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번에는 최고위원회의 비공개 회의 진행 여부를 두고 배현진 최고위원과 공개 설전을 벌였다. 안철수 의원과 최고위 구성을 놓고, 이양희 윤리위원장과 '성상납 의혹' 징계 심의를 놓고 충돌한 데 이어서다.
이 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오늘 저는 별다른 말할 것이 없다"며 "최고위 회의가 공개와 비공개로 나눠 진행되는데, 비공개에서 나온 발언이 언론에 따옴표까지 쳐서 보도되는 일이 벌어져 오늘부터 직권으로 비공개 회의에서 현안 논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표가 말한 '언론 보도'는 지난 16일 안철수 의원이 최고위원으로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과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을 최고위원으로 추천한 데 대해 이 대표가 "뗑깡부린다"고 했다는 보도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일부 언론은 이 대표가 '뗑깡' 등의 표현으로 안 의원을 비난했고 배 최고위원이 이에 "졸렬해 보일 수 있다"고 반격했다고 보도했으나,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같은날 <프레시안> 전화 인터뷰에서 "언론에 나간 것 같은 발언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권성동 원내대표와 박형수 원내대변인도 같은날 이같은 발언이 있었는지 묻는 확인취재에 "그런 발언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대표가 사실상 이를 문제삼아 '비공개 회의를 하지 않겠다'고 하자, 배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에서 "현안을 논의하지 말 게 아니라 비공개 회의를 철저하게 단속해 당 내부 논의를 건강하게 이어가야 할 것 같다. 그런 건의를 드린다"고 반박했다.
배 최고위원의 건의에도 이 대표는 뜻을 꺾지 않았다. 이 대표는 "공지한 대로 비공개 회의 진행은 안 하겠다"며 "이 자리(공개 회의)에서 국제위원장 임명 건에 대해 의견 있으면 말해달라"고 했다. 배 최고위원은 즉각 "비공개 회의를 이렇게 일방적으로 없애시면 어떻게 하나. 최고위 회의하는 동안에도 비공개 회의를 해야 한다고 제안 드리지 않았나"라며 다시 맞섰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모양이 안 좋은데 잠깐만"이라며 싸움을 말리려 했지만 이 대표와 배 최고위원 간 말싸움은 그치지 않았다.
이 대표가 이어 "특정인이 (비공개 회의에) 참석했을 때 특히 유출이 많이 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배 최고위원을 겨냥해 날을 세우자, 배 최고위원은 "대표님 본인이 유출하신 거잖아요"라고 맞섰다. 이에 이 대표는 "내 얘기를 내가 유출했다고?"라고 되물으며 언성을 높였다.
결국 권성동 원내대표가 다시 한 번 회의 비공개 전환을 선언하며 싸움이 끝났다.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 이 대표는 국제위원장 임명 건 논의에 참여한 뒤 현안 논의가 시작되자 곧바로 자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분란 중심에 선 이준석…안철수 의원, 이양희 윤리위원장과도 대립
이 대표가 최근 벌인 당내 설전의 상대는 배 최고위원만이 아니다. 이 대표는 안 의원이 추천한 두 명의 최고위원 후보자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며 안 의원과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안 의원 역시 추천 인사를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둘 사이의 갈등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일요일인 전날에는 안 의원과 이 대표가 SNS와 보도자료를 통해 실시간 수준의 공방을 주고받으며 감정싸움 양상마저 보였다. (☞관련기사 : 안철수 "약속 안 지켜 유감" vs 이준석 "당규 해석 못하는 것")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 추천 건에 대해 "안 의원이 분명하게 자기 입장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최고위원 구성과 관련해 더 이상 논의나 협상은 없다"며 "사무총장과 당 대표가 이를 안건으로 선정하면 (최고위에서) 논의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또 자신의 성상납 의혹에 대한 징계 심의를 진행 중인 당 중앙윤리위원회와도 갈등을 벌이고 있다. 이 대표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윤리위가 '종결자'가 될 수는 없고 경찰 수사가 빨리 나오면 되는 것"(6월 17일, <펜앤드마이크TV>), "당 윤리위로부터 소명 요구를 받지 않았다"(6월 13일 <오마이뉴스)고 하자, 이양희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이 직접 이 대표 발언을 비판하는 입장문을 냈다.
이 위원장은 지난 18일 낸 입장문에서 "윤리위는 당원 개개인의 지위 고하에 상관없이 모든 당원에 대한 징계 관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당헌당규에 따른 윤리위원회의 권한은 제한적인데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에 준하는 판단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힘 당헌 당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주관적 주장"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또 "지난 4월 21일 징계절차 개시가 결정되어 관련 결정을 통지받은 대상자들은 당헌 당규에 따라 본인에게 부여된 소명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여 언제든지 회의 개최 이전에 소명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며 "윤리위원회의 운영에 지장을 주는 부적절한 정치적 행위가 재발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4월 21일은 이 대표에 대해 윤리위가 징계 절차 개시를 결정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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