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총기규제 촉구 집회에 참석한 재스민 카자레스(17)는 지난달 24일 텍사스 유밸디 롭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참사 희생자인 동생 재키가 살아 있다면 전날 "10살 생일을 맞았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그는 매일 아침 양치하며 여동생과 아침인사를 나눴는데 하필 그 날 늦게 일어나서 인사를 하지 못한 것이 "평생 나를 괴롭힐 것"이라며 "내 분노를 실제 변화를 가져오는 데 쓸 것"이라고 선언했다.
오스틴 외에도 워싱턴, 뉴욕, 애틀랜타 등 이날 미국 전역에서 수천 명의 군중이 총기 폭력에 반대하고 의회와 백악관에 총기규제를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했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집회 참가자들이 군대식 무기 사용을 제한할 것을 요구하고 의회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경우 투표로 심판하겠다고 외쳤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미국에선 초등학생 19명을 포함해 적어도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텍사스 유밸디 초등학교 총기난사를 비롯해 적어도 10명이 숨진 뉴욕주 버팔로 인종혐오 총기난사 등 총기를 통한 대량 학살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다. 이날 집회를 주도한 단체는 적어도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8년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고등학교 총기참사 생존자 모임인 삶을위한행진(March for Our Lives)이다.
워싱턴DC에서 4명의 자녀 및 남편과 함께 집회에 참석한 전직 교사 제이미 애브람스(42)는 학교 총기난사 위험이 그의 6~11살 자녀들을 홈스쿨링하는 주요 이유라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같은 집회에 참석한 칼리 아우겐바흐(24)는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하며 매일 총기폭력 위협에 시달린다며 늘 모든 문이 잠기는지 확인한다고 이 매체에 말했다. 집회 참가자인 고등학생 새라 커클랜드(17)는 <뉴욕타임스>에 자신이 적어도 26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2년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때 희생자들과 같은 나이였다며 유치원 때부터 반복되는 총기폭력 대처 훈련에 지쳤다고 말했다.
1000명가량이 참여한 뉴욕 집회에서는 9살 어린이가 "제가 학교에서 수업 중일 때 총을 쏘지 마세요"라고 연설하기도 했다. 2016년 13살 어린이가 쏜 총에 14살 아들을 잃은 줄보니아 맥도웰(43)도 같은 집회에 참석해 그가 겪은 고통을 다른 사람들이 겪지 않게 하기 위해 총기규제를 요구했다. 지난달 총기난사가 일어난 유밸디 인근인 텍사스 샌안토니오에서 집회에 참가한 프랭크 루이즈(41)는 유밸디 사건에 대한 기사를 보고 8살 딸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죠? 우린 뭘 할 수 있나요?"라고 물은 것을 계기로 집회에 참가하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즈>에 말했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 트위터에서 "오늘 '삶을위한행진'과 전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의회에 상식적인 총기규제안 통과를 요구하며 행진한다.나는 내가 의회에 요구한 말을 반복함으로써 그들과 합류하겠다. '무언가를 하십시오'"라며 집회에 대한 지지 목소리를 냈다.
연이은 총기참사로 반자동 소총 구매연령 상한, 총기구매시 신원조회 확대 등 규제 목소리가 나오지만 총기규제에 반대하는 공화당이 의석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상원은 규제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 유밸디 초등학교 총기난사 뒤 상원에서 초당적 협의체가 꾸려졌지만 아직 뚜렷한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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