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새 정부 조각 작업에서 자신이 추천한 인사들이 배제된 데 대해 "크게 이의를 달지 않았다"면서도 해당 인사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하루 인수위원장 업무를 할 수 없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안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인선한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눈 거리를 두거나 견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안 위원장은 18일 오전 서울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인수위 출범 한 달을 맞아 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추천한 인사들에 조각에서 배제된 데 대한 질문이 나오자 "장관 인선에 대해서는 사실 언론에서 기대하신 바와는 좀 달랐다. 그런데 저는 나름대로 (당선인 결정을) 존중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조각과 개각은 다르지 않느냐"며 "(임기) 처음에는 당선인께서 나름대로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꿈을 갖고 나라를 어떻게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셨을 것이다. 그러면 그 뜻을 존중하는 게 저는 맞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안 위원장은 이어 "그래서 꼭 제가 추천한 사람을 인선하지 않았다고 해서 제가 크게 이의를 달거나 그러지는 않았다"고 했다.
안 위원장은 "기왕에 이렇게 인선을 하셨으니까 저는 잘 하셨으면 좋겠다"며 "처음부터 당선인과 단일화 이야기를 했을 때 '어떤 계(系)가 몇 명' 이런 식으로 (자리를) 나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었다)"고 했다. 향후 대통령비서실 참모 등에 여전히 적임자를 추천할 것인지 묻자 안 위원장은 "당연히 추천해야죠"라고 했다.
안 위원장은 다만 "물론 저도 추천하기 전에 그 사람에게 우선 의향을 물어보는데, 그러면 그 사람 나름대로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가 실망할 것 아니냐. 그래서 그 사람에게는 죄송한 마음도 들더라"며 "그러면서 제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냥 일만 할 수는 없어서 하루 정도 제가 일을 하지 못했던 일이 있었다. 제가 추천한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고 지난 14일의 '결근' 사태 이유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또 윤 당선인에 의해 인선된 장관 후보자들의 도덕성 논란이나 정치적 발언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는 태도를 보였다. 안 위원장은 '인재를 추천하는 기준에 비춰봤을 때,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글쎄 제가 정확한 내용을 사실 잘 모른다"며 "어쨌든 국민들 의혹이 없도록 명확하게 진실을 가려내는 일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나. 그 일이 가장 먼저이고, 그 진실이 밝혀진 바탕 하에 모든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믿는다"고 중립적 태도를 취했다.
이날 오전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인수위 기획위원장 자격으로 인수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부동산 TF 정책검토 보고 내용의 대외적 발표는 기획재정부·국토부 장관 인사청문회가 임박해 있어 메시지 중복을 피하기 위해 인수위 차원에서 별도로 발표하지 않겠다"고 말해 사실상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새 정부 부동산정책 틀이 공개될 것임을 밝힌 데 대해 안 위원장은 "아까 원 후보자가 말한 게 좀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아 바로잡겠다. 장관 청문회 때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는 건 아니다. 장관 청문회는 부동산에 관련된 자신의 생각이나 소신을 밝히는 자리이고, 이 정부 부동산정책에 대해서는 따로 발표할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정정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인수위에서도 (추경 규모) 50조 원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원안대로 가게 되면 물가 급등 등 경제적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안 위원장은 "이영 장관(후보자)이 이 부분에 대해 세부적으로 잘 모르실 텐데…"라고 선을 그었다.
안 위원장은 또 지역균형발전 정책 관련 질문에 답하던 중 "청와대 이전, 대통령 취임식, 균형발전, 국민통합위원회, 인사검증위원회까지 5가지는 당선인이 직접 관장하는 일이고, 그래서 그쪽에 대한 정보는 저희들과 소통을 안 하고 있는 편"이라고 답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직접적 질문은 균형발전 관련이었지만, 안 위원장의 답을 뒤집으면 '나는 인사검증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말도 된다.
안 위원장은 지난 인수위 한 달을 돌아보면서 "여소야대 국회와의 협치, 국민 지지를 통한 국정운영 동력 마련을 위해 살얼음판을 걸어왔다"며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말하면 청와대 집무실 이전 문제, 현 정부와의 협조관계 문제, 그리고 저도 당사자인 '공동정부' 운영을 둘러싼 논란. 이 3가지가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그렇지만 인수위 본연의 업무인 국정철학·국정과제 정리에 대한 것만은 논란을 일으키지 않고 역대 어느 인수위보다 묵묵하게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동정부' 부분과 관련해 "이번 인수위의 탄생은 대선 기간 중이었던 지난 3월 3일,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더 좋은 정권교체에 뜻을 모았던 공정과 상식, 통합과 미래로 가는 단일화의 산물"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인수위 한 달의 성과에 대해서는 "겸허한 자세로 현 정부 공직자를 대하고, 많은 현장 방문과 간담회를 진행했다"며 △팍스로비드 22만 명분 조기확보 △만 나이 통일 △지자체장 관사 폐지 제안 △카페 음식점 1회용 규제 제한 △어린이집 자가키트 제공 등의 구체적 개선 사례를 강조했다.
그는 "정부조직 개편 유보는 국민과 국회의 뜻을 존중하기 위한 행보의 하나로 저희들이 결정한 것"이라며 "왜 저희 나름대로 어떤 조직 체계가 가장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없겠냐마는, 정치라는 것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항상 대화와 타협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 여당이 받아들일 수 있는 안으로 하나씩 할 일을 해 나가자'는 것이 저희의 기본적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민의당 대표직을 겸임하고 있는 안 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과의 합당 공동선언이 나올지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아직 보고를 못 받아서 (위원장실에) 올라가서 보고를 받아야 한다"고만 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아침 8시30분 인수위원장실에서 마지막 최고위를 열고 국민의힘과의 합당 안건을 가결했다고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SNS에 쓴 글에서 밝혔다.
이날 오전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에서도 사실상 합당 관련 실질적 의사결정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최고위 후 취재진과 만나 "(합당 승인은) 최고위가 하는 게 아니라 전국위원회가 하는 것이라 오늘 (최종) 승인은 할 수 없다"면서도 "최고위는 이 정도면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오늘 합당 선언을 할 수도 있을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안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이른바 '검수완박' 관련 질문이 나오자 "제가 지금 말하기에 적절한 주제는 아니지만 저도 전직 재선 의원이자 정치인으로서 말씀드리면, 가장 중요한 것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며 "문재인 정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잘못된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수사종결권을 경찰이 가지는 것은 균형·견제 측면에서 맞지 않다. '검수완박'이 본질이 아니고,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정상적 검경의 위상·역할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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