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장 윤석열이 책임져라."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20일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서울 용산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앞에서 도합 1만 여 명이 넘는 조합원이 참여하는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문제 해결과 노동 중심의 산업전환을 정부에 요구했다.
본대회에 앞서 금속노조는 이날 오후 2시 30분께부터 서울역 12번 출구 인근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노조는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파업은 한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물러설 수 없는 투쟁"으로 규정했다. 조합원들은 행진 후 삼각지역 10번 출구 앞에서 본대회를 이어갔다.
민주노총 "거제에 공권력 투입 시 전면 투쟁"
본대회에서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라며 공권력 투입을 시사한 발언을 두고 분노섞인 발언을 쏟아냈다. 서울 본대회에는 5400여 명의 조합원들이 참여했다.
이찬우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연 본대회에서 "하청노동자도 같은 국민"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의 진짜 사장인 윤석열 정부가 (하청 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해) 그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소유 관계를 들어 정부가 이번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발언이다.
이 수석부위원장은 이어 "대우조선해양 경영진과 산업은행이 진짜 사장답게 교섭에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위원장은 이날부로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합류하겠다고도 밝혔다.
산업은행 앞에서 7일째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계수정 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 여성부장은 "윤석열 정부는 교섭 과정에서도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하기는커녕, 공권력 (투입을) 확실시하며 협박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문제 인식을 안 하고 불법 낙인 찍기로 공권력 투입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계 부장은 "국민들이 이 파업을 지지하는 이유는 너무 오랜 시간 하청 노동자들에게만 일방적으로 희생을 떠안게 한 구조적 문제에 공감하기 때문"이라며 "이 사태를 공권력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이후 벌어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책임지고 이 사태를 해결하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와는 별개로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수석부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노동 시간 연장, 임금인상 억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완화를 강요하고 있다"며 "자본 중심적인 정부의 노동 정책에 분노한다"고 개탄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윤석열 정부가 노동자들의 투쟁에 처벌만 강요한다면 그 화살은 정권을 향할 것"이라며 "민주노총은 정부의 공권력 침탈시도에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양 위원장은 "정부가 내일 거제 파업 현장에 공권력을 투입할 시 전면 투쟁 방침을 발표하겠다"며 "취임 두 달 된 정권의 존립이 흔들리는 이유는 노동자의 투쟁 때문이 아닌 스스로의 무능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내일(21일) 중앙집행위원회를 경남 거제에서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정부 방침에 대한 대응책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공권력 투입 시 금속노조 총파업"
같은 시간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앞에서도 영남과 호남의 금속노조 조합원 6000여 명이 모이는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렸다.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이번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의 파업 투쟁을 두고 "스스로를 0.3평 공간에 가둔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의 철감옥 현장이 한국 하청노동자의 삶이고 한국 사회 모순의 최전선"이라고 규정했다.
윤 위원장은 이들의 절박한 임금 정상화 요구에도 협상에 나서지 않던 사측과 강경 대응 방침을 고수하는 정부의 태도가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몰아 파업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하청 노동자의 파업 투쟁이 40일을 지나자 고용노동부 장관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노사 대화를 강조하고 대화 시 정부가 교섭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나 "경찰을 조선소 인근에 배치하고 '공권력 투입'을 운운하면서 노동자를 압박하는 것이 교섭지원이냐"고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이어 "만일 정부가 공권력을 투입하거나 교섭이 원만히 진행되지 않는다면 금속노조는 즉시 총파업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위험한 조선소에서 열심히 일해 가족과 먹고살 수 있도록 깎였던 임금을 돌려달라는 요구가 불법이냐"며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의 투쟁은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는 투쟁이고 조선업을 살리는 투쟁"이라고 주장했다.
하청 노사 협상 중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은 지난 5년간 삭감된 임금의 원상 회복(30% 인상)과 노조 인정 등을 요구하며 농성에 나섰다.
하청 사측은 협상을 거부해왔으나 지난 16일 대우조선지회 중재로 노사 대화가 시작됐다. 본래 노측의 임금 30% 인상을 놓고 양자는 장시간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으나, 전날 노측이 5%를 인상하는 수정안을 제시해 협상에 물꼬가 트였다. 사측은 4.5% 인상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노측이 추가로 내년 10% 인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이에 관한 협상이 진행 중이다. 양측이 합의 의지가 있어 현재로서는 합의 가능성에 기대가 커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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