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 맏형'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이준석 대표 징계 이후 당 지도체제에 대해 '윤핵관 중 윤핵관' 장제원 의원과 이견이 있었음을 암시했다. '윤심'은 자신에게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말도 남겼다. 국민의힘에서 '권성동 원톱' 체제가 확립된 뒤 장 의원이 '잠행'을 시작해 양자 간 갈등설이 불거진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권 원내대표는 14일 한국방송(KBS) 라디오에서 장 의원과의 갈등설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장 의원과) 관계 좋다"면서도 "장 의원과 저와 동일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 어떤 문제에 대한 해법은 서로 의견이 다를 수가 있다. 그게 자연스러운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직무대행 체제로 가는 과정에 결국 윤심이 실린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대통령께서는 과거에도 헌법정신에 입각해서 각종 위기를 돌파해온 분"이라며 "지도체제 문제는 이미 이준석 당 대표에 대한 윤리위 결정이 있는 당일에 직무대행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발표한 사안이다. 그 정도만 말하겠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헌법정신을 연결 지은 그의 발언은 사실상 윤심이 자신에게 있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앞서 권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이 대표 징계 이후 처음 열린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나라에 헌법이 있다. 당에는 당헌·당규가 있다. 기획조정국이 법률가 자문을 구해 (당헌‧당규를) 해석한 바에 의하면 (이 대표가 받은) 당원권 정지는 '궐위' 아닌 '사고'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해 당의 헌법인 당헌상 자신이 직무대행을 맡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당헌상 잔여임기가 6개월 이상인 대표가 '궐위' 상태가 되면, 전당대회를 열어 잔여임기를 수행할 새 대표를 뽑아야 한다. 대표 '사고' 시에는 원내대표, 득표를 많이 한 최고위원 순으로 대표직무를 수행하도록 돼있다.
다만 권 원내대표는 장 의원과 의견이 달랐다는 데 대해 "그걸 갖고 무슨 갈등이다. 분화다. 지나친 정치적 해석을 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해 갈등설을 잠재우려 시도했다.
이날 최고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장 의원과 사이 좋다. 내일 점심을 같이 하기로 했고 수시로 통화하고 있다"며 "장 의원의 말처럼 '한번 형은 영원한 형'인 것처럼 한번 동생은 영원한 동생이다. 잘 지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權 원톱' 체제에 '잠행' 시작한 長, 같은 '윤핵관'이지만 당권 두고는 다른 이해관계
권 원내대표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장 의원과의 갈등설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 확립 움직임이 시작된 뒤 장 의원이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췄기 때문이다.
장 의원은 이 대표 징계 이후 당 대응 관련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진 지난 10일 윤 대통령과 권 원내대표의 만찬에 참석하지 않았다. 또 다른 '윤핵관'인 윤한홍‧이철규 의원은 이 자리에 참석했다.
이후 장 의원은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가 공식 확정된 지난 11일 의원총회, 각각 40여 명의 의원이 참석한 지난 12일 안철수 의원 공부모임, 지난 13일 김기현 의원 공부모임에도 가지 않았다.
장 의원은 그간 의원총회 불참에 대해 "지역구 일정"을 이유로 드는 등 '잠행'에 특별한 이유가 없다며 말을 아꼈지만 정치권에서는권 원내대표와 장 의원이 당권을 두고 '윤핵관' 내부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당 요직을 차지하고 내후년 4월 총선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던 장 의원의 계획이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 확립으로 어그러졌다는 것이다.
권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예정대로 내년 6월 새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열려야 내년 4월 원내대표 임기를 마치고 안정적으로 대표 출마를 준비할 수 있다는 점도 이같은 해석에 설득력을 더하는 요인이다.
대통령실은 당 상황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이날 국회를 찾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당 지도체제에 대한 이른바 '윤심'이 무엇인지에 대해 "그런 부분은 우리(대통령실)가 콩놔라, 팥놔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며 "대통령도 그런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은 지난 10일 만찬 당시 윤 대통령의 발언 내용에 대해 "'내가 당에 콩놔라, 팥놔라 하겠느냐. 당이 중지를 모아서 했으면 좋겠다'는 정도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고 추측성으로 전하기도 했다. 그는 이른바 '권성동-장제원 불화설'에 대해선 "조그마한 일에 삐쳐서 사발 깨지는 소리를 하겠는가. 장 의원이 그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도 아니다"고 일축했다.
장제원 "뭐가 갈등이고 불화인지 모르겠다. 조용히 지켜볼 뿐"
이 실장이 이날 국회에 다녀간 뒤 노출을 최소화하던 장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입을 열었다. 권 원내대표와의 갈등설에 대해 그는 "저는 현상황에 대해 한 마디도 한 적이 없다"며 "뭐가 갈등이고 불화인지 모르겠다. 조용히 지켜볼 뿐"이라고 했다.
자신이 권 원내대표와 당권을 놓고 다투고 있다는 해석에 대해 장 의원은 "저에 대한 관심은 대통령으로부터 파생된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며 "파생된 권력을 놓고 투쟁하고 충돌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뿌리가 하나인데 투쟁할 것이 없다. 저는 사심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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