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권 일부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검수완박')의 국회 본회의 강행 처리 절차를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의장 중재안에 대한 지난 22일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자, 박병석 국회의장은 27일 오후 본회의를 소집하고 '검수완박' 관련 두 가지 안건 중 검찰청법 개정안을 먼저 상정했다. 개정안의 주 내용은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범죄에 대한 검찰 직접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검찰이 직접수사권을 갖는 범위는 부패, 경제 범죄와 경찰 공무원, 고위공직자수사처 공무원이 저지른 범죄로 줄어든다. 법 시행 유예 시기는 4개월이다. 여야 합의에는 없었지만, 6‧1 지방선거를 고려해 선거 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올해 말까지 유지하는 부칙도 포함됐다.
앞서 박 의장은 민주당, 국민의힘 원내대표 회동을 주재하며 검찰 직접수사권 일부 폐지를 둘러싼 양당의 의견차를 좁혀보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박 의장은 "저는 이미 어느 정당이든 중재안을 수용한 정당과 국회 운영 방향을 같이 하겠다고 천명했다"며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해 의원총회 추인까지 거쳐 국민께 공개적으로 드린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여야 합의를 사실상 파기한만큼 명분이 떨어진다고 보고, 민주당의 손을 들어 준 셈이다.
본회의에 검찰청법 개정안이 상정되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 진행 지연)에 돌입했다. 첫 주자로 나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검수완박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건 민주당' 등의 주장을 펴며 2시간 가량 반대 토론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무력화를 위한 계획을 이미 세웠다. 검찰청법 개정안 상정에 앞서 4월 임시국회 종료 시점을 27일로 앞당기는 안건을 미리 처리한 상황. 정의당의 협조가 없으면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가 불가능한데 정의당 내부의 복잡한 사정에 따라 '협조'를 얻는 게 어렵다고 판단, '회기 쪼개기'를 통해 민주당 독자적으로 안건을 처리키로 한 것이다.
민주당은 박 의장과 협조해 '회기 종료'를 수단으로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고 오는 3일 두 개정안의 입법 절차를 끝낸다는 구상이다. 국회 회기가 종료되면 필리버스터도 종결되고, 다음 회기에서 필리버스터가 진행된 안건의 표결이 진행된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필리버스터는 하나의 안건에 대해 각각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두 개의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면 두 번의 회기 종료가 필요하다.
민주당은 박 의장과 합을 맞춰 오는 30일과 다음달 3일 각각 임시국회를 소집할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171석 민주당은 오는 30일 임시회에서 검찰청법을 처리하고 당일 진행될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역시 하루만에 종결시킨 뒤, 다음달 3일 임시국회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민주당이 '회기 쪼개기'를 택함에 따라 개정안 통과 과정에서 절차적 편법을 동원했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게 됐다.
민주당의 구상이 실현된 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국무회의에서 두 개정안을 공포하면, 검찰 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입법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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