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전북 노동자가 쏘아 올린 '고공농성'…두 발 디딘 이 땅에선 희망을 잃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전북 노동자가 쏘아 올린 '고공농성'…두 발 디딘 이 땅에선 희망을 잃었다

참프레 노동자 사일로 고공농성 돌입…세계 최장기 고공농성 서글픈 기록 안고 있는 전북

▲참프레 공장 사일로 위에서 기약 없는 고공농성에 돌입한 노동자들 ⓒ이하 프레시안


"누가 너를 저 높은 곳에 올라가도록 만들었을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곳, 누가 나를 이 높은 곳에 올라가도록 만들었을까, 아무도 보아주지 않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곳"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김진숙이 타워크레인에 올라 309일 간 농성한 사건을 배경을 한 노래. 가수 오지은 씨의 바로  '누가 너를 저 높은 곳에 올라가도록 만들었을까'이다.

하늘 밑 땅에서는 간절한 희망을 볼 수 없어 전북의 노동자들이 또다시 하늘에 올랐다. 

참프레 파업투쟁 22일차였던 지난 22일 새벽 3시 김명섭 화물연대 전북지역본부장과 유기택 참프레지회장이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 참프레 공장 사일로 위에서 기약 없는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지상으로부터 약 30m가 되는 높이에 말이다. 고공농성장에 오른 이들의 두 손에는 휴대폰조차 지니지 않은 맨손이다.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파업투쟁에 100억 손해배상으로 나서며 교섭을 결렬시킨 사측에 맞선 화물노동자의 분루다. 스쳐가는 바람결에라도 기도하는 심정임이 분명하다.

그동안 전북에서는 고공농성을 통한 노동자의 외침들이 끊이질 않았다. 두 발로 밟은 땅이 희망이 아닌 절망이었기 때문이다.

전북은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이라는 서글픈 기록을 가지고 있다.

▲고공농성 510일이라는 서글픈 기록을 세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김재주 전북지부장


택시 전액관리제(완전월급제)를 요구하며 지난 2017년 9월 전주시청 노송광장 앞 조명탑에 올랐던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김재주 전북지부장이 고공농성 '510일' 만인 20119년 1월 26일 오전 10시 55분 공중에 떠 있던 두 발을 땅에 내려놓았다.

당시 최장 기간 고공농성에 종지부를 찍은 김 지부장은 "전액관리제 토대가 마련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전주에서부터 전액관리제가 시작돼 전국적으로 확산됐으면 한다"고 농성해제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2019년 6월 4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노조원들이 전주와 익산, 군산 지역 건설현장의 84개 타워크레인 중 47개를 점거해 농성을 펼쳤다. 

당시 이들은 작업이 끝난 전날 오후 5시부터 타워크레인에서 내려오지 않고 점거하는 방식으로 농성에 돌입했다. 지상으로부터 49m 높이에서 이들은 공사장 내 3톤 미만 소형 타워크레인 사용금지와 임금 인상 등을 요구했다.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전북지부 소속 3명의 조합원들은 지난 2020년 8월 18일 군산 비응도동에 위치한 SMG발전소 건설현장 고공철골위에서 시공사 이테크건설의 부당노동행위 철회와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였다.


지난 2011년 3월 26일에는 전주 버스파업이 장기화 되면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준) 민주버스본부 지도부가 망루투쟁에 돌입하기도 했다. 당시 박사훈 민주버스본부장 등 5명은 전주시 덕진동 소재 전교조 전북지부 옥상에 12m 망루를 세우고 고공 단식농성에 들어갔던 것이다.


같은해 8월 3일에는 전북건설지부 고영귀 지부장 안성수 남원지회장이 15만 4000볼트가 흐르고, 80m 높이에 달하는 송전탑에 오르는 일이 있었다. 20년 노동조합 역사를 없애려는 전북 배전업체 때문이었다.

이듬해인 2012년 3월 18일에는 부안에서 고공농성이 진행됐다. 부안 새만금교통 해직노동자 양이식 노동자대책위원이 부안읍 새만금교통 차고지 내에 18m 망루를 설치하고 무기한 망루 단식농성을 진행하기도 했다.


2015년 1월 22일에는 5년 이상 공교육 위해 헌신한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의 절박한 투쟁이 교육청 옥상에서 전개됐다. 전북교육청 사상 최초인 옥상(지상 30m 높이) 무기한 고공농성이 바로 그것이었다. 영어회화전문강사 이혜련(전국 영전강 분과장) 등 4명이 전북교육청 옥상에서 대량해고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한편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고공농성은 1931년 평양의 한 고무공장에서 일하던 강주룡 여사가 을밀대의 12m 지붕에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배종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