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민주당 국회의원 전원이 공동발의자로 서명해 지난달 27일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을 두고 전문가·시민사회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법으로 포털의 뉴스 제공 방식을 규제하려는 이유가 명확하지도 않을뿐더러, 현재 한국 포털과 언론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에서 나온 법안일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2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회부되어 심사 중인 개정안은 포털이 뉴스를 어떻게 제공해야 하는지 면밀히 규정한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용자에게 뉴스를 추천하는 행위는 금지되고 이용자가 직접 검색어를 입력하거나, 언론사가 기사를 배열한 정보를 포털에 제공할 때만 뉴스를 노출할 수 있다. 현재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언론사 입점을 심사하는 과정은 사라지고, 어떤 언론사든 포털에 뉴스를 공급하고자 하면 거부할 수 없도록 한다.
개정안은 또 포털이 자체 홈페이지 안에서 기사 내용을 보여주는 '인링크' 방식을 금지하고 언론사 등이 구축한 홈페이지로만 기사를 볼 수 있는 '아웃링크'를 강제한다.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제공받아 해당 지역에 가까운 언론사의 기사를 우선 노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2021년 여론집중도조사보고서를 보면 뉴스 및 시사보도 이용점유율에서 포털·검색엔진의 점유율은 88.5%에 달한다. 사실상 대부분의 이용자가 포털을 통해 뉴스를 보는 상황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언론사뿐 아니라 독자도 뉴스를 보는 방식에 큰 변화를 불러온다. 문제는 개정안이 불러올 변화가 포털과 언론, 뉴스 이용자에게 어떤 편익을 주는지 모호하다는 데 있다.
23일 한국인터넷신문협회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주최한 '포털뉴스규제를 정한 정보통신망법개정안의 내용과 쟁점' 토론회에서는 이같은 우려들이 제기됐다. 김보라미 변호사(법률사무소 디케)가 발제를 맡고, 임종수 세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홍주현 국민대 미디어광고학부 교수, 손지원 사단법인 오픈넷 변호사,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 윤호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가 참석했다.
정치적 편향 때문에 알고리즘을 없애야 한다?
개정안은 포털이 알고리즘을 통해 "기사의 노출 순서나 배치에 있어 사실상 편집행위를 하면서 국민 여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라며 "알고리즘에 의한 기사 추천이 특정 언론에 편중되어 있다"고 법률안 제안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포털의 기사 추천 알고리즘이 특정 언론에 편중되어 있다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포털이 기사 추천을 하지 못하게 법으로 막는 게 타당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이미 포털 뉴스에 익숙해진 독자가 겪게 될 혼란에 대한 고려 역시 개정안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홍주현 교수는 개정안의 취지에 뉴스 이용자의 입장이 배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진흥재단 등의 조사에 따르면 2021년 매체 신뢰도에서 네이버는 17.3%로 KBS에 이어 2위를 기록했고, 영향력에서도 TV에 이어 인터넷 포털이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이용자들에게 익숙한 뉴스 제공 통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개정안은 현재 이용자가 높이 평가하는 뉴스 서비스를 금지하면서도 이 조치가 이용자의 뉴스 접근권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손지원 변호사는 "'편향'이나 '불공정'은 판단 기준조차 불명확한 개념"이라며 "불명확한 해악을 이유로 국가가 사적 영역의 서비스 내용을 금지·제한하는 규제는 합리적 이유 없이 국민의 기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위헌성이 매우 높다"라고 밝혔다. 손 변호사는 또 포털이 다양한 기사를 노출함으로써 언론 다양성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하면서 포털의 뉴스 제공 서비스 자체를 제한한다면 적극적이지 않는 뉴스 소비층은 신뢰성이 더 낮은 커뮤니티나 유튜브 등의 개인 미디어에 더 집중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원 정책협력실장은 포털의 알고리즘 뉴스 추천 과정뿐 아니라 각 언론사별로 상이한 독자 분석 시스템과 기술 인프라, 이용자 개인의 뉴스 선호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므로 결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정치적 의도나 편향성'은 프로그래밍 언어로는 구현할 수 없는 가치 판단의 영역이며 입법자가 알고리즘의 뉴스 추천 결과를 보고 판단하는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윤호영 교수는 "특정한 결과가 나온다고 그 서비스를 없애고 다른 것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옳은 접근법이라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대형 언론사와 그렇지 않은 신문사들의 자원 문제 및 대응 관련 준비 차이로 인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이는 문제를 알고리즘의 편향으로 규정하는 것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아웃링크 강제'의 결과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정치권이 바라보는 포털의 문제점과 이용자들이 느끼는 문제점의 괴리는 개정안에 담긴 '아웃링크 강제'에서도 드러난다. 유독 정치권에서만 꾸준히 '포털의 편향성'을 문제 삼지만 정치권 밖의 영역에서 포털 뉴스에 주로 느끼는 불만은 언론의 지나친 선정성과 상업화인데, 아웃링크가 이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웃링크와 언론의 선정성·상업화의 연관성은 이미 선례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2009년부터 2013년 초까지 네이버가 운영했던 '뉴스캐스트' 서비스는 알고리즘 없이 언론이 직접 기사를 선정했고 아웃링크로 제공했다. 그 결과 뉴스캐스트는 조회수를 노린 언론사의 선정적인 기사와 소위 '제목 낚시'가 성행했고, 이는 네이버가 아웃링크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아웃링크 대신 인링크 기사 소비가 늘어난 현재도 바이라인(기사 작성자)이 없거나 유령 기자를 내세워 기사형 광고를 게재하는 현상이 언론단체의 모니터링으로 드러났다. 취재 없이 인터넷 커뮤니티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상의 내용을 베껴 쓰는 타블로이드 현상도 나날이 심화됐다. 아웃링크 서비스로 돌아간다면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저질 기사가 더 늘어날 수 있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과거에 드러난 아웃링크 제도의 역작용들, 현재 더 상업화된 인터넷 언론 환경에 대한 고려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법이 특정한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강제하면 이용자들의 편익을 저해하고 언론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지연 사무총장은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아웃링크의 의무화"라며 "소비자는 각 언론사별 웹페이지에서 무차별적으로 올리는 상업 광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뉴스캐스트 서비스 당시인 2012년 한국언론재단에 따르면 온라인 뉴스 페이지의 평균 광고수는 36개이며 한 언론사에는 최대 120개의 광고가 실린 바 있다.
포털이 뉴스를 제공할 때 져야 할 사회적 책임은 섣부른 입법이 아닌 시민사회와의 적극적인 소통과 감시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정치권력이 정책실패의 상당 부분을 언론탓, 알고리즘탓을 하게 되는 경우 포털은 오히려 더 저널리즘과 거리를 두고 책임을 회피할 방법을 찾으려 할 것"이라며 "시민들과 학계가 포털의 알고리즘과 언론사들의 저널리즘을 쉽게 감시 감독하고 참견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임종수 교수는 "포털은 지금보다 훨씬 더 미디어로서 책임있는 일을 해야한다"라며 포털이 뉴스 편집 결과에 대해 사회적으로 타당하다고 여겨지는 설명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손지원 변호사 역시 "법적, 강제적 규제나 국가기관 주도의 검증 방식보다는 이용자의 목소리를 뉴스 서비스 개선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자율규제 시스템을 만드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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