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당 대표 중징계 상황을 맞은 뒤 처음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준석 대표에게 윤리위원회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 처분 수용을 요청했다. 이 대표 부재 시기 당 운영 방향에 대해서는 조기 전당대회 없이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 대표 직무대행을 수행하는 체제로 뜻을 모았다.
권 원내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대표에 대한 징계는 당으로서도 매우 불행한 일"이라면서도 "윤리위는 독립기구로 당 대표라도 그 결정을 존중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와 관련한 이 대표의 역할에 대해 권 원내대표는 "청년층을 위한 정책 개발과 '나는 국대다' 같은 혁신적인 시도에 앞장서 당에 활력을 불어놓고 청년층의 관심을 이끌었다”라면서도 "5년만의 정권교체는 당원들이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함께 뛰었기 때문이다. 특정인의 인기나 개인기로 이룬 것이 아니”라며 이 대표의 비중을 높게 잡는 평가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당 대표뿐 아니라 원내대표, 최고위원, 모든 당직자는 당원과 국민을 위해 쓰이는 도구”라며 "우리가 (당의) 주인이라 착각하면 안 된다.당원과 지혜를 모으고 민심을 담아 혼란을 수습하고 당을 안정화하겠다”고 밝혔다.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권 원내대표는 "당헌과 당규에 의해서 윤리위에서의 (이 대표에 대한) 당원권 정지 징계 처분은 확정됐다”며 "윤리위의 결정을 수용해야 한다는 게 최고위원회의 입장”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를 '사고'가 아닌 '궐위'로 해석해 조기 전당대회를 치룰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기획조정국에서 당헌·당규를 해석한 결과 궐위가 아닌 사고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보고가 올라왔다. 그 보고에 대해 최고위원들이 기획조정국 해석이 맞다고 결론내려 전당대회를 할 방법이 없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당헌 상 임기가 11개월 정도 남은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 상황을 '궐위'로 해석하면, 60일 내에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 잔여임기를 수행할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반면, 현재 상황을 '사고'로 해석하면, 이 대표가 당원권을 회복할 때까지 원내대표가 당 대표의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는 김용태 청년최고위원도 이 대표의 징계에 대해 권 원내대표와 같은 입장을 취했다. 이날 회의에서 그는 "직무대행 체제가 최고위원회의 공식 입장이고 당 대표는 궐위가 아닌 사고”라며 "당 대표가 부재한 동안 당 지도부가 당을 잘 수습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이준석계' 인사인 정미경 최고위원은 "모든 혼란을 잘 극복하고 빨리 안정적(인 상황)으로 돌입해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냈다.
이 대표의 징계에 대한 최고위원들의 의사가 '이 대표의 징계 수용'과 '임시 전당대회 없는 직무대행 체제'로 모아지며, 이날 오후로 예정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경우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당원권이 정지된 6개월 동안 권 원내대표가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아 당 수습을 주도하게 된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달 공모가 이뤄진 48개 선거구의 조직위원장도 대표 대행 자격으로 정하게 된다.
다만 이 대표 본인은 아직 '10일 간의 이의제기 기간 동안에는 대표로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추가 갈등의 불씨를 남기고 있다. 이 대표가 주도한 당 혁신위 부위원장인 조해진 의원도 이날 SNS에 쓴 글에서 "윤리위, 공심위 등 당내 기구의 의사가 그 기관의 의사를 넘어 당의 의사로 확정되기 위해서는 최고위원회의 의결이 있어야 한다"며 "최고위에서 이 대표에 대한 징계를 확정하더라도, 이 대표가 법원에 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해서 인용되면 징계는 효력을 잃고 이 대표체제는 계속된다"고 주장했다.
단 조 의원은 "집권당이 비대위 체제로 6개월을 가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이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이상 전대를 열어 새 대표를 뽑을 수 없고, 대행 체제로 6개월간 운영하는 것은 비대위보다도 더 적절치 않다"며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경우, 집권당이 6개월이란 긴 시간 동안 비정상 체제로 운영되는 파행을 막기 위해 이 대표는 당에 대한 충정으로 대표직 사퇴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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