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8주기 추모 광고에 관해, 서울교통공사가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이유로 불허 결정을 내렸다. 특히, 일부 심의위원은 심의 체크리스트와 관계없이 "더 이상의 진실 추구는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는 등의 개인적인 의견을 든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4·16 해외연대가 지난 2월 신청한 세월호 8주기 추모 광고에 서울교통공사 광고심의위원 9명 모두가 정치적 목적의 '의견광고'로 보고 반대 의견을 냈다. 지난 6일 국가인권회의 광고 게시 권고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지하철 역사에 게시할 수 있는 광고 중 상업광고가 아닌 의견광고는 외부위원회로 구성된 광고심의위원회의 판단을 거쳐 게재 여부가 결정되는데,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안에 과도한 주장이나 근거없는 의혹을 제기'할 경우 불승인된다. 심의위원은 개인정보 보호와 업무의 공정성 등을 이유로 공개되지 않는다.
앞서 지난 2월 故 변희수 육군 하사 1주기 추모 광고도 '의견광고'라는 이유에서 불허된 바 있다. 이후 인권위의 권고와 광고문구 수정 등을 거쳐 6호선 이태원역 등에 걸릴 수 있었다.
이번 불허된 세월호 8주기 추모 광고에는 노란 리본이 그려진 등대 앞에 노란 상의를 입은 여학생들이 단체 사진을 찍는 듯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오른편에는 '얘들아 잘 지내니?' '지금도 알고 싶습니다. 왜 구하지 않았는지', '진실을 밝히는 일 살아있는 우리의 몫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혔다.
당시 심의과정을 기록한 '2022년도 제3회 광고심의위원회 서면결의서'를 살펴보면 위원 9명 중 7명은 해당 광고가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봤다. 이 같이 판단한 A 위원의 심의사유를 보면 "세월호 사건에 대한 아픔을 되돌아보자는 그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그 부분과 별개로 사회적 이슈 메이킹, 정치적 활동을 위한 수단으로 오인될 여지가 없는지에 대해서도 짚어보아야 한다"고 돼 있다.
A 위원은 '정치적 목적의 광고라는 오해의 여지가 존재'한다는 이유에 "광고주인 4·16 해외연대는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2020년 '응답하라 국회 캠페인' 등 법 제정 및 사회적 이슈화를 위한 활동을 활발히 해왔다"면서 "위 과정에서 세월호 문제가 정치적 이슈화가 되어 온 것도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정 단체, 특정 정당과의 연계 활동에만 치중됐는지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광고 문구에 대해서도 "'의도적으로 구조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광고 문안"이라며 "논란의 여지가 크고 광고주의 주관적, 일방적인 생각이 포함된 것으로 일반 시민의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광고심의 기준 체크리스트와 무관한 개인적 의견을 토대로 반대한 위원도 있었다. 체크리스트는 정치, 성별, 념·인권·종교 영향 등 3가지 영역으로 구성돼있다. 구체적으로 △정치인 이름, 얼굴, 이미지 등의 표현 또는 정치적 주의, 주장, 정책이 표출되어 있는가 △공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방해가 되는가 △차별 및 편견·혐오를 조장하는 표현이 담겼나 △특정 이념·종교·관점 과도하게 부각됐는가 등등이다.
그러나 B 위원의 심의사유를 보면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는 이미 법원 및 진상조사위원회를 통해 충분하게 사실관계가 소명됐다"며 "더 이상의 진실 추구 행위는 사회적 비용만 증가시키는 행위라고 사료된다"고 적혔다. B 위원은 "특히,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운용되는 서울지하철 광고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위원회의 이 같은 이유에 대해 장훈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는 이유는 침몰 원인이나 구조하지 않은 이유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희생자 추모와 진상규명 요구를 정치적 의견이라고 보는 시선이야말로 정치적"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장 위원장은 "세월호 사건이 대형 참사가 된 건 구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 과정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으면 경미한 사고로 끝날 수 있는 사건들이 언제든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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