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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양당 후보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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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거대 양당 후보만 빼고

[기고] 전문성을 갖춘 청년, 여성 후보를 뽑자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호소했던 임미리 교수의 2020년1월28일자 경향신문 칼럼이 자꾸 기억나는 요즘이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격론 끝에 5대4로 임교수의 ‘민주당만 빼고’ 칼럼이 선거법상 금지된 ‘투표참여 권유행위’에 해당돼 언론의 자유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공식 선거운동기간 중에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투표참여 권유행위’가 선거법상 허용된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다. 이에 힘입어 나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가급적 거대양당 후보를 빼고, 청년과 여성 가운데 교육전문성이나 환경전문성, 노동전문성을 갖춘 제3정당후보, 특히 진보정당후보에게 표를 줘서 지방의회의 정치다양성과 민심반응성을 강화하자고 호소한다.

소선거구제 광역의회는 거대양당, 아니, 제1당 독재체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17개시도 광역의원선거는 국회의원선거와 마찬가지로 선거구당 최다득표자 1인만을 뽑는 소선거구제로 치러진다. 소선거구제 아래서는 거대양당후보가 아니면 당선이 불가능에 가깝다. 2018년 광역의원선거결과가 이를 웅변한다. 전국의 광역의석 총824석 중 민주당이 652석(79.1%), 자유한국당이 137석(16.6%)을 차지해서 거대양당의 광역의석 점유율이 95.7%에 달했다. 참고로 2010년과 2014년에 구성된 서울시의회의 거대양당점유율은 100%였다. 광역의회에서 거대양당체제는 강고하기 그지없다.

엄밀히 말하자면 거대양당체제란 말은 광역의회의 현실을 100% 오도한다. 지방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이 먼저 지지하는 광역단체장후보를 정한 후 그 소속정당이 공천한 광역의원, 기초의원후보를 ‘묻지 마, 줄 투표’한다. 후보의 인물이나 공약을 거들떠보지 않고 소속정당만 보고 표를 준다는 점에서 비례대표의원을 뽑기 위한 정당투표에서 지지정당에 표를 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세한 광역단체장후보와 동일한 정당의 공천을 받은 지역구의원후보가 ‘모든’ 지역구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결과적으로 영호남 지역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에서도 광역의회는 제1당의 의석점유율이 70%를 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회에서는 제1당의 의석점유율이 70% 아래로 떨어진 경우가 지난30년 동안 한 번도 없었다. 2018년 광역의원선거에서 민주당은 서울의 110석 중 102석(92.7%), 경기도의 142석 중 135석(95%), 인천의 37석 중 34석(91.9%)을 싹쓸이했다. 야당(제2당)의 견제가 불가능한 완벽한 1당 독재체제가 수도권의 3개 광역의회에서 성립한 것이다.

다른 지역의 광역의회에서도 민주당과 국힘당의 의석 수 차이가 크게 나서 민주당 1당 독재체제가 성립했다. 세종(17대1), 대전(21대1), 제주(29대2), 충북(28대4)이 그랬으며 부산(41대6), 울산(17대5), 충남(33대8)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늘 그랬듯이 민주당은 전남북과 광주를 독점적으로 지배했다. 거꾸로 2006년 지방선거에선 호남을 제외한 모든 광역의회가 완벽한 한나라당 1당 독재체제였다. 이처럼 광역의회선거에서는 제3당 후보는 고사하고 제2당 후보도 당선되기 어려운 제1당 독재체제가 꾸준히 이어져왔다.

특기할만한 사실은 2018년이건 2006년이건 거대양당의 정당득표율은 2대1 정도로 차이가 났지만 의석수에선 9대1이 넘는 차이가 났다는 점이다. 이 정도로 정당득표율과 의석수의 불비례성이 극심한 선거결과가 되풀이되면 국회가 원인을 분석해서 비례성을 대폭 높이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손질해야 맞다. 그러나 거대양당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선거의 비례성을 제고하기 위해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서도 광역의원선거의 불비례성 문제는 그대로 방치했다. 대부분의 광역의회에서 8년 주기로 번갈아가며 1당 독재를 해온 탓에 거대양당이 특별한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 결과다. 거대양당과 국회가 대다수 광역의회의 1당 독재 및 그 폐해에 눈감아온 건 명백한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30일 서울 동작구 상도1동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투표함과 기표대 등을 정리·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선거구제 기초의회도 거대양당의 공생체제다

17개시도 광역의회뿐 아니라 226개 시군구 기초의회도 거대양당이 지배한다. 기초의원선거는 선거구당 2인에서 4인을 뽑는 중선거구제로 치러지지만 기초의회에서도 거대양당의 의석점유율은 언제나 어디서나 90%가 넘는다. 광역의회와 다른 점은 영호남지역이 아닌 이상 제1당의 의석점유율이 70%를 넘는 제1당 편중현상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거대양당이 절대다수의 2인 선거구에서는 1대1로, 3인 선거구에서는 2대1로 사이좋게 의석을 나눠 갖기 때문이다.

유독 기초의원선거에서 중선거구제(2인~4인)를 채택한 이유는 제3당 후보나 무소속 시민후보들의 기초의회 진출을 용이하게 해서 정치다양성과 민심대표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이런 입법취지를 살리려면 기초의회선거에선 2인선거구가 아니라 4인선거구가 많아야한다. 현실은 정반대다. 2018년 기초의원 선거구 총1,035개 가운데 2인 선거구가 592개(57%)로 제일 많았고 3인 선거구가 415개(40%)로 그 뒤를 이었으며 4인 선거구는 고작 28(3%)개에 지나지 않았다. 실은 기초의원선거법을 중선거구제로 바꾼 2005년 이래로 줄곧 비슷했다. 이는 기초의원 중선거구제가 거대양당의 면피용 장식품이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거대양당은 2인선거구에선 1인(영호남이나 강세지역에선 예외적으로 2인), 3인선거구에선 2인, 4인선거구에선 2인이나 3인을 공천해왔다. 그 결과 2인선거구에선 영호남을 제외하면 거대양당이 한자리씩 사이좋게 나눴고 3인선거구에서도 2대1로 나누는 경우가 많았다. 2018년의 기초의원선거결과가 이 사실을 말해준다. 전국적으로 총2,926석의 기초의석 중에서 민주당이 1,638석(56%), 자한당이 1,009(34.5%)석을 차지해서 거대양당 몫이 90.5%였다.

그나마 이때는 민평당이 49석, 정의당이 26석, 바른미래당이 21석, 민중당이 11석을 차지해서 총107석(3.65%)이 제3당에게 돌아갔으나 2020년 총선을 전후해서 민평당과 바미당이 거대양당에 흡수돼 결국 정의당 26석(0.89%)과 민중당 11석만 제3당 의석으로 남았다. 무소속으로도 172명이 당선되었으나 대부분은 거대양당의 공천을 못 받아서 탈당하고 나온 사이비 무소속들이었다. 이런 통계가 보여주듯이 제3당 후보나 무소속 시민후보는 광역의회뿐 아니라 전국의 226개 시군구 기초의회에서도 완전 희귀종이다.

민주당의 2인선거구 폐지공약, 용두사미에 그치다

기초의원선거구 중 2인선거구가 제일 많은 이유는 거대양당이 2인선거구를 선호하기 때문이고 거대양당이 2인선거구를 선호하는 이유는 거대양당이 1인씩 나눠먹기 좋아서다. 거대양당이 의도한대로 2인선거구는 양당체제를 강화한다. 막판 대선 전략의 일환으로 다당제 정치교체 추진을 선언한 민주당이 이번 기초의원선거부터 2인선거구를 폐지하고 모두 3~5인 중대선거구로 바꾸겠다고 철썩 같이 공약했던 이유다. 만약 민주당이 약속을 지켰더라면 이번 기초의원선거에서 어느 때보다도 많은 진보정당후보와 무소속시민후보가 당선될 수 있었을 것이다.

막상 여야협상국면이 열리고 국힘당의 강력한 반대의지를 확인한 민주당은 2인선거구 폐지방침에서 바로 물러난다. 그리고서는 기존의 2,3인 선거구 총1,007개 가운데 22개를 둘씩 묶어 4,5인 중대선거구 11개로 전환하여 중대선거구를 시범 운영하기로 국힘당과 합의한다. 다당제의 한 축을 이룰 중도표방 안철수 당과 김동연 당이 각각 거대양당에 흡수된 직후라 민주당이 적극성을 보여야할 이유가 약해진 현실적 상황을 감안해도, 다당제 정치교체의 기치를 고작 4,5인 선거구 11개 시범 실시로 껍데기만 남긴 민주당의 몰염치와 무책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래도 용두사미 정치개혁의 끝판 왕 상을 줘야하지 않을까 싶다.

거대양당후보를 빼고 나름 전문성을 갖춘 청년, 여성 후보를 뽑자

다들 인정하다시피 3,4인 중선거구를 둔 취지는 당선자 3,4인을 모두 거대양당 후보로 채우라는 게 아니다. 적어도 1인 또는 2인은 거대양당과 다른 목소리를 낼 제3후보를 당선시키라는 것이 취지일 것이다. 그래서다. 거대양당 중 하나를 정치적 신념으로 일관되게 지지해온 유권자가 아니라면 3,4인 기초의원선거구에서는 제3당 후보, 특히 진보정당후보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표를 주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다.

같은 값이라면 진보정당의 공천을 받은 청년과 여성 후보에게 최우선적으로 표를 주면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청년과 여성 후보 중에서도 영순위는 교육전문성이나 환경전문성, 노동전문성을 가진 후보다. 만약 교육전문성, 환경전문성, 노동전문성이 검중된 진보정당후보가 있다면 망설임 없이 표를 줘도 된다. 지방의회에서 제일 찾아보기 어렵고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의원이 교육, 노동, 환경 전문성을 가진 청년과 여성 의원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거대정당소속 당선자는 어느 경우에나 2인으로 족하다. 거대양당의 열혈지지자가 아닌 이상 눈 딱 감고 교육, 노동, 환경 전문성을 보여주는 제3당이나 무소속 시민후보, 특히 청년이나 여성 후보에게 표를 던져야 한다. 그것이 기초의원선거에 중선거구제를 도입한 입법취지에 맞는 투표행위다.

왜 교육 환경 노동전문성인가

왜 다른 전문성보다 교육, 환경, 노동전문성인가? 광역의회는 최소한 수 조 단위 예산을 쓰는 교육감을 통제하기 때문에 교육전문가 출신의원이 필수적이다. 교육입법과 교육정책을 만들어내고 교육예산과 교육행정을 감독하는 광역의회에 교육전문가 출신 의원이 최소한 서넛은 있어야 한다. 기초의회도 막대한 학교지원, 돌봄, 방과후교육 예산을 쓰기 때문에 교육전문가 출신 의원이 하나쯤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지방의회에는 교육전문가 출신을 찾아보기 어렵다. 현행법아래서 교사들은 사실상 출마를 금지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현장을 잘 아는 교사출신 교육전문가 지방의원은 광역, 기초를 막론하고 0순위가 아닐 수 없다.

기후위기와 에너지전환, 폐기물 시대의 지방의회에는 환경전문가가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지방의회에서 환경전문가는 멸종위기 종처럼 희귀하다. 환경전문성이 검증된 제3당 혹은 무소속 후보가 있다면 무조건 0순위가 아닐 수 없다. 광역의회건 기초의회건 우리나라 지방의회는 노동정치가 빈약하다. 노조활동가 출신의 노동전문가 의원도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시군구에는 3D노동자, 영세중소기업노동자, 기간제·시간제노동자, 특수고용직 노동자, 외국인노동자, 산업재해노동자 등 보호받아야할 노동자가 무지 많다. 노동전문가가 지방의원 0순위인 이유다.

이번지방선거에서 거대양당 소속이 아닌 제3당 후보, 특히 진보정당후보 가운데 교육, 노동, 환경 전문성을 가진 청년이나 여성 후보를 3인선거구와 4인선거구에서 대거 당선시켜 지방의회가 정치다양성을 확보하고 교육·환경·노동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게 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거대양당후보만 빼고 교육, 환경, 노동 전문성이 있는 여성, 청년 후보 밀어주기 유권자 운동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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