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표의 당원권 정지 이후 처음 열린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혁신위원들에게 "국민과 당원이 공감하는 혁신안", "현실에 기반한 혁신안"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공천 시스템 등과 관련해 급진적인 안을 내놓지 말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 제시로 해석된다.
권 원내대표는 12일 혁신위 모두발언에서 향후 혁신위의 방향에 대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국민과 당원이 공감하는 혁신안, 현실에 기반한 혁신안을 만드는 것"이라며 "현실에 기반하지 않거나 국민과 당원이 공감하지 못하는 혁신안을 만들면 그 혁신안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권 원내대표는 "우리 당의 가치와 철학이 살아있는 보수 정당, 민생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정책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여러분이 지혜를 모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위원들에게 당부한 뒤 "치열한 토론을 통해 당 발전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시해주시고 제시된 안이 당원, 국민, 의원들께 공감 얻기를 기대하겠다"고 밝혔다.
혁신위에 '현실적이고 수용 가능한' 안을 주문한 권 원내대표의 발언은 애초 혁신위 출범을 주도한 이 대표의 구상과는 결이 다르다. 이 대표는 혁신위에 '예측가능한 공천시스템 마련'에서 '당의 민주적 운영'에 이르기까지 당 혁신을 총괄할 기구라는 위상을 부여하려 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 8일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받아 해당 기간 당 대표로서 혁신위를 지원할 힘을 잃게 됐다.
최재형 혁신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이 대표의 징계 상황에 대해 "당 대표에 대한 징계 결정을 둘러싸고 국가가 어려움을 당한 시점에 당권 경쟁을 하는 것처럼 비춰져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려 송구스럽다"고 짧게 언급한 뒤 "이럴수록 혁신위가 당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 좋은 혁신안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권 원내대표가 이날 혁신위 모두발언에 나선 데 대해 "우리 당이 국민을 위한 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한 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혁신위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최 위원장은 ‘권 원내대표가 혁신안의 현실성과 수용 가능성을 강조한 것이 공천 룰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실질적으로 당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혁신안을 도출하면 좋겠다는 취지로 이해했다”며 “어느 부분에 대해 바운더리를 정해주는 의미로 듣진 않았다”고 답했다.
한편 모두발언을 마치고 회의장을 나선 권 원내대표는 기자들로부터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이 대표 징계 상황 대응을 논의했다'는 보도에 대한 질문을 받자 "대통령과의 비공개 회동 여부 및 만약 회동했을 경우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하면서도 "대통령과는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의견도 나누고 있다"고 해 윤 대통령과의 회동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이 대표도 조만간 당 윤리위 징계를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 대표 측 인사인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이 전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와) 최근에는 지난 주말에 연락했다"며 "직무대행 체제임을 최고위원들이 공식적으로 의견을 냈기 때문에 대표께서도 아마 윤리위에 대한 결정은 존중해주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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