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5공화국 시절 삼청교육대에 강제입소된 사람 모두가 국가 폭력에 의한 피해자로 인정받을 길이 열렸다.
5공이 1980년대 4만 명이 넘는 시민을 삼청교육대에 강제 수용한 조치가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발생한 대규모 인권침해 사건"이라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 결정이 나왔기 때문이다.
2기 진실화해위원회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7일 제34차 위원회 회의를 열고 삼청교육 피해 41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번 결정은 2018년 대법원이 계엄포고 13호가 위헌·위법하여 무효라고 판단한 결과를 근거로 이뤄졌다. 당시 대법원은 삼청교육대에 강제로 연행된 후 탈출해 계엄법 위반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피해자의 재심 사건에서 삼청교육대 설립의 근거인 계엄포고 제13호가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되었고 그 내용도 "신체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삼청교육의 위법성을 처음으로 인정한 대법원 판단 이후 나온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은 삼청교육 자체가 공권력이 자행한 인권침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위원회는 "삼청교육 내 순화교육 및 근로봉사는 헌법상 보장된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고 다수의 국제·국내 규범이 금지하고 있는 강제노역이 동반된 인권침해"이며 "보호감호는 신체의 자유 뿐 아니라 재판을 받을 권리도 침해한 인권침해"라는 점을 확인했다.
또한 삼청교육 중 도주나 소요 등으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이 100여 명에 이르며, 이들이 받은 유죄판결은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재심 등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2004년 제정된 '삼청교육피해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삼청교육피해자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현행법상 '상이·사망한 자'로 제한된 삼청교육 피해자 범위를 '삼청교육에 강제입소된 사람'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즉, 삼청교육대에 강제입소된 모두가 피해자라는 설명이다. 과거 삼청교육 피해자의 범위가 한정된 탓에 삼청교육에서 순화교육, 보호감호 등을 받았던 이들은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4만 명이 넘는 피해자 구제를 위해 진실화해위 활동 기간 종료 후에도 진실규명 및 구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하고, 트라우마 치유 센터 설립 등 종합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진실화해위는 권고했다. 현재 2기 진실화해위에 접수된 사건은 5월 기준 113건이다.
진실화해위 정근식 위원장은 "삼청교육 피해사건은 피해자만 4만 명에 이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낙인효과로 인해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드러내기를 주저하고 있어 안타깝다"라며 "이번 진실화해위원회 결정을 계기로 보다 많은 피해자들이 진실규명을 신청해 명예회복과 피해구제가 이뤄지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삼청교육 피해사건은 1980년 전두환 신군부가 계엄포고 13호를 내리면서 시민 6만755명을 영장 없이 검거하고, 그중 4만 명을 군부대에 설치된 삼청교육대에 수용해 불법구금, 구타 등 가혹행위를 한 대규모 인권침해 사건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삼청교육 관련 사망자만 421명에 달한다. (관련 기사 ☞ 54명 사망 삼청 교육…가해자들은 바로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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