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지방선거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문대림·오영훈 제주도지사 예비후보의 신경전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 오 후보의 제주칼호텔 공공매입 공약을 두고 '제정신인가. 한진 공화국을 꿈꾼다는 말이냐'라고 문 후보 측이 직격하자 '내용도 모르면서 더 이상 딴지걸지 말라'라는 거친 말들이 오가며 이틀째 한치의 물러섬이 없는 대치를 이어갔다.
발단은 지난 18일 지역 원로 인사들의 '칼호텔 공공매입 호소문 발표'에 오 후보가 이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공약하면서 촉발됐다.
하지만 문 후보측 고부건 대변인은 21일 논평을 내고 "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 방안을 찾겠다고 했으나 노동자들의 상당수는 이미 떠나고 없다"라며 "늦어도 한참 늦은 헛공약을 남발하지 말라"라고 논란에 불을 지폈다.
고 대변인은 이어 "당초 노동자들 요구는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선거철 불쑥 나타나 큰 시혜나 베풀 듯 선거용 뒷북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며 "687억 원이나 들여 건물을 매입하겠다고 했지만 매입 후 활용 방안에 대한 설명은 없다"라고 압박했다.
오 후보측 신영희 대변인은 곧바로 논평을 내고 반격에 나섰다.
신 대변인은 "제주칼호텔은 많은 도민들이 생계를 꾸린 일터로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정치인의 도리”라며 “가능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로 공공 매입 공약을 제시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어 "노동자들의 생존권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 원로들이 입장을 수용한 것이고, 이러한 과정을 무시한 고 대변인의 논지는 매우 유감”이라며 "도지사 후보로서 지역 현안에 입장을 내고 함께 하려는 진정성에 칭찬은 못할망정 더 이상 딴지 걸지 말라”라고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1전을 치른 양측은 숨고를 틈도 없이 다음 날인 22일 또다시 격돌했다. 이번에도 선공은 문 후보 측이었다.
고 대변인은 이날 오전 "오 후보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지역 원로들께서 발표한 호소문에 부끄러움을 느껴 칼호텔 공공매입 공약을 제시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칼호텔 노동자들이 지역구 국회의원을 애타게 찾을 때는 꿈쩍도 하지 않던 국회의원이 도지사 예비후보로 자리가 바뀌니 지역 원로들의 호소에 갑자기 각성하기라도 한 것이냐"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계획안을 심사할 때도, 칼호텔 노동자들이 거리에서 투쟁할 때도, 오 후보는 나타나지 않았다"며 "그랬던 그가 노동자와 지역 어르신들의 고초를 함께하려 했다니 믿을 수가 없다. 오 후보는 진정성을 몰라준다고 하지만 누가 그걸 알아주겠나"라고 꼬집었다.
고 대변인은 그러면서 "오 후보의 제2공항 관련 입장은 최근 1년간 네 번이나 번복하다 결국 정석비행장에 연착륙했고, 오 후보의 구상이 현실화되면 정석비행장을 소유한 한진그룹에 제2공항 건설 비용을 통째로 갖다 바쳐야 한다"며 "선거철에 노동자들 앞에 불쑥 나타나 이미지 세탁 중인 오 후보는 제주에 한진 공화국을 꿈꾸는가"라고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오 후보측 신 대변인도 즉시 논평을 내고 "고 대변인의 주장은 품격마저 떨어지는 수준이어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며 "매입 타당성이 없다면 왜 지역 원로들이 직접 공공매입을 호소하고, 도내 도민연대에서 환영 입장을 발표하겠는가, 말 그대로 어불성설이고 무리한 생떼 쓰기다"라고 반격했다.
신 대변인은 "오 후보는 분명 칼호텔 매입을 위해 제주도와 공기업, 도민 참여 등 가능한 방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찾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라며 "이 같은 내용도 제대로 모른 채 무조건 던지고 보자는 식의 문 후보 측 논평은 스스로 부동산 개발주의 사고와 친(親) 대기업 사고에 빠진 문 후보의 한계를 대변해 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신 대변인은 그러면서 "문 후보 측이 답해야 할 내용은 TV 토론 하루 만에 삼다수 상장 비전을 “검토 단계”라고 말을 바꾼 이유와 삼다수 상장이 검토 단계이면 또 다른 핵심 공약인 제주개발펀드도 실현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점이다"라며 "도민 유권자들이 언제나 위대한 것은 문 후보 측이 생각 없이 던지고 보는 ‘갈등 조장 프레임’이나 ‘한진 프레임’을 떳떳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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