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표에 대한 '6개월 당원권 정지' 중징계를 둘러싼 국민의힘의 내분이 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결정 이후 이 대표에 대한 직무 정지가 언제부터 적용되는지에 대한 이견 정리가 후폭풍 수습의 관건이다.
그러나 이 대표 측은 징계 의결 통지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재심 청구를 할 수 있다는 당규에 근거해 직무가 정지된 상태는 아니라는 입장에서 변함이 없다.
반면 권성동 원내대표는 윤리위 결정과 동시에 직무 정지가 빌효된 것으로 보고, 직무대행 체제를 가동할 계획이다.
양측의 갈등이 평행선을 긋는 가운데, 홍준표 대구시장은 10일 페이스북 글에서 이 대표를 향해 "조금 더 성숙해져서 돌아오라"며 "차분히 사태를 정리하고 누명을 벗기 위한 사법적 절차에만 집중하라"고 했다.
홍 시장은 "나는 이 대표의 모든 점을 좋아한다"고 덧붙였으나, 사실상 이 대표에게 윤리위 징계를 수용하고 대표직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한 것이다.
반면 유승민 전 의원은 윤리위를 '조폭'에 비유하며 홍 시장과 상반된 시각을 보였다.
유 전 의원은 9일 북콘서트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아무도 진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윤리위가 의혹만 가지고 중징계를 내렸다"며 "윤리위나 윤핵관들을 보면 조폭 같다. 이게 조폭들이 하는 일과 뭐가 다르냐"고 비판했다.
그는 "이 대표를 비호하거나 감쌀 생각은 조금도 없다"면서도 "어떤 사람은 대법원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도 윤핵관이라 설치고 다니고, 또 누구는 두 달째 경찰 조사를 불응하고 있지 않나"고 '친윤'에 비판의 초점을 맞췄다.
사흘째 공개 일정을 자제하고 있는 이 대표도 9일 페이스북에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의 OST인 '바람의 빛깔' 번안곡을 공유해 묘한 해석을 낳았다.
이 곡의 가사에는 '달을 보고 우는 늑대 울음소리는 무얼 말하려는 건지 아나요', '자기와 다른 모습 가졌다고 무시하려고 하지 말아요', '얼마나 크게 될지 나무를 베면 알 수가 없죠'라는 구절이 있다. 노랫말을 통해 자신에 대한 징계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청년 정치의 싹을 잘랐다는 메시지를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이 대표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안철수 의원을 향해 '공천파동' 비판을 제기했던 때에도 이 곡을 인용했다.
당시 그는 "다시는 누군가가 황당한 아집으로 우리가 같이 정치하는 동지들과 그 가족들의 선한 마음에 못을 박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노래 한 곳을 신청한다"며 이 곡을 거론한 뒤 "인간의 탐욕에 대한 고찰과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의 가치를 잘 풀어내고 있다"고 풀이했다.
반면, 같은 날 안철수 의원은 이 대표와 함께 징계를 받은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이 이 대표의 성비위 의혹을 제기한 장모 씨에게 작성해 준 '7억 원 투자 각서'가 자신과 연관 돼 있다는 보도를 반박했다.
의원실 공지를 통해 안 의원은 7억 원 투자 각서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에 협상 카드로 활용됐다는 취지의 JTBC 보도에 대해 "허무맹랑한 음해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후보 단일화와 정권교체의 대의를 훼손시키기 위한 어떤 시도도 국민적 공분에 직면할 것"이라며 "허위사실 유포행위에 대해서는 강경 대응할 것이며 관련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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