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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망산의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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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망산의 저녁노을

[시로 쓰는 민간인학살] 전남 화순군 도암면의 민간인학살 사건

우리의 현대사는 이념갈등으로 인한 국가폭력으로 격심하게 얼룩지고 왜곡되어왔습니다. 이러한 이념시대의 폐해를 청산하지 못하면 친일청산을 하지 못한 부작용 이상의 고통을 후대에 물려주게 될 것입니다. 굴곡진 역사를 직시하여 바로잡고 새로운 역사의 비전을 펼쳐 보이는 일, 그 중심에 민간인학살로 희생된 영령들의 이름을 호명하여 위령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름을 알아내어 부른다는 것은 그 이름을 존재하게 하는 일입니다. 시간 속에 묻혀 잊힐 위기에 처한 민간인학살 사건들을 하나하나 호명하여 기억하고 그 이름에 올바른 위상을 부여해야 합니다. <프레시안>에서는 시인들과 함께 이러한 의미가 담긴 '시로 쓰는 민간인학살' 연재를 진행합니다. (이 연재는 문화법인 목선재에서 후원합니다) 편집자

해망산의 저녁노을

-화순, 화학산 토벌작전

11사단의 예하부대인

제20연대와 9연대는

도암과 이양 청풍면에서

작전을 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공비소탕전을 벌였다

아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닥치는 데로 눈에 보이는 양민들을

죽여 없애며 앞으로 나아갔다

천라지망을 펼쳤고

국군과 합세하여 살육전에 뛰어 든

우익청년들의 손에는

피에 절은 곤봉들과 쇠망치들이

들려 있었다

그렇게 그들 앞으로 도암면의

도장리와 운월리와 벽지리가

불려 나왔다

정천리가 지월리가 등광리가

따라 나왔다

용강리와 호암리와 우치리가

끌려 나왔다

줄줄이 엮여져 나와서

무릎이 꿇렸다

등이 찍혔다

목이 꺽였다

옆구리에 꼬리뼈에

골통들마다에

총탄이 날아와 박혔다

맨 옷이었는데

맨 발이었는데

맨 정신들이었을 뿐이었는데

다투지 않았는데

숨기지 않았는데

그냥 그대로였을 뿐이었는데

밤에는

북(北) 도깨비들이 날아들어

홰를 들고 괴롭혔고

낮에는 남(南) 야차들이 몰려들어

미친 법을 치루게 하였는데

지금도

해망산의 붉은 노을은

헤진 담요 되어 가려주는데

자꾸만 가려주며 있는데.

※ 전남 화순군 도암면의 민간인학살 사건을 기록한 시입니다.

▲ 전남 화순군 도암면 도장리 학살터 위령탑 건립을 위한 기초공사 중 ⓒ정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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