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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어민 북송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기고] 윤석열 정부 일천한 국제법 수준 드러날까 민망하다

수년 전 발생한 탈북 어민 북송과 관련하여 정부와 야당 사이에 국제법 위반 여부를 두고 코미디 같은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만약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로 북송했다면 이는 국제법과 헌법을 모두 위반한 반인도적·반인륜적 범죄행위"라고 비판하였다.

"반인륜적 범죄" (Crimes against Humanity)란 1998년 유엔이 채택한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약> 제7조에서 규정하는 살인, 인종말살, 노예화, 강제추방, 고문, 강간 등 11가지 항목의 범죄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로마규약 제7조가 규정하는 "반인륜적 범죄"는 국가나 특정 조직이 정책적인 목적 하에 무고한 시민 집단 (population)에 대하여 가하는 고의적인 공격행위임을 전제로 한다.

이는 주로 국가 간 무력투쟁 과정에서 벌어진다. 따라서 탈북 어민 북송이 국제법상 "반인륜적 범죄"가 되기 위해서는 당시 대한민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다수의 탈북민들을 강제 북송했어야 한다. 황당한 이야기이다.

법은 특정 정치세력의 목적에 따라 아무데나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자식이 부모를 살해한 경우 반인륜적 범죄행위임은 분명하나, 이는 존속살해에 관한 형법 제250조가 적용될 사안이지 로마규약 제7조가 적용되는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실이 교과서 수준의 국제법규 조차 검토하지 않고 예민한 남북관계 사안을 경솔히 언급한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몇 개 국제인권단체의 발언을 빌려 탈북 어민 송환이 유엔고문방지협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고문방지협약 제3조 제1항은 "어떠한 당사국도 고문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다른 나라로 개인을 추방·송환 또는 인도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문이 행해질 판단의 근거를 찾기 위해 협약 제3조 제2항은 "권한있는 당국은 관련국가에서 현저하며 극악한 또는 대규모 인권침해 사례가 꾸준하게 존재하여 왔는지 여부를 포함하여 모든 관련사항을 고려한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은 대표적 인권침해국가로서 범죄 수사 과정에서 고문이 행해질 개연성이 크다. 하지만 이들 어민이 송환되었을 때 북한 당국으로부터 무조건 고문을 받을 것이라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다. 즉, 송환과 고문 사이에 실체적 (substantial) 인과관계 증명이 필요하다.

고문은 통상 수사기관이 범죄행위를 소명함에 있어서 다른 증거를 찾을 수 없을 때 행해지곤 한다. 그런데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북송된 어민이 살인을 하고 도주한 증거는 구체적이다. 명백한 증거를 앞에 두고 사형에 처해질 것이 확실시 되는 북송 어민들의 살인혐의를 증빙하기 위하여 북한 당국이 이들에게 지속적인 고문을 가할 것인가는 의문이다.

16명을 살해한 살인범에 대하여 사형이 적절하냐에 대한 언급도 상대 국가의 형벌 정책에 관여하는 것이므로 "본질적인 국내문제"에 해당되어 국제법상 불가하다. 이와 함께 난민지위에 관한 협정 제33조 상의 강제송환금지 원칙 위반도 언급되고 있으나, 국제난민법상 형사처벌을 피해 도주한 경우 난민지위 신청이 금지된다.

더불어 탈북 어민 송환이 우리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을 위반한 사안이라는 주장도 있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3조에 따르면 북한영토는 곧 대한민국 영토이며 모든 북한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하지만 이는 영토주권에 대한 헌법상의 선언일 뿐, 우리 대법원도 북한지역은 사실상 대한민국 정부의 관할권이 미치지 않은 곳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법원은 북한 지역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한 형사관할권이 없다.

또 남북한 양측은 범죄인 인도에 관한 협정을 맺은 바도 없고, 상호 수사협조는 현재로서 불가능하다. 이런 경우 해당 혐의자를 자국으로 추방하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이다.

모든 법은 선량한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되고 집행된다. 범죄혐의자는 정당한 재판을 통해 법에서 정한 처벌을 받게 된다. 당시 정황을 보면 북송된 어민은 자유를 찾아 남한행을 택한 탈북민이 아닌, 살인행위에 대한 처벌을 피해 남측으로 도주한 살인혐의자일 뿐이다. 결국 이 사안에 대한 당시 정부의 북송 판단이 정치적인 논란은 될지언정 국제법 위반행위는 아니다. 이런 논란이 외신을 타고 타국에 보도되어 대한민국 정부의 일천한 국제법 수준이 여과 없이 드러날까 민망하기만 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 참석, 박수를 치고 있다. 맨왼쪽은 권영세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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