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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불안정, 산모 조산과 저신장 영아 출생에 영향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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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불안정, 산모 조산과 저신장 영아 출생에 영향 끼친다

[서리풀 연구通] 주거권 박탈과 건강의 대물림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10명 중 6명이 '주거불안정'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는 코로나 19 팬데믹 라는 유례없는 위기로 인해 더 심화된 양상을 보였다. 임금상승은 주거비 상승 수준을 따라잡기에 턱없이 모자라고,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의 부족은 임대료 체납 등으로 퇴거 위기에 놓인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이제는 주거권 보장이 새로운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들리지만, 인간의 여러 기본권 중에서도 주거권 보장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상대적으로 뒤늦게 논의되기 시작했으며, 여전히 이와 관련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주거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건강과의 관계를 들 수 있다. 다시 말해, 주거권 침해와 건강 문제와의 관계를 규명하는 작업은 주거권 보장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오늘은 국제학술지 <사회과학과 의학>에 발표된 주거불안정이 조산, 저신장 영아 출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소개하려고 한다.(☞ 바로 가기 : 퇴거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의 거주와 조산의 관계)

연구진들은 2000년부터 2016년까지의 미국 시카고의 퇴거 조치 신청 및 이행 현황과 출산력 자료를 연계하여 지역별 관계를 살펴보았다. 집주인은 합법적인 방법을 통해 세입자에게 계약종료일을 고지해야 하며, 법원에서 합법판결이 나야 조치 명령을 시행할 수 있다. 연구진은 임신 이후 27주 미만을 조산으로 정의하고, 영유아 출생 당시 체중이 전체 분포의 10% 미만에 해당시 저신장 영아 출생으로 정의했다.

분석 결과, 퇴거 조치 신청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조산 확률이 높았으며, 이 관계는 조산의 범위를 보수적으로 (34주 미만으로) 추정했을 때에도 유의하게 나타났다. 또한 퇴거 신청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저신장 영아 출산 확률이 높았다. 특히 세입자가 더 많이 집중해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저소득 지역과 유색인종에게서 퇴거와 조산, 저신장 영아 출산의 관계가 더 높게 나타났다. 퇴거 이행 비율을 독립변수로 두었을 때에도 관찰된 관계는 동일하게 나타났다. 즉, 퇴거 조치가 빈번히 발생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산모들이 조산, 저신장 영아 출산을 경험할 확률이 높은 것이다.

연구진은 주거 불안정과 영유아 건강의 관계를 산모의 정신건강과 건강행위로 설명한다. 첫째, 주거 불안정 그 자체가 산모의 정신적 스트레스 요인이므로 뱃속에 있는 태아는 신체적·정서적 변화를 겪을 수 있다. 둘째, 주거불안정이 성매개 감염병을 유발한다는 다른 연구 역시 연구진의 가설을 뒷받침한다. 퇴거조치로 잦은 주거지 이동을 경험하는 산모들은 여러 위해요인(안전하지 않은 주거 환경)에 노출되어 성매개 감염병에 걸릴 확률이 높고, 결과적으로 조산 및 태아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퇴거의 맥락적 의미, 발생 과정과 원인은 국가마다 또 문화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삶의 터전인 주거가 온전히 유지되지 않았을 때 질병과 사망의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된다는 것은 국가와 문화를 막론하고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오늘 소개한 논문은 주거불안정의 치명적 악영향이 세대에 걸쳐 전이되어 영유아의 건강에도 부정적 결과로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강제퇴거가 주거권을 침해하는 한국 사회의 현실은 재개발과 재건축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나며,(☞ 관련 기사 : <프레시안> 2019년 3월 12일 자 '유엔 특보가 경고한 '한국의 강제 퇴거'') 퇴거조치에 저항하던 이들의 씁쓸한 죽음은 아무도 모르게 잊혀져 가고 있다.(☞ 관련 기사 : <한겨레> 5월 12일 자 ''퇴거 반대 농성' 고시텔 입주자 2명 숨진 채 발견') 우리는 주거권의 박탈이 개인의 생존에 대한 위협일 뿐 아니라, 세대로 이어지는 건강위협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서지사항

- Freedman AA, Smart BP, Keenan-Devlin LS, et al. Living in a block group with a higher eviction rate is associated with increased odds of preterm delivery. J Epidemiol Community Health 2022;76:398-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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