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부터 많은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기후위기 시대의 책임은 누가 지고 있는가를 생각했어요. 수도권에 세울 수 없는 유해공장, 발전소, 쓰레기처리장은 농촌에 지어지고 있고, 마을 주민들은 아픔을 겪고 있었어요. 수도권에서 쓰는 에너지는 어디에서 오는지, 쓰레기는 어디로 가는지를 알지 못하면 무책임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봄바람순례단 딸기 활동가)
"베트남에 두산중공업이 건설하고 있는 붕앙2 석탄발전소도 똑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존 붕앙1 석탄발전소가 들어선 지역에서는 이제 빗물도 맘대로 못 마시는 등 지역이 많이 무너졌다고 해요. 도시를 지탱하는 전기와 에너지가 어디서 오는가를 생각하고, 한국에서 더는 짓지 못하는 석탄발전소를 해외에 짓는 것은 국내 농어촌에 일어나고 있는 상황과 다를 바 없어 보여요." (청년기후긴급행동 이은호 활동가)
제주에서부터 올라온 '다른 세상을 만나는 순례-봄바람'(이하 봄바람)이 25일 '기후재판' 당사자 청년들을 만났다. 청년 기후활동가 2명에게 민사소송을 청구한 두산그룹의 건물 두산타워 앞에서다.
'다른 세상을 만나는 순례-봄바람'은 문정현 신부가 2004년 '평화유랑단' 조직 후 18년 만에 다시 시작한 전국 순례 행동이다. 지난달 15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앞에서 '노동·인권·생태·평화'라는 가치를 가지고 출발해 전국 방방 곡곡을 찾고 있다. 이들은 제주 칼 호텔 매각 반대 운동을 시작으로 부산 가덕도 신공항 반대, 월성 원자력 발전소 인접주민 이주대책 요구, 삼척 화력발전소 건설 반대 등 여러 지역 현장을 찾아가 목소리를 높였다. 문 신부와 '평화바람' 활동가, 문 신부의 여러 지인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이들이 기후위기 국면에 버려진 이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길위를 함께 걷고 있다.
이날 만난 이들이 청년기후긴급행동과 녹색당 기후정의위원회의 강은빈, 이은호 활동가다. 이들은 작년 두산 사옥 내 조형물에 초록색 스프레이를 뿌리는 '직접행동'에 나섰다가 형사재판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는 184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고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은호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현재 세 개의 기후재판을 치르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법'에 반대해 더불어민주당 당사 현관에 올라가 농성을 했고, 작년 포스코가 주최한 '수소환원제철포럼' 연단에 올라가 철강 산업에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했다. 포스코 행사의 연단을 점거했다는 이유로 공동주거침입과 업무방해죄로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지만 법원에 정식 재판을 청구해 본격적인 기후재판을 시작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서울시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정식재판 청구를 선언하며 "나날이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라는 무거운 역사적 사태에 누가 책임이 있는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다루는 형사 재판"을 진행하려고 한다며 "'주거침입'과 '업무방해'로 설명할 수 없는 기후위기 이야기를 다루겠다"라고 말했다.
지역에서 만나고 온 기후위기 이야기와 '기후불복종'에 나선 청년의 이야기
봄바람 순례단과 기후재판 청년 활동가들은 모두 정부와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기후위기가 가져온 지구와 지역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이 보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봄바람 순례단 딸기 활동가는 충청남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만난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기후재판 당사자인 강은빈 활동가는 해외에 석탄발전소를 수출하는 한국의 상황에 경종을 울리고자 '기후불복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로의 경험을 공유한 이들은 두산타워 앞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을 걸으며 두산의 기후 활동가들에 대한 소송 청구를 비판하는 구호를 외쳤다.
기후재판 당사자들을 만난 봄바람은 26일에는 경기도 안산 세월호 기억교실을 방문하고 28일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의 만남을 진행할 예정이다. 활동이 마무리되는 오는 30일에는 서울시 종로구 보신각에서 문화제를 진행하며 그동안 만났던 지역의 이야기를 알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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