면 이 대표와 가까운 조해진 혁신위 부위원장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당대회는 불법이다. 새로 대표를 뽑으면 당 대표가 두 사람이 된다"며 "(내년) 1월 8일까지만 존속할 수 있는 비대위를 꾸려 이 대표가 원한다면 (당원권 정지가 끝나는) 1월 9일 이후 언제든 돌아올 수 있도록 비대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 복귀 문제'의 일차적 키를 쥐고 있는 서 의원은 지난 1일 의총 전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인용될 가능성이 상당히 많다는 법조인들의 분석도 있던데 이런 위험성을 우리가 안고 가면서까지 비대위를 가동할 필요가 있겠냐"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단 당 최고위원회는 '이 대표 복귀 문제'를 비대위로 미뤘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이날 비대위 임기에 대해 "논의된 바 없다"며 "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이 논의해서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의 성격과 비대위원장 인선을 두고도 당내 의견이 갈린다.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비대위를 꾸리고 그 사이 당의 '관리'를 위해 원내 인사를 임명하자는 의견과 당의 '혁신'을 위해 외부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이른바 '관리형 비대위' 대 '혁신형 비대위' 논쟁이다.
김기현 의원은 BBS 인터뷰에서 "우리 당에 이미 혁신위원회가 구성되어 활동 중"이라며 "당의 정상적인 리더십을 확립시키고 당의 정통성을 가진 지도부가 혁신도 하고 개혁도 하고 변화도 도모해 나가는 것"이라고 관리형 비대위에 무게를 실었다.
반면 조 의원은 "당내에 있는 분들은 저 같은 3선 의원을 포함해 모두 다 이 사태에 대해 책임이 있고 역량의 한계를 보여준 측면이 있다"며 "일단 비대위원장은 새 인물을 더 찾아보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비대위원장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원내 인사는 5선 중진 의원들로 '친윤계'로 분류되는 정진석 국회부의장, 주호영 의원, 구 친박계 출신인 정우택 의원 등이다. 원외 인사로는 윤 대통령과 가까운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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