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대선에서 국정과제를 통해 말한 많은 정책이 정책 수요자에게 효율적으로 전달되고 있지 않다"며 "민생을 살피는 세밀한 이야기 전달이 부족했다"고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 대표는 6일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59초 쇼츠' 공약 중 하나였던 '전기차 충전요금 인상 중지' 정책이 별다른 설명 없이 폐기됐다. 현장에서 매우 호응이 있었던 '양육비 국가 선지급제'도 국정과제로 주목을 못 받아 양육 위기에 처한 한부모 가정의 실망이 크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 대표는 '양육비 국가 선지급제' 공약이 후순위로 밀린 데 대해 "한부모 가정의 80%가 양육비를 지급받지 하는 게 성장기에 고른 기회를 받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며 "이건 대선과 지방선거를 지나며 보수가 외친 '공정한 경쟁'에 장애물이 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또 "택시 기사와 대리운전 기사는 사실상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대리운전의 시간당 비용이 3배 가까이 오를 동안 택시 기사 임금은 10%도 안 올랐다"며 "당정은 불편한 이야기를 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택시요금을 인상하면 물가 상승 우려가 있겠지만 이런 불합리는 해결해야 한다. 이건 공정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탑승 시위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사회적 갈등 문제에 대해 당정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걸 요구하려 무질서를 지속하면 과대표된 그들의 목소리가 아니라 일반 대중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이런 걸 방치하면 전 정부와 차별화할 수 없고, 우리를 지지한 사람들이 계속 지지할 이유를 찾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장 서울 지하철에서 매일 벌어지는 일부 단체 시위에 대해 정부 여당이 적극 대응하기보다 인수위 시절부터 추상적 감정적 대응을 하다 이 문제가 장기화됐다"고 그는 거듭 날을 세웠다.
그는 "반도체·원전 등 중후장대한 산업도 중요하지만 민생을 챙기는 세밀한 이야기가 부족한 점을 반성해야 한다"며 "국민 정책 수요는 중후장대함보다 세밀한 민생 챙기기에 따라 결정된다"고 훈계하듯 말했다.
그는 "제가 구체적 사항을 열거하는 이유는, 지난 선거에서 많은 공약을 했고 실현 가능한 것을 국정과제화하며 현실적 검토를 한 것이지만 놓치거나 누락된 부분이 있다. 당이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기 기대하는 마음에서 정부에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자신에 대한 윤리위 징계절차 개시 문제나 최고위원 추가 임명 건 등 사안을 놓고 당내 '윤핵관' 그룹과 대립을 빚어온 이 대표가, 윤석열 정부를 향해 "불편한 이야기를 할 용기"를 냈다며 "정책이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지 않다", "공정한 경쟁에 장애물이 된다", "추상적 감정적 대응을 했다"고 비판을 제기한 것이어서 정치권 안팎의 이목을 끌었다.
한덕수 "권성동 원내대표 말에 전적으로 공감"…이준석은?
이 대표와 함께 당정협의회에 참석한 권성동 원내대표는 반면 취약계층 대책 마련, 경제주체 고통분담 등 경제위기에 대한 거시적 대응 방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먼저 "정부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한계상황에 내몰린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현장에서 살펴야 한다"며 "특히 공공요금 상승에 따른 저소득 취약계층 지원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경제위기의 고통을 분담하는 문제에 대해 그는 "민관이 함께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며 "정부는 세수 손실을 감소하며 유류세를 최대폭으로 인하했지만 정유업계와 카드업계는 카드 수수료 인하를 놓고 책임공방만 벌이고 있다. 민간도 감내할 수 있는 선에서 고통분담 동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권 원내대표는 "정부가 연금, 노동, 공공 부문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을 예고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로드맵이 마련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개혁 로드맵' 마련을 주문하고, "대통령실, 총리실에서 국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한 규제 개혁안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와 권 원내대표에 이어 모두발언에 나선 한덕수 국무총리는 "권 원내대표가 말한 사항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 "권 원내대표 말대로 우리가 처한 상황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권 원내대표의 말에 두 차례 공감을 표했지만, 이 대표의 지적과 제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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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국회의 협조, 즉 국정과제를 입법으로 뒷받침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이 대표와 다른 참석자들의 발언의 결이 달랐다. 우선 이 대표는 이날 입법 관련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당정 양자 중 당이 해야 할 몫보다는 정부 정책에 대한 언급이 더 많았다.
반면 권 원내대표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민의힘 능력으로는 여의도에서 풀 한 포기 옮길 수 없다"며 "부동산 세제 개편, 임대차 3법 개정, 납품단가 연동제 등을 위해 협치가 절실하다. 소통·협치의 채널을 만드는 데 총리가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 당도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100일 작전에 돌입했다. 100대 과제 (뒷받침) 입법을 위해 60건의 법안을 발의 중"이라며 "앞으로 정부와 긴밀히 협조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에 "단기적 민생 안정 대책에 더해, 중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과 경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규제 혁신을 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당정 간 '원 팀' 협력은 물론이고 야당과도 어려운 경제 해결을 위한 협력을 과감하게 요청해야 한다"며 "여야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 국정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당의 협조를 받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도 "국회가 너무 강해졌다. 과거에는 경제는 경제 논리대로 풀어나가자는 마음이 있었는데 지금은 경제를 경제 논리대로 할 수 없는 시점인 것 같다"며 "경제가 정치의 핵심이 돼 있어 앞으로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데 국회와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그 전 단계로 당과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 당정 회의를 자주 함으로써 국정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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