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살에 애도를 표하고자 일정을 바꿔 일본에 방문하기로 했다. 아베 전 총리 사망에 각국 지도자들의 애도가 쏟아지는 가운데, 외신은 유독 중국과 한국의 애도 표명이 늦은 것은 이들 국가 간의 복잡한 관계를 상징한다고 지적했다.
10일 <로이터> 통신은 미 국무부가 블링컨 장관이 11일 도쿄를 방문할 계획임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블링컨 장관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6~9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 참석 뒤 태국 방콕을 방문 중이며, 이번 도쿄 방문은 예정에 없었다. 국무부는 성명에서 블링컨 장관이 이번 도쿄 방문을 통해 "아베 전 총리 사망에 대한 애도를 표명하고 일본 고위 관료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직후 아베 전 총리를 두고 미-일 관계를 "새롭게 끌어올린 특별한 파트너이자 위대한 비전을 가진 지도자"였다고 조의를 표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아베 전 총리 피살 당일인 8일 "일본과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비극"이라며 애도를 표하고 미 정부기관에 아베 전 총리에 대한 "기억과 존경의 표시"로 10일 일몰 때까지 조기를 게양하라고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 외에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앤서니 알바니즈 호주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세계 정상들이 아베 전 총리 사망 사실이 알려진 직후 조의를 표했다. 이에 반해 이웃나라인 중국과 한국은 애도의 뜻을 표명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9일(현지시각) 지적했다.
매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아베 전 총리 피살 다음날인 9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및 아베 전 총리의 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전했으며 윤석열 대통령은 사망 당일 "다른 아시아 국가 정상들보다 몇 시간 늦게" 조의를 표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일본의 한국 식민 지배 등 "20세기 전반에 군국주의 일본의 잔학성을 경험한 중국과 한국의 반응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아베 전 총리 재임기간 일본 정부가 종종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부인했으며 2차 세계대전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일본의 군대 보유 및 교전을 금지한 평화헌법 개헌을 추진하는 등의 행위로 한국 및 중국과의 관계를 껄끄럽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들 나라 관계를 반영하듯 아베 전 총리의 사망 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환호"와 "조롱"이 가득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현장에서 일본인 용의자가 체포됐음에도 불구하고 주후쿠오카한국총영사관은 아베 전 총리 피격과 관련해 한국인에 대한 혐오 범죄 가능성을 우려하며 "위험지역에 접근하지 말라"고 주의를 공지했다.
매체는 그러나 역사적 마찰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핵무장 위협을 함께 경계하고 있으며 중국에 대한 경각심을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본이 중국 경제의 주요 투자자인 점을 들어 한중 양국과 일본의 관계가 단선적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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