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협치를 강조한 지 하루 만에 내각 구성을 둘러싸고 여야 갈등이 다시 격화됐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대통령은 조금 전 한동훈 장관과 김현숙 장관을 임명, 재가했다"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다. 재송부 시한(김현숙 13일, 한동훈 16일)이 경과됨에 따라 그대로 두 장관을 임명한 것이다.
전체 18개 부처 가운데 16개 부처 장관 임명을 완료했으나, 정부 출범 일주일 만에 6개 부처 장관을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한 데 따른 부담을 앉게 됐다. 공석은 김인철 후보자가 자진사퇴한 교육부, 야당과 여론의 반대가 심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리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시정연설에서 의회주의를 강조하며 국회와 논의하겠다고 했는데, 하루 만에 인사 강행이 윤 대통령이 말하는 의회주의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에 대해선 '자녀 스펙쌓기' 논란으로, 김 후보자에 대해선 '여성가족부 폐지'에 동의 입장을 밝힌 문제로 임명에 반대해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인사 31명을 임명한 전례가 있어 민주당도 대응법이 마땅치 않다.
내각 구성을 둘러싼 갈등은 민주당이 비토권을 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표결로 좁혀졌다. 총리 후보자는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을 얻어야 임명될 수 있어 167석을 가진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전날 시정연설에 앞서 윤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와 만나 "한 후보자가 협치를 가장 잘 해낼 총리감"이라며 협조를 당부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별다른 응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청문보고서 재송부 기한(9일)이 끝났음에도 임명을 미루고 있는 정호영 후보자의 거취를 지렛대로 한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동의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아울러 시정연설에 이어 18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을 계기로 진영을 초월한 협치 분위기도 한껏 고조시킬 계획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민주당의 실질적인 '낙마 표적'이던 한동훈 후보자 임명을 강행함에 따라 한덕수 후보자 인준의 키를 쥔 민주당에도 강경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국회로 넘어간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도 인사 논란이 여파를 미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이날 한 후보자 임명 소식이 전해진 후, 박홍근 원내대표 지시로 여당과 접촉해 국회 본회의 일정을 조율했다. 한 후보자 임명이 본회의 의사일정 결정의 '방아쇠'가 된 것은 의미심장하다. 총리 임명동의안 부결 주장이 득세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니왔다.
여야는 이날 저녁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에서 오는 20일 본회의를 열어 총리 인준안 표결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민주당은 이 본회의 직전에 의원총회를 열어 찬반 여부를 당론으로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한동훈 후보자는 이날 오후 정부 과천청사에서 곧바로 취임식을 갖고 업무에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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